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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거인

남종영

by 김알옹

22년간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기후변화와 인간-동물 통치제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책을 쓴 남종영 님의 책. 지난번에 범고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고 간단히 썼는데 또 고래 책이라니 누가 보면 고래 덕후인 줄 알겠다. (심지어 그 책에 나온 범고래 이야기가 또 등장한다.)


대왕고래


고대부터 기록된 고래의 역사를 찬찬히 서술하는데, 사실상 인간이 기록한 고래 사냥의 역사다.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인데 알래스카에 사는 원주민은 에스키모라 부르는 게 맞고, 나머지 캐나다나 그린란드에 사는 원주민은 이누이트라 부른다고 한다.


19세기와 20세기에 폭발적으로 포경산업이 성장하면서 고래들 수십만 마리가 학살되었다.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에서 고래 학살을 금지시키면서 조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200년 동안 죽임 당한 고래의 수는 매년 증가해 왔고, 유일하게 감소된 때는 대형 포경선들이 모두 징집된 2차대전 때뿐이었다고 한다. (잠수함들이 기뢰 발사 시험을 할 때 고래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들었다.)


고래 중 가장 몸집이 크고 지방이나 여타 부산물들의 생산량이 가장 많은 대왕고래의 개체수가 포경으로 대폭 감소하면서, 대왕고래를 사냥해서 먹던 범고래들이 물범, 물개, 바다사자, 해달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그 동물들의 개체수도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생태계는 이토록 인간의 개입에 정직하게 반응한다.


특이한 관점으로는 고래가 배설물을 통해 플랑크톤을 모아 산소를 발생시키고 탄소를 포집하는 역할을 해서 지구 온난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었는데, 과도한 포경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대체할 자원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동식물들이 희생되고 멸종되었는가. 고래처럼 누구한테 피해도 안 주고 생태계 유지에 기여하는 동물은 그냥 좀 가만히 놔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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