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의 의심과 그의 자존심.

by Om asatoma Mar 23. 2025



1. 의심


순수한 동기로 맺는 관계보다는

어떠한 목적을 가진 의도적 접근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을 것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마도 여러 번 거듭해서 상처를 받는 일들이 쌓여갔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한 번에 와락 누구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며,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그리고 진정성이 깃든 순수한 관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검증의 과정은 까다롭고 길게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내게서 이러저러한 점이 의심된다 했을 때_

본인이 먼저 다가와 놓고서는 그 마음을 받아주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것이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을 것이며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을 그를 생각하니 조금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의심은 다 해보라고,

어떠한 검증이든 기꺼이 응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그에게 그렇게 직접 말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의심하는 건 아니고'라는 표현을 각각 다른 상황에서 여러 번 사용한다.

아마도 의심의 행위자체가 바람직하거나 혹은 아름다운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의심이라고 지칭되는 그러한 사고의 과정을 스스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가 의심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상처를 덜 받기 위한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종의 장치임을 스스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설사 그것이 사회적으로 박수받을 반한 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선은 내가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유년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될

그를 향한 직접적인 접근이든

그의 환경이나 그의 주변인을 향한 간접적인 접근이든

그 순수성을 검증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짊어지고 태어난 하나의 과제이다.

그 과정을 얼마나 괴롭지 않게, 타인에게 적게 노출시키면서 관계를 유지시키면서 적절한 선에서 처리해내는가 하는 역량을 그는 아마 키워와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한 고됨에 대하여 따뜻하게 토닥여주고 싶다.

나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적잖이 긴장되는 일일 것이며

있는 그대로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하여 괴롭게 생각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함으로써 자신이 깊이 상처받는 것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여러 상황과 관계들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했을 것이다.

물론  이미 여러 번의 아픔이 있었겠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한 배움도 있었을 이다.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누구에게나 숙제가 있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의심이라기보다는

숙고의 과정이며

조심스러운 접근이며

섣불리 마음을 열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여서 괴로워하지 말기를.

못마땅해하지도 말고

본인이 특별히 까다로워서 그러한 것도 아니라고..



나의 경우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모두가

순수하게, 진실로, 정성을 다해, 성실하게,

어려워하며, 일정한 거리에서, 조심스러워하면서 다가와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고

시간과 관계없이 영혼과 영혼이 통하는 느낌을 주었으며

온 마음을 다해 나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이것은 내가 받은 복 중에서 가장 큰 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2. 자존심 그리고 프라이버시


대화 중에 상대의 자존심과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태도뿐만 아니라 그러한 단어를 자주 쓰기도 한다.


이는 다른 말로 본인의 자존심과 본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오는 것도 달갑지 않으며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도 뒤따랐을 것이고

그로 인해 자존심도 아마도, 매우 강할 것이다.


이 역시 매우 긴장된 상태로 살아왔음을 말한다.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

야생의 장에서 무언가를 지켜 나간다는 것은

불철주야 신경을 바싹 곤두세워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삶의 터전과 같은 유형의 것이든

심리적 공간이나 정체성, 자아의식, 주체성과 같은 무형의 것이든.


그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지켜내기 위해서 애쓴 시간들에 진심의 박수를 보낸다.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본인이 애쓰지 않아도 이미 공고해진 그만의 영역이 있고, 그만의 존재감이 있기 때문에 조금 편안하게 숨을 쉬면 좋겠다.

조금은 긴장을 놓고 호흡을 이완시킨 채

바람의 결과 햇살의 따사로움을 맨몸으로 받아내면 좋겠다.

그동안의 수고에 대하여 본인 스스로 토닥일 시간이 왔다.


어쩌면 우리는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조금 통할는지도 모르겠다.

실체적인 중량감은 다르다고 할지라도

각자의 삶에서 그것을 위해 쓴 에너지의 상대량은 비슷할 것이다.


나의 경우,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상대의 삶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내 삶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고,

각자가 타고난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므로

굳이 그러한 것들까지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도 없고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생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함부로, 겁 없이, 때로는 감히,

나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가는 중이므로.




짧은 시간 잦은 만남과 깊은 교감이 있었다.

그가 썼던 단어들 중에서

유난히 도드라지게 들렸던 두 단어에 대한 내 생각을 남긴다.



그의 삶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었던 두 단어. 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쑥 전화를 걸 수는 없어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