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상을 당했다
무릎이 채 낫기도 전인 레슨 2주 차. 공을 따라가며 스윙을 하다가 오른 발목을 접질려 넘어졌다. 코치님이 잘못해서 공 밟으면 6개월 쉬어야 한다고 늘 주의 주셔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막상 난 공을 밟은 것도 아닌데 혼자서 넘어졌다. 우매한 질문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운동에서 기본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테니스에서는 스윙폼이 기본이다. 코치님은 공을 보내주시면서 내게 자리에 가만히 서서 스윙을 하라고 했다. 폼을 제대로 만드는 데 오랜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니 초반엔 스텝보다 동작에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의욕이 앞서는 나는 공을 최대한 많이 받아치고 싶어 했고 발을 이렇게 고정하고서는 오는 공을 몇 개 조준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코치님은 초보인 내게 지금 공을 넘기기에 급급하면 스윙폼이 엉망이 된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럼 이렇게 한번 해보라면서 공을 나보다 좌우로 한 4-5미터 떨어진 곳으로 보내셨다. 한 대여섯 번 반복했나? 벌써 지쳤다.
잔발로 최대한 가까이 가서 거리 조절을 한 다음에 오른발 왼발 순서로 축을 짚고 힘을 실어야 하는데 발이 느리니 팔만 길게 뻗어서 공을 맞추려고 했다. (이게 바로 무너지는 스윙폼이다) 그리고 팔과 몸의 중심만큼 빨리 따라오지 못한 발이 접질려진 것이다.
그날따라 나는 워킹화를 신고 갔다. 내가 가진 세 개의 운동화 중에서 가장 굽이 딱딱하고 높은 운동화이다. (대충 흘려 보면 거의 등산화 수준이다) 처음 산 레깅스를 입었던가, 아무튼 그날 착장에 검은 운동화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나가기 직전에 갈아신었다. 최악의 선택이었다.
넘어진 걸 보신 코치님이 당황해하시며 운동화가 위험해 보였다고 하신다. 하긴 코트 종류에 따라 미끄러지면서 칠 수도 있어야 하는데(클레이) 턱턱 브레이크 걸리는 워킹화가 웬 말인가. 장비를 갖추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괜찮냐 물으시는데 조금 앉아있다 보니 지잉- 하고 발목 인대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이라서 괜찮은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럼 마저 치자고 하셨는데, 그건 지금 생각하니 좀 아찔하다. 괜찮지 않았다. 접질린 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발목 통증이 적잖이 남아있다.
발목 때문에 그날 이후로 레슨을 열흘 정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