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Jul 22. 2023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세상 큰일이 되었다.

8. 모기가 들어왔다.


모기의 등장

평소 우리 집은 모기를 구경하기 힘든 편이다.

아파트 12층이기도 하고, 모기의 유입 경로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통하고, 복도를 통하고, 우리 집 현관문을 연 뒤에, 중문까지 열고 들어와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모기를 볼 일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다. 모기가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여름에는 모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런데 평소에는 그렇게도 보이지 않던 모기가, 애기가 집에 온 첫여름, 바로 등장해 버린 것이다.


평소 같으면 사실 모기약도 잘 치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 두면 자다가 앵앵거리면 불 켜고 바로 잡아버리던지, 아니면 무시하고 있으면 며칠이내로 없어지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비상이다.

집에 애기가 있다 보니 모기에 물리면 꽤나 번거롭게 되기 때문인데, 우선 모기 잡는 스프레이뿐만 아니라 홈매트, 홈키퍼 등 전자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아내는 모기를 먼저 잡아야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이 한가득이다. 밤새 아기가 모기에 물리면 어떡하냐면서..

만약 아기가 모기에 물리게 된다면 별일 없이 지나가주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어떻지 모르기 때문에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모기 물린 자리에 약도 못 발라주는데 반응이 크게 나타난다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찾아보니 계피를 이용해서 천연 모기기피제를 만들고 아기 침대 주변에 둔다는 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선 아기 침대에 모기장을 쳐놓고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세상 큰일이 되고야 만다.


보이든 말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모기.

사실 나는 모기에 물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하루이틀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가라앉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뭐 잠잘 때 앵앵거리면 좀 짜증 나는 정도..?

이렇게 일상 속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들이 아기의 존재와 함께 큰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평소에 모기에 대한 대비를 안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갑작스럽게 모기장을 찾아서 아기 침대에 쳐주고, 모기기피제 어떻게 만드는지 찾아보고, 등등..

아기가 모기에 물렸을 때 사실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크게 느끼는 것 일수도 있다. 내가 지레 겁먹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게 또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도 없게 된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이렇게 크게 느껴진다는 게 웃기기도 한다.


앞으로 살면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기가 헤쳐나가야 할 일들을 이번 일을 통해서 가늠해 본다.

나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인 것들을 아기가 겪으면서 ‘소소한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기에게도 아무것도 아니길. 혹은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는 정도의 일이길 바라본다. 인성, 사회성, 친구들과의 관계, 공부, 운동 그 어떤 것이든..

아기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성장을 하게 되고, 아기가 스스로 경험하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영향을 받을지, 혹은 끼칠지 판단하지 못한다. 그저 경험하면서 배워나갈 뿐일 것이다. 부모는 이 과정에서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올바른 길을 안내해 주고 가이드를 줘야 할 것이다. 피해 갈 수 있는 길은 피하도록 알려주고, 나름대로 안전한 길을 알려주려고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기는 소소한 도전들을 이겨내며 성장할 것이고 지혜를 쌓아갈 것이다.

나는 아기가 건강하고 올바른 길을 잘 선택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아기와 함께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아기를 처음 만났던 그날을 떠올려보면, 벌써 이렇게 컸구나 체감한다. 아기의 앙앙 거리는 소리도 너무나도 귀엽고 소중하다. 안아주고 달래주는 시간 동안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빤히 쳐다보는 순간에는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금 더 커서 옹알이를 하게 되고, 아기가 본인의 의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그날이 왔을 때는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기를 보면서 나 역시 아기를 잘 가르치고 좋은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또 모르지 이 작은 아기가 다 컸을 때 이런 웬수가 없다고 할지도. ㅋㅋ


당시에는 큰 일 같아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아빠가 이끌어주기도 하고, 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쉬면서 잘 걸어 나가길.





이전 08화 아기에게는 매 순간 모든 것이 ‘도전’이 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