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감성? 소속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M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11월 일정으로 상의할 내용이 있어서 통화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일정에서 벗어나 일상의 주제로까지 이야기로 넘어가게 됐다.
전화를 하다 보면 늘 특정 주제들에서 벗어나 다른 흐름으로까지 넘어가는 게 일상이라 주제의 변화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운동과 다이어트부터 문화생활에서 강의와 지금 하는 일, 해야 하는 일 등 자연스럽게 바뀌는 주제 탓에 왜 통화를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릴 때도 있을 만큼. 그리고 오늘 역시 그랬고, 그 자연스러운 주제 이동은 관계까지 넘어가게 됐다.
나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쉬운 편이 아니었다. 낯을 가리는 것도 있었지만, 외향적이지 않은 성격 탓에 누군가와 말을 하다 보면 뚝딱거리기 바빴다. 그런데 아주 가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말도 걸고 약속을 잡는 편인데 M이 나한테 딱 그랬다. 말을 시원시원하게 하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M이 멋있게 느껴져서 더 그랬나?
어쨌든, M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부분에서 탁, 하고 걸려서 멈춘 부분이 생겼다. 바로 공감이라는 부분에서였다.
전에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친구가 내 이야기에 딱, 잘라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꼭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 같은 비난처럼 들려서 민망하기도 하고 서운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가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는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응원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기에 더 서운하게 느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서운해서 다음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이야기했는데, M은 왜 그 부분에 서운해하냐며 궁금해했다. 자신은 하나도 서운하지 않을 상황이고, 각자의 감정은 각자가 알아서 하는 거라고. M은 내 주위에서 엄마 다음으로 제일 T였다.
공감보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바라는 M과 현실적인 조언도 좋지만 공감을 바라는 F인 나. 그리고 욕구 검사에서도 소속감이 높았던 나와 다르게 소속감이 낮은 M. 이 상황이 소속감 때문인 건가, MBTI 때문인 건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둘 다 속 시원하게 답은 하지 못했다. 다만 각자의 성향에 대해서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뿐.
M은 이런 마음이 들었던 이유를 잘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 감정을 알아보는 것에서부터 나를 아는데에 대해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확실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는 왜 서운했을까, 정말 공감을 해주지 않아서? 친한 친구가 나를 응원해주지 않아서? 비난처럼 이야기한 것처럼 느껴져서? 아니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하는 것 같은 말이 내 어떤 부분을 건드렸던 걸까?
답은 내릴 수 없지만, 계속 질문을 하고 또 질문을 하고 마주하다 보면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지 않을까? 그 궁금함은 라이프코칭을 하면서 더 찾아봐야지.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어떤 이야기에서 나와 만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역시 동기부여받는 사람과의 대화는 신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