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을 쓰게 되는 이유
보통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돼서 평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쩔 때는 그 공간이 적막함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이 주는 의미는 제법 크다. 누군가는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고 외롭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하는 걸 보면 이 시간을 정말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누군가를 만나면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더 빨랐다. 그게 더 편했다.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줄 때도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다른 누군가보다 먼저 그 사람의 분위기를 읽어버린다는 건 내 예민한 감각이 잘 살아있다는 뜻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 예민한 감각이 살아있느라 내 에너지가 쉽게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게 된 건 오로지 나만 신경 써도 됐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원하는 말을 해주지만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말을 유창하게 하고 싶어서 그 배로 신경을 쓸 때면 그 뚝딱거림이 크게 드러날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정도를 벗어난 것 같은 말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꺼리는 것도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튀어나와서 혹시나 분위기를 깰까 봐였다. 분위기를 읽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계속 깨닫게 되면서 더더욱.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한 번씩 집을 나와 카페를 찾아가게 된다. 새로운 공간에서 받게 되는 영감도 있지만 집중이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지만, 누군가 있는 공간에서 무엇이라도 하게 되면 뭐라도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날들이 이어질 때 새로운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익숙한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벗어나는 것, 그 시도만으로도 새로운 전화점이 되어 찾아오기도 하니까. 더 나아가고 싶으면서도 머물러 있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낯선 자극은 버겁더라도 기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카페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달달하게 채워주는 치즈케이크까지 마음에 든다.
사실 전에는 이런 글을 쓸 때 마음이 불편했다. 글이란 건 나만의 독백이 되기도 하지만 글을 아웃풋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까 꼭 무언가를 줘야 하거나, 두서없는 이 글이 정리가 되어야 하고, 그 안에서 영감을 받았으면 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길어지고 길어지는 글이 언제부터인가 의미 없이 써 내려가는 형식에만 맞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어-라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크게 소리치고 있는 것처럼. 썼으니까 알아달라고.
그렇지만, 오늘의 한 줄이라는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누군가에게 ‘잘’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님을 안다. 추후에 시간이 지나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라는 작은 조각들만 발견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쓰는 거니까.
어쩌면 아주 작은 조각이라서 시간이 지나 봤을 때 이 글이 무슨 의미인지 막연하게 느껴지더라도 조금은 더 솔직해지고,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에 주저 없어진다는 것만 알아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은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들이 표현에 있어서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은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나열해 본다.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카페에서 글 쓰는 시간, 글 썼으니까 그림 그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