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영어의 시작은 ABC, 기획의 시작도 ABC
기획
Around
앞서 다양한 기획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형태도, 분야도, 대상도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 일상이나 주변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이라는 점이다.지면의 한계로 책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숙박업의 판도를 바꾼 에어비엔비, 중고 시장의 거물이 된 당근 마켓, 새벽 시간을 지배하는 마켓 컬리의 시작도 모두 일ㄱ상의 관찰과 경험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기획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획을 할 때 검색을 하거나, 자료를 찾거나, 조사를 먼저 시작한다. 혹은 기획을 마치 대단한 분석 과정이나 프로세스로 생각하고 SWOT 분석, 3C분석, 매트릭스,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등 수많은 분석도구와 방법론을 떠올린다. 물론 기획에 정답이 없기에 이 방법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기획, 창의적인 기획은 일상의 경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관찰하거나 일상의 경험 속에서 ‘오? 이런 문제가 있네? 이거 해보면 어떨까?’ 하고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다. 해보고 안되면 다시 한다는 자세로 일단 가볍게 시작해 보면 된다. 물론 기획을 실행하고, 고객을 설득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기까지는 멀고도 험한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그 시작만큼은 가볍게 ‘툭’ 했으면 한다.
Bus 안에서
미국의 뇌과학자인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연구 논문에서 우리 뇌가 쉬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때,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창의성과 통찰력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발견과 통찰은 쉴 새 없이 정보에 노출되고 사고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뇌 활동을 멈추고 휴식하는 상태에서 생겨난다는 뜻이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의 창의력이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은 아무 생각 없이 정보가 차단되는 순간이었다.
관련해서 3B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각각은 Bus, Bath, Bed를 의미하는데, 상대적으로 정보에 노출되는 빈도가 적은 공간에서 그 동안의 정보와 생각들이 얽히면서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버스를 타고 멍하니 이동하다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오르고, 샤워를 하다가 불현듯 아이디어가 생각나거나, 자려고 침대에 누어서 잠을 청하는 순간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들이 춤을 추는 경험. 바로 이런 순간들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발동되는 순간이다.
이때 이런 생각들을 머리 속에만 남겨둔다면 기획은 시작되지 않는다. 머리속이 아닌 노트에 꽉 붙잡아 놔야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에 만족하고 메모하지 않으면, 집 나간 아이디어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한 생이별만 남을 뿐이다. 1시간뒤, 10분뒤, 1분뒤도 아닌 아이디어가 떠오른 바로 그 순간 메모를 해야 효과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뇌를 되새김질 해도, 그 순간의 결정적인 생각과 느낌을 똑같이 기억해 내지 못한다. 생각이 떠오른 순간 바로 메모를 하거나 녹음을 해야 그 순간의 경험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하찮다거나, 귀찮다거나, 별거 아닌 것 같다고 해서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된다. 그렇게 놓친 아이디어에 빛나는 기획의 기회가 숨어있을 수 있다.
Change from Confidence
예능 PD로 성공을 거둔 나영석PD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많은 시청자분들이 제가 만든 프로그램들을 사랑해 주시지만, 사실 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마다 늘 불안합니다. ‘이게 될까?’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냥 한번 해보는 거죠. 어차피 결과는 알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나영석 PD를 성공의 아이콘으로 생각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의 머리속에서는 늘 ‘될까?’ 와 ‘된다’가 사투를 벌인다고 한다. 다행히 그 사투 끝에 늘 ‘?’ 가 아닌 ‘!’가 남기 때문에 안방극장에서 1박 2일,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와 같이 웰메이드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늘 기획 앞에 망설인다. ‘이게 되겠어?’, ‘말이되?’,’이미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좋은 기획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가능성을 막는 것은 머리 속 생각일 뿐이다. 일단 부정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세상에 정답은 없으니까, 한번 해보고 안되면 다시 하면 된다.
“진짜 문제가 뭔지 알아? 철조망은 농장주위에 있는게 아니라 너희 머릿속에 있어”
-영화 치킨런 명대사-
일상에서 기획을 발견하고, 평소의 생각을 잘 모으고, 될까? 를 된다! 로 바꾸고 실행할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기획은 그 어떤 방법보다 자신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토익도, 회화도, 라이팅도 영어의 기본이 ABC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기획도 그렇게 ABC 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 브런치북이 여러분들의 기획을 시작하는데, 그리고 그 기획으로 세상을 밝히고 이롭게 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보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싶은 분들께는 [시선의 발견] 일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