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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Dec 07. 2024

당신에게

그랑블루 그리고 J블루, 진의장(JCC 재능 아트센터)

진의장, 밤바다


사실은 두려움이 매우 컸습니다


밤바다 앞에 서 본 적이 있나요

인적 없고 가로등도 없고 

저 멀리 아주 멀리서 등대 불빛 하나 깜박일 뿐인

감감한 밤바다에 서 본 적이 있나요

거리도 깊이도 가늠할 수 없는, 그 무엇도 예상하지 못할 두려움과 공포 앞에 서 본 적이 있나요

다시는 빛이  것 같지 않은 밤바다였습니다


물러날 곳 없는 어둠이 등 뒤에 있었습니다

언제고 저 깊이에로 침수하여도 이상할 것 없는

바로 그 밤바다에 선 것 같았습니다.



진의장, 깊고 푸른 밤

당신이 끌어준 이곳,


밤거리-

여전히 깊은 어둠 속이지만

어슴푸레한 불빛 속 길이 보이는 거리 위에 선 듯 니다


단지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다를 곳이 어디쯤인지 알지 못해도

딛을 길이 있다는 사실이 희망이 되기도 했습니다

추위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만한 불빛 속 발을 내딛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한의 어둠으로부터 밤거리로 나오기까지

빛 같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진의장, 꽃아~~~~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무사하보낸 오늘에 감사합니다

오늘의 기회를 주어서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티끌을 꽃씨라 여겨주시어 결국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어둠과 두려움과 겁에 질린 공포와

가늠할 수 없는 깊이에로부터

땅 위에 두발 딛게 해 주시고

끝내는 꽃 피워낼 수 있게 끌어주어서 감사합니다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은 아니지만

어느 산길 걸음 멈추신 곳에서

소박하게 팡- 꽃망울 터트릴 수 있음이

모두 덕분입니다


克己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래 맺혀있던 망울을 터트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

감사합니다





꽃밭의 독백

-사소단장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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