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 10년차. 와이프 앞에서 방귀도 뀌고 온갖 더러운 행동을 일삼는 이 시대 전형적인 유부남이지만, 나에게도 젊음은 있었다. 여자 친구 앞에서 설레고 부끄러워하던 그 시절 말이다. 특히, 처음으로 여자 친구의 원룸 자치방에 간 날은 잊을 수 없는 설렘으로 남아있다. 혹시 발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가까이 가면 땀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조심성에 발목을 잡는 녀석이 있었으니, 오래 시간 함께한 장트러블이었다. 급한 마음에 여자친구 집 화장실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방과 달라붙어 있는 원룸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소리와 냄새 때문에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소리는 그나마 해결이 가능했다. 물을 틀어 놓거나, 핸드폰 음악을 크게 틀어 놓으면 된다. 문제는 냄새였다.
‘혹시 내가 나가고 여자친구가 바로 화장실에 들어오면 어쩌지?’
아무리 방향제를 뿌리고 뚜껑을 덮어놓아도 해결되지 않는 냄새 앞에 늘 노심초사였고, 이 문제는 그 후로도 수년 동안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 여자친구의 남동생. 지금의 처남이 일본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길에 이름도 요상하고, 생긴 것도 요상한 ‘한방울’이라는 제품을 선물해줬다.
온통 일본 말이라 정확한 성분이나 사용법은 모르겠지만, 일단 제품 이름에서 감이 딱 왔다. X을 싸고 나서 그 위에 한 방울만 톡 뿌려주면 거짓말처럼 냄새가 사라지는 제품이었다. 고급진 방향제 냄새라고나 할까? 정확히 묘사할 수는 없지만, 화장실안에 기분 좋은 향기가 퍼진다. 한마디로 한방울은 냄새를 향기로 바꿔주는 제품이었다. 처음 써보는 순간 그 향기에 반했고, 그 향기에서 좋은 기획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화장실 x냄새를 맡으면서 ‘아 냄새…드럽게 오래가네’ 라고 불평 불만만 하고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혹은 휴지로 코를 막거나, 오랜 시간 기다렸다 들어가거나, 소음 가득한 환풍기를 돌리는 미봉책을 활용했다. 하지만, 일본의 어느 기획자는 이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고 보다 기분좋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게다가 이름도 한방울이다. 변기냄새 제거제, x냄새 제거제 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냄새는 늘 사람들의 고민 거리다. 옷 냄새를 잡기 위해 페브리즈가 나왔고, 음식 쓰레기 냄새 고민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가 해결해 준다. 입 냄새는 가글이 담당하고 있고, 옷냄새는 최근 등장한 스타일러가 전담 마크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냄새가 어디 이것뿐일까? 아직 세상에 남아있는 냄새는 뭐가 있을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냄새관련 이슈는 없을까? 혹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냄새 제거 방법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까? 1리터가 아닌 1방울로 가능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 아직 해결되지 못한 냄새에 시선이 닿는 순간 그곳에서는 어김없이 기획의 기회가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그 냄새가 향기로 바뀌는 그 순간, 그 지점에서 또하나의 기회가 만들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