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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May 02. 2024

남해: 그때 그

일기. 그냥 웃자고 쓰는....

그 기억이 좋아서

깔끔하고

야들하고

담백한

결혼 안 한

제 자식 낳아보지 않은

삼십 대 남자 같아서


그날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았는데


내가 아무리

하양 바지에 분홍 니트를 입고

혼자서 홀짝홀짝 걸어 들어갔다고 해도

긴 머리에 핑크립이 얼핏 보아 이뻐 보였다고 해도


국밥을 모르는 여자처럼 보였나

돼지국밥보다 천원비싼 모둠국밥을 시켰는데

고기는 질기고 국물은 누리고


변심한 애인을 앞에 둔 것처럼

되돌릴 수 없는 절망과

내쳐진 것 같은 슬픔에

내 속은 뻘 속으로 빠져버린 것 같아


내가 아무리 사랑을 모른다고 해도

내가 어찌 국밥을 모를 수 있겠는가


이러하기에

남자를 오래 만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모든 남자가 별처럼 영롱하게 남았다



https://brunch.co.kr/@go-yo/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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