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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EVAN Mar 13. 2019

빌어먹을 ‘하얀 날’

캔디맨

Photo by Laura Ockel on Unsplash

‘화이트 데이’에 관련된 기사들을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블링> 에디터들은 왜 이런 기획을 하지 않았을까? ‘혼을 내야겠다.’라고 생각이 들다가 문득, ‘왜?’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얀 날이 뭐길래.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은 ‘밸런타인데이’,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은 딱 한 달 후인 ‘화이트 데이’. 누가 만들었을까? 학창 시절, 매월 14일은 기념일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청소년기 ‘연애’라는 초유의 관심사가 맞물려 있으며 지금 생각해보니 귀엽다. 2월 14일은 가장 그럴듯하고 유명한 ‘밸런타인데이’. 특히 우리나라나 동양 문화권에서는 곧 죽어도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여겨진다. 참으로 우매하다.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다. 사탕을 만드는 회사에서 만들었겠지. 4월 14일은 ‘블랙 데이’.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 데이에 아무것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다. 외로운 영혼들의 보상심리가 아닐까 싶다. 5월 14일은 ‘로즈 데이’. 꽃을 선물하기 좋은 계정이니까. 6월 14일은 ‘키스 데이’. 꽃을 선물해서 연애를 시작하고 한 달 후 아주 좋은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7월 14일은 ‘실버 데이’란다. 연인끼리 반지를 선물한다고. 금은방에서 만든 날인가? 혹은 ‘아이스크림 데이’. 데이트하면서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을 먹는 날이다. 뭔가 그럴듯하다. 8월 14일은 검색해보니 ‘그린 데이’라는 데, 연인끼리 산림욕을 하는 날. 억지스럽기 시작했다. 보통 여름휴가를 많이 가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는 ‘키스 데이’에서 한 단계 나아가는 날로 여기기도 했다. 9월 14일은 ‘포토 데이’, 10월 14일은 ‘와인 데이’,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 연애를 하면 매월 챙길 것도 많겠다. 생각만 해도 억지스러운 ‘빌어먹을’ 기념일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는 다른 기념일들에 비해 오래되었고 여러 가지 설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물론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날로 여겨지기도 한다. 


<밸런타인데이 유래>

1. 로마의 핍박받던 ‘발렌티노’라는 크리스천이 감옥에 갇혔을 때, 교도관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참수형을 당하는 날, “당신의 밸런타인으로부터(From You Valentine)” 사인이 담긴 러브레터가 널리 알려짐.


2. 로마의 여인들은 유리병에 자신이 쓴 쪽지를 담아 남자들이 뽑아 연인이 되는 관습이 있었는데, 로마의 신을 기리는 축제였다고 함.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하며 ‘신’을 섬기는 문화가 없어졌는데 축제의 이름을 성 발렌티노의 이름을 빌어 밸런타인데이로 불리게 됨. 


3. 3세기 로마에서 전쟁을 핑계로 군대의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결혼을 금했다고 함. 그러나 발렌티노라는 로마 가톨릭 주교가 왕에게 맞서 결혼식 주례를 서다가 들켜 2월 14일에 처형됨. 


이처럼 밸런타인데이는 조금은 슬픈 유래가 있다. 이런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초콜릿을 선물하며 유럽, 아시아로 퍼져나갔는데 1930년대 일본의 한 제과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밸런타인데이에 과자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시행했는데 별 호응이 없었다고 한다. 1950년대에 이 제과점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홍보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대만과 한국까지 전해지며 지금에 이르렀다. 화이트 데이 역시, 1960년대 일본의 한 제과업계의 마케팅 수단이었다. 딱 한 달 후인 3월 14일에 하얀 마시멜로를 선물하는 날로 지정해 홍보를 해왔고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 마시멜로 등을 선물하는 날로 지정해 홍보하면서 중국, 대만, 한국까지 전파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화이트 데이의 개념조차 없다고 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화이트 데이를 기념하며 핑계 삼아 좋은 선물을 하는 건 본인의 ‘자유’지만, 오래전 일본의 한 제과점의 마케팅 수단에 노예가 되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기 바란다. 물론, 에디터는 지금 바로 ‘로맨틱’하게 사탕 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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