나를 잘 알게 되는 첫 시작
체력이 안 좋아지는 건 잠을 일찍 못 자서라며, 자는 시간을 당기라는 엄마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매일 12시 넘어서까지 불을 켜고 잠을 안 자고 있었는데, 어제는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12시 전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평상시보다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도 바로 떠지고 개운했다. 전날 좋지 않았던 컨디션도 회복이 된 것 같았다. 필라테스를 가기 전까지는.
컨디션이 괜찮아서 몸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개운만 했을 뿐 역시나 이런 날은 오히려 더 몸이 안 좋다. 굳어있는 어깨와 목, 왼쪽 발목이 약해져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도 굳어있던 근육을 풀어서 그런지 몸이 훨씬 개운해졌다.
이렇게 한 번씩 잡아주지 않으면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걸 너무 잘 알아서 필라테스는 계속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훨씬 싸늘해진 기온을 느끼며 카디건을 더 옴팡지게 잡았다.
보통은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여유가 있는데, 마음이 급했다. 2시간가량 여유가 있었는데, 갑자기 은행에서 1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여유 시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코칭을 받아야 해서 서울로 가야 하는데 출발 시간이 아슬아슬해졌다.
배고파서 주문한 샌드위치를 크게 베어 물었지만, 혹시나 먹다가 체할까 싶어서 적당히 배부르다 싶을 때 내려놓고 바로 버스를 타러 나왔다. 버스 한 대를 보냈지만, 다행히 바로 오는 버스가 있어서 아슬아슬해도 시간은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버스에서 정말 알차게 졸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놀라서 깼다.
그래, 지각 아닌 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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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제시간에 딱 도착해서 한숨 돌리고 시작한 코칭은 참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첫 시간이라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엄청 커다란 질문을 해서 답을 못하는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말하면서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었다.
꾹 참으면 눌러지는 감정이었음에도, 갑자기 튀어나와서 버겁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앞으로 내가 마주해야 할 감정들의 시작인가 싶어서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그 낯설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 노곤노곤해지기도 했다.
거기다, 코치님은 질문의 힘을 믿는다며 앞으로 자주 질문을 할 테니 나에게도 질문이 있으면 참지 않고 바로바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네-라고 대답했지만 어색함이 올라왔다.
나는 질문을 많이 한 적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입 안으로 꾹 눌러 담기만 했었고, 혹시 이 질문이 지금 이 상황과 맞지 않은 질문일까 봐 눈치 보느라 물어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마음 편히 질문하라는 그 말이 괜히 더 쿡쿡 마음을 찌르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받을 질문들이 궁금해지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더 기대로 젖어드는 것은 바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알게 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내 인생로드맵을 그리는 것까지.
아직 막연하기도 하고 잘 그려지지 않아서 어떨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잘 선택했다는 것. 과제도 잘해야지.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다이어리 고를 생각에 신남! 그런데 아무래도, 자세가 문제인 것 같다. 필라테스받고 개운해졌는데 다시 또 목이랑 어깨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