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 맥길리스
전직 정부 고위층을 (국가 구매 총책임자: 한국으로 치면 조달청장 정도?) 회사로 영입해서 소상공인이 담당하던 정부 물품 공급을 독점하고, 소상공인을 온라인에 입점시켜(입점하지 않으면 대형 고객들의 주문을 받기 힘들어짐) 수수료를 그 업체의 마진만큼 가져가고, 이렇게 입점된 소상공인의 경쟁력 있는 제품 정보를 수집했다가 유사물품을 자신들의 이름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물류창고 입지 선정에서 지자체들의 조세 혜택을 받아내고, 그 물류창고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휴식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으며 최저시급으로 인력을 운용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은폐하기 급급하고, 가뜩이나 빈부격차, 공동화, 마약 등으로 고통받는 지역을 외면하고 비즈니스에 유리하고 부유한 곳만 목표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로비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변화시키고 규제를 완화하고, 엄청난 에너지(심지어 재생에너지도 아닌)를 사용해야 하는 데이터센터를 계속 확장시키고,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범이 되는 회사. 바로 아마존이다.
예전 회사에서 팀에 6개월 근무하는 인턴들에게 글로벌 경제 이슈, 한국의 경제 이슈, (회사의) 글로벌 산업 동향, 국내 산업 동향, 경제 관련 서적 서평 중 매월 카테고리 하나씩 골라서 나와 발표 주제를 고르고 직접 공부한 후 회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한 자료를 만들어 팀원들에게 발표시키는 일을 했다. 팀원들이 바빠서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을 듯하여 인턴에게 수업을 듣고, 인턴도 주제 하나를 어떻게 잘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발표하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꼬셔서 시켰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그때 선택된 주제 중 하나가 리나 칸의 로스쿨 시절의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을 간추려서 소개하기였다. 아마존이 낮은 가격의 힘으로 독점기업이 됐는데,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독점하는 새로운 행태로 인해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논문의 반향으로 바이든 정부의 연방거래위원장(우리로 치면 공정거래위원장)에 파격적으로 발탁됐다. 뭐, 그 뒤엔 헛발질을 좀 하는 것 같던데, 그래도 IT 플랫폼 기업들의 새로운 독점 행태는 분명 견제받아야 하는 시장 교란 행위임에 틀림없다.
이젠 우리나라도 쿠팡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쿠팡의 롤모델은 아마존인 것 같은데 과연 그들도 우리나라에 같은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때 기성 기업에 도전했던 소박하고 약자이던 스타트업들이 석유 귀족과 철도 재벌 시대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 같은 독과점 업체가 되었다. 이 회사들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권력은 적절한 감시와 법 집행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경제와 민주주의가 걸린 일이다. (p.451)
부를 집중시킨 거대 기업들을 해체하면 그 기업들만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장소들도 더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라 전체에 걸쳐 더 많은 도시와 마을로 번영이 퍼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곳을 균일하게 만들자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균형을 되찾아서 한쪽에서는 좌절과 절망을 몰아내고 다른 쪽에서는 안일함과 불안을 몰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p.454. 조금 과격한 주장이긴 하지만 카네기의 스탠더드 오일을 해체한 것처럼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의 독과점 문제도 이런 방식으로 급진적인 접근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