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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라 Jan 30. 2024

다시 수영

그 동안 여러 변화가 있었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변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운동을 꾸준히 할 때가 가장 좋은 삶을 살았던 것 같았다. 육상부, 유도, 검도, 야구, 선무도, 국선도, 요가, 등산, 자전거, 마라톤, 그리고 수영이다. 마지막은 수영이었다. 2013년에 처음 수영을 시작했다. 그 뒤로 수영에 미쳤다. 수영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수미사 카페는 딱 나같은 사람을 위한 곳이었다. 2018년까지 수영을 열심히 했다. 생각해 보니 수영을 하던 시절이 몸도 정신도 가장 좋았다. 2019년부터는 턱걸이와 링체조를 시작했는데, 평균 일주일에 30분 정도니 했으니 운동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삶의 결말을 생각하니 초조해졌다.    


2024년부터 수영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미리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지난 12월부터 시작했다. 한참때 체력이 100이라면 현재 체력은 10도 되지 않았다. 수영을 마치면 죽을 것 같았다. 오바이트가 나고, 너무 힘들어 잠도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상급반을 따라갈 기본 체력이 없었다. 딱 하루 상급반에서 수영하고, 다음 날부터 기초반으로 들어갔다. 모든 걸 처음부터 배우고 싶다 했다. 기초반도 힘들었다. 재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영했다. 한 달쯤 지나니 800미터 정도를 해도 할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체력의 절반 정도는 회복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쯤 B형 독감에 걸렸다. 거의 보름을 수영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냈다. 코로나보다 독감이 몇 배는 더 힘들었다. 이제는 독감도 나았고 체력도 좋아지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영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 끝내야지 끝내야지하는 글을 쓰고 있다. 하루에 5천자를 적는 것이 목표인데, 어제는 새벽에 5천, 낮에 5천, 도합 1만자를 적었다. 오늘은 새벽에만 1만자를 적었다. 낮에도 글을 쓰면 2만자는 쓸 것 같다. 하루 1만자를 쓰고, 쓴 1만자를 수정해서 매일 5천자의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20일이 지나면 초고가 나온다.


수년 동안 적게는 하루 천자, 많게는 5천자를 적어왔는데, 지금은 순식간에 1만자를 쓴다. 물론 모두 설사같은 글이다. 글은 기본적으로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고쳐쓸려면 고쳐쓸 재료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좋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수영 때문이라 생각하면 억측일까? 분명히 큰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다. 새해 들어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운동을 미루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바로 시작하셨으면 한다. 삶의 의미는 변화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고, 변화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모름’이 바로 ‘설레는 삶’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결과를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삶은 과정이니까. 삶의 최종 결과는 죽음이니,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허망함에 대한 집착이다.



P.S : 새벽에 글을 쓰고 샤워를 하듯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글의 피로는 글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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