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나선 하동행
별천지 같은 그곳에서
감탄과 감탄과
마음껏 지르고 싶은 함성을 꾸욱꾹 누른다고 애를 썼더니
오는 길 허기가 지는데
퇴근시간 막히는 국도변에는 식당하나 보이지 않고
마산 들어와 근처에 있는 국밥집을 찾다가
이 집이 맛있는 집인지 평이 어떤지 불안해
조금 더 달려 집 근처 국밥집에 갈까 하다가
남자 만나는 것도 아니고
국밥하나 먹는 것도 마음대로 못 먹을까
이 지역 저 지역 곳곳마다 국밥집
이 집 저 집 국밥간판 단 곳
어디든지 들어가 국밥 한 그릇 먹지 못할까
자신만만하고 호기롭게
선택이 잘못되었다한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국밥 한 그릇 주문하고 앉았는데
국밥 한 그릇 구천 원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는 내 능력이 자랑스럽다가
내 차 트렁크에는 삼대째 빚어온 특산주
하동 악양주조장 찾아 산 악양막걸리가 있는데
뜨뜻한 국물에 막걸리 한 사발 두 사발
해서는 안 될 발칙한 상상을 하다가
기대이상으로 적당히 보드라운
결혼 안 한 남자 살맛 같은 고기 수육에
고기냄새 확실하고 국물맛 깔끔한 국밥맛을 보고는
아차차 국밥 곱빼기로 달라는 말을 못 했네
남자 만나는 것도 아니고
다시 못 만날 사이도 아니고
국밥 한 그릇 먹겠다는데
이십사 시간 이곳에서 나를 기다려 준다 하니
언제든지 열려있는 집이라 하니
맛볼 국밥집 많고 많지만
내 다시 오겠노라고
끈덕한 노래 들으면서 마창대교 넘어와
다시 한번 내 속을 허락하겠노라고
일인상 받은 국밥상에
막걸리 한 병 있으면 딱인데
아쉬운 대로 소주라도 한 병 있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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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돼지국밥
새벽길 떠난 하동행 별천지 같은 그곳에서
막히는 국도변 식당 하나 안 보이다가
눈에 띈 국밥집이 맛집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남자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한 그릇 국밥쯤이야
어린 남자 살맛 나는 야들한 수육 고기
아차차 곱빼기로 달라는 말을 못했네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