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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Apr 02. 2024

하동 1: 돼지국밥

새벽길 나선 하동행

별천지 같은 그곳에서

감탄과 감탄과

마음껏 지르고 싶은 함성을 꾸욱꾹 누른다고 애를 썼더니

오는 길 허기가 지는데

퇴근시간 막히는 국도변에는 식당하나 보이지 않고

마산 들어와 근처에 있는 국밥집을 찾다가

이 집이 맛있는 집인지 평이 어떤지 불안해

조금 더 달려 집 근처 국밥집에 갈까 하다가


남자 만나는 것도 아니고

국밥하나 먹는 것도 마음대로 못 먹을까

이 지역 저 지역 곳곳마다 국밥집

이 집 저 집 국밥간판 단 곳

어디든지 들어가 국밥 한 그릇 먹지 못할까

자신만만하고 호기롭게

선택이 잘못되었다한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국밥 한 그릇 주문하고 앉았는데


국밥 한 그릇 구천 원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자랑스럽다가

내 차 트렁크에는 삼대째 빚어온 특산주

하동 악양주조장 찾아 산 악양막걸리가 있는데

뜨뜻한 국물에 막걸리 한 사발 두 사발

해서는 안 될 발칙한 상상을 하다가


기대이상으로 적당히 보드라운

결혼 안 한 남자 살맛 같은 고기 수육에

고기냄새 확실하고 국물맛 깔끔한 국밥맛을 보고는

아차차 국밥 곱빼기로 달라는 말을 못 했네


남자 만나는 것도 아니고

다시 못 만날 사이도 아니고

국밥 한 그릇 먹겠다는데

이십사 시간 이곳에서 나를 기다려 준다 하니

언제든지 열려있는 집이라 하니


맛볼 국밥집 많고 많지만

내 다시 오겠노라고

끈덕한 노래 들으면서 마창대교 넘어와

다시 한번 내 속을 허락하겠노라고


일인상 받은 국밥상에

막걸리 한 병 있으면 딱인데

아쉬운 대로 소주라도 한 병 있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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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돼지국밥    

 

새벽길 떠난 하동행 별천지 같은 그곳에서

막히는 국도변 식당 하나 안 보이다가

눈에 띈 국밥집이 맛집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남자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한 그릇 국밥쯤이야     

어린 남자 살맛 나는 야들한 수육 고기

아차차 곱빼기로 달라는 말을 못했네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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