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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pr 07. 2024

명사뭉치기 표현을 자제하고 적절한 조사를 연결해서 쓴다

명확한 문장 4


보고서 문장 표현에서 불문율처럼 여기는 말 중에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쓴다’ 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문율이 종종 깨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일명 명사 뭉치기라고 하는 표현입니다. 문장의 조사를 대부분 생략하고 명사만 연결해서 썼다는 의미입니다.


Ex) 현장 조사 불필요 조치후 대면 인터뷰 진행 



우리는 보통 말을 할 때, 



“오늘 영희랑 영화보러 가야겠다. 어플에서 티켓 미리 예매 해놔야지.” 



라고 하지, 



“금일 영희 동반 영화 관람, 어플 티켓 사전 예매 필요” 



라고 딱딱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말에서도 글에서도 지나친 조사의 생략은 문장을 딱딱하게 만들고 이해도를 떨어뜨립니다. 적절한 조사 사용으로 문장을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이런 딱딱한 문장이 종종 등장해서, 가독성을 떨어뜨리고는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ㅁ 추진 배경

ㅇ 종합병원 MRI 검사 여부 조회 불가능하여 의료 쇼핑 발생 및 지급 불필요 경비 요구 증대



문장이 딱딱하고 읽기도 불편해서 내용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러 번 읽고 나서야 비로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고쳐쓰면 어떨까요? 



ㅁ 추진 배경

ㅇ 종합병원이 MRI 검사 여부를 조회할 수 없어, 환자들이 추가적인 진료를 요구하는 

   의료 쇼핑과 불필요한 경비 지급 사례가 증가함



물론, 조직에서 보고서를 쓰다 보면 상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피드백 중에 하나가 ‘간결하게 써라’ 입니다. 이런 피드백을 반영하는 가장 쉬운 지름길이 문장에 포함된 조사를 제거하고 명사로만 연결된 문장을 쓰는 것입니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조사가 생략된 문장이 ‘간결하고 좋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가 빠진 문장은 읽기 불편하고,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불친절하기까지 합니다. 아래 두 문장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9월 추경 추가 근무 수당증액 미반영시 무력시위 예정 vs

9월 추경에서 추가근무 수당이 증액되지 않으면 무력시위 예정



노동부 지난달 현장 조사 착수 불구 원인 미발견 향후 조치 불분명 vs

노동부가 지난달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나, 원인을 발견하지 못해 향후 조치가 불분명함



특히, 한 두 문장이 아니라 보고서 전체를 명사 뭉치기로 도배해 놓은 보고서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짜증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아래 보고서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XX 기관 보고서 작성 실습에서 어느 교육생이 작성한 내용입니다.


  

□ 배경 

◦ 아동보호기관 교육 매년 실시중, 교육 방법 비대면 교육 한정 다수 민원 발생 

◦ 코로나19 이후 대면 교육 진행 감소, 수요자 요구 증대 사례 발생 

◦ 아동보호기관 학대 예방 담당자 역량 강화 위한 성공적인 대면 교육 방법 모색 

    고민 필요



정말 명사 뭉치기의 끝판 왕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 내용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개략적인 내용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아래 내용처럼 수정했다면 수요자 입장에서 한결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배경 

◦ 아동보호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교육을 실시하지만, 교육 방법이 비대면 교육에 

    한정되어 다수 민원이 발생함 

◦ 코로나19 이후 대면 교육 진행이 감소하여, 수요자 요구가 증가함

◦ 이에, 아동보호기관 학대 예방 담당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성공적인 대면 

    교육 방법을 제안하고자 함


관련해서 2017년 xx시 해경은 업무 협조를 위해 다른 기관에 보고서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운 한자가 많고 문장이 부자연스러워서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쉬운 표현으로 고쳐 쓰자는 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해경에서 제시한 예시입니다. 


변경전:

본정 관할 해역 경비타 표류 전마선 컨택 예인색 조출코 결박 안전 해역까지 예인에 당함                                                       


변경후:

우리 함정은 관할 해상을 경비하다가 표류하던 소형선박을 발견하고 예인줄을 내어 고정한 뒤 안전한 해상으로 예인 실시 중에 있음 



의미있는 시도이자, 보고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불필요한 조사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ㅁ 매장 운영 방향 

  - 고객 동선 최소화와 대기 시간 감소를 위해 매장안 입구에 키오스크를 설치를 함 



위 문장의 경우 목적격 조사 -을/를'이 불필요하게 반복해서 사용되고 있고,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아래와 같이 고쳐씁니다. 



ㅁ 매장 운영 방향 

  - 고객 동선 최소화와 대기 시간 감소를 위해 매장안 입구에 키오스크를 설치함 



아래 문장에서도 불필요한 조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ㅁ 가입 절차

   - 사용자의 프로필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서 승인여부를 결정함



관형격 조사 ‘의’가 반복되고 있어 문장을 읽기에 불편하고 어색합니다. 이때는 한쪽에서 ‘의’ 를 제거하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ㅁ 가입 절차

   - 사용자 프로필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서 승인여부를 결정함





우리 몸의 뼈와 뼈를 이어주는 관절이 없거나 닳아서 약해지면 뼈가 삐그덕 거리고 뼈 마디가 아픕니다. 마찬가지로 문장에서 관절 역할을 하는 조사가 부족하거나 누락되면 문장이 삐그덕 거리고 아플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조사는 생략하되 적절한 조사를 사용해서 문장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하고, 상대방의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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