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라는 메모 어플 때문에 컴퓨팅 환경을 맥으로 바꿨다. 다시는 윈도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맥은 강의용 PPT를 만들어야 할 때 조금 번거롭다. 키노트 등으로 작업을 해도 파일 변환이 되니 큰 문제 없다. 노트북을 강의장에 가져가야 하는 일도 거의 없다. 최종 확인된 ppt파일이 담긴 usb만 가져가면 된다. 강의용 ppt를 윈도우에서 열어 내용을 확인하는 것. 그게 윈도우 필요성 전부다. 익숙해지면 변환 파일을 완전히 믿게 될 테다. 그때쯤이면 확인도 필요 없다. 혹시라도 강의장에서 파일에 문제가 생기면? 괜찮다. ppt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사실 ppt는 구색일뿐이고, 대상자들과 즉석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점에서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며 진행하는 것은 재미도 의미도 없다.
베어를 사용하고 몇 달 지나 옵시디언을 만났다. 작년 여름쯤이다. 1년이 훨씬 지났다. 옵시디언 메모 프로그램을 통해 제텔카스텐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제텔카스텐을 이해한 지 16개월이 지났다. 간단한 개념인데, 완전히 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검색을 해도 다들 복사해서 붙여넣기 정보들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옵시디언과 베어를 함께 사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베어를 주로 쓰고 옵시디언은 보조로 사용했다. 옵시디언을 바짝 쓸때도 있고, 간헐적으로 쓸때도 있었다.
올해 여름에 제텔카스텐에 대해 제대로, 깊이 있게 알고 싶어 책을 샀다. 7월말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오늘에야 완독했다. 어려워서도, 재미가 없어서도,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다.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한 문장, 한 단락을 읽으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여러 사유와 연결되기 때문에 도저히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그 과정들은 설레고 기뻤다. 모두에게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내게는 영원히 채굴이 가능한 금광같은 책이다. 검색을 통해 대충 이해했던 제텔카스텐의 개념을 이제 제대로 알 것 같다. 제텔카스텐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곁에 두고 보고 또 보고 싶다. 밑줄 친 내용과 메모, 그리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내용들 모두를 내 DNA에 새기고 싶다.
‘메모 상자는 학습자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학습자가 다른 아이디어들로 구성된 네트워크 안에서 자기 생각을 분산되도록 내버려 두게 만든다. 학습하기, 생각하기, 글쓰기는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이 되어야 하며, 이것은 새로운 경험과 사실 조명 아래 자신의 사고 루틴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제텔카스텐
언제부터인가, 좋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바닥에 책을 놓고 절을 세 번 한다. 고마운 마음 때문이다. 이 책을 향해 매일 절하고 싶다.
P. S : 맥의 가장 큰 장점은 연결성이다. 맥의 연결성은 놀랍다. 제텔카스텐의 중심 개념도 연결이다. 30만원 주고 구입한 중고 2018년산 맥미니로 작업한다. 버벅거릴 때가 많지만 버티고 있다. 2024 맥미니 출시를 군대 제대날 기다리듯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