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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Apr 05. 2023

강강약약형 인간

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33.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인간. 약한 자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강한 자에게는 다소 건방진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 유형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라는 사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예전의 나는, 강한 자에게나 약한 자에게나 한결같이 강하지 못했다. 아니, 그것보다는 싸움의 의지가 없었던 사람이었달까. 살다 보면 싸워서라도 쟁취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싸우지 않았다. 


귀찮아서일까 아님, 용기가 없어서였을까? 이제와 돌이켜 보면, 싸워서 쟁취해야만 할 목적도, 용기도 없었던 것 같다. 싸움이 익숙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적인 양보와 인내가 미덕인 줄로만 알았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틀에 박힌 교육도 한몫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이제와 생각해 보면 모두와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는데, 그 시절 어른들은 왜 그리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고만 했을까? 내 영혼을 갉아먹는 존재에게 굳이 양보하고 인내하며 너의 행동이 옳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자라온 아이가 사회에 발을 들여, 본격적인 어른으로 살아갈 때야말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직장 내 부당한 대우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도 여러 차례 접한 적이 있다. 물론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그들에겐 그 직장이라는 곳이 세상의 전부였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서 항상 직장이라는 곳과 마음속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적정 선을 그어놓고, 선을 넘어오는 사람에게는 즉시 나쁜 사람이 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성장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내게 회사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지만, 다르게 보면 나에게 고마운 인생 선생님이기도 하다. 회사라는 곳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다 보니, 사람들과 부대끼며 한 단계씩 성장을 거듭하게 된 것이다. 


물렁물렁하기만 했던 과거의 나에게 단단한 껍질을 만들어준 곳, 그곳이 바로 회사인 샘이다. 어느새 나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거나 갑질을 서슴없이 해대는 사람들에게, 여유를 머금은 눈빛으로 차가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프리랜서의 길이 현실적으로는 매우 험난하다고들 말한다. 매월 수입도 일정하지 않고 어떨 때는 수입이 없을 때도 있다는 걸 안다. 어떤 프리랜서의 경우, 초기 1~2년 동안 수입이 없었지만 결국엔 성공한 케이스도 보았다. 과연 그들에게 인고의 세월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본 그들의 공통점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이들 또한 평범한 사람이고,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이들도 해낸 일을 내가 못할 리 없다. 프리랜서에게는 누구보다 나를 믿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생활이 내게 주는 행복은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행복감은 앞으로도 인내하며 꾸준히 노력할 의지력을 높여준다. 이 행복 또한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견뎌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내가 여기서 회사 생활을 굳이 사회생활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생활을 안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도 결국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사회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장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오히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보다 더욱 험난하고 치열한 전쟁터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회사 생활과 사회생활을 엄연히 구분하곤 한다.




강강약약형 인간강약약강형 인간, 선택은 본인 몫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나는 적어도 정의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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