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민
“내 피부는 파랗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어느 쪽이 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29회 한겨례문학상 수상작. 블루멜라닌이라는 파란색 피부를 가지고 베트남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한국인 소년의 성장기이다.
워낙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이 유명한 미국의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어서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으나,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역시 엄청난 인종차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깜둥이, 튀기, 짱개 등의 단어에서 물씬 풍기는 타국 출신 혹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의 이미지는 출산율이 0.6까지 떨어진 인구 소멸의 단계까지 이르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결혼적령기 남녀 100쌍에게서 60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그 6명의 아이가 남녀 반반이라 30쌍이 생긴다 가정하면 다시 18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총 200명에서 두 세대를 거치면 18명으로 줄어드는 인구구조이다.) 이 와중에 인구를 늘리려면 외국인 이민을 받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인데,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 넘어오는 인력들은 우리나라의 저임금노동을 담당하면서 정부 제도의 지원은 일부 받지만 사회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국가의 주류인 인종이 아닌 외국인을 차별하는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의 일은 아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워낙 유명하고… 유럽연합 여러 나라들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주인공 재일이는 피부색과 생김새로 이미 어딜 가나 차별을 받게 된다. 아버지의 강요로 떠난 미국에서도 많은 차별을 겪는다. 그러나 그의 곁엔 진심으로 그를 대하는 삼촌, 몇몇 친구가 있어서 그의 성장을 돕는다.
안타깝게 소중한 주변 인물 몇은 안 좋은 일을 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어른이 된다. 사실 그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아버지는 그를 걸림돌로 생각한다.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다. 삶의 고단함에 매여 자식을 위한 조금의 힘도 남지 않은 모습.
학교 안의 괴롭힘에서는 넷플릭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떠오르고, 미국 사회의 문제에선 얼마 전에 읽은 <내 이름은 데몬 코퍼필드>가 떠오른다. 물론 실제 미국인이 만든 컨텐츠와 비교하면 그 깊이에선 차이가 나지만, 이 책은 배경이 어디이든 차별받는 청소년이 그것을 어떻게는 이겨내보려 하는 과정이 중요해서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그나저나 작가님 미국 유학 다녀오셨나요? 미국 학생들 느낌 왜 이렇게 잘 살리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