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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Sep 07. 2020

내 글은 콘텐츠일까, 검색 데이터일까?

나의 언어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블로그로, 부업을 한다고요?

십 수 년 전에 여행 기자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정보를 취재해서 전달하는 리포팅을 업으로 했던 이들은 '나'를 주어로 한 글이 불편하다. 하지만 직장인 시절 독립적인 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는,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만이라도 내 정체성을 온전히 가진 콘텐츠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당시 나의 주된 테마인 '여행'은, 그런 점에서 어려운 테마였다. 내게 일어난 시간 순으로 사진과 글을 때려 박자니 네이버의 수많은 여행 블로그와 다를 바가 없었고, 잘해봤자 매거진 콘텐츠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정보 전달을 하려고 블로그를 하는게 아닌데,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검색에 걸리지 않아 트래픽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시절엔, 그게 콘텐츠였다. 왜냐? 평범한 여행 경험도 꽤나 희소성을 가졌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떨까? 브런치를 병행한 지난 5년간, 어느새 블로그보다 더 많은 구독자와 만나게 됐다. 그 사이에 경험은 흔해졌고, 자신만의 생각과 관점이 빠진 정보는 데이터, 정확히는 양질의 검색 데이터에 가깝다. 검색 데이터는 부품처럼 누구와도 대체될 수 있다. '판교 맛집'이나 '제주 추천 호텔'의 검색 결과 상단에 걸리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면, 예전에는 이게 콘텐츠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명백히 데이터에 가깝다. 검색으로 들어온 독자가 포스팅을 북마크 해둘지는 몰라도, 글 쓴 이를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데이터와 콘텐츠를 혼동하며, 무언가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로우 데이터(raw data)를 콘텐츠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콘텐츠로 먹고 사는 업을 가진 예전 선후배 기자나 동료들의 블로그도, 여전히 정보나 장소 소개에 주력하는 1세대 스타일 블로그를 고집한다.

포털 서비스가 친절하게 인플루언서 홈을 만들어 주고 저품질 등의 엄격한 정책을 앞세워 이들을 컨트롤하는 이유는? 양질의 검색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아닌 '블로그로 돈 벌기' 류의 직장인 부업 강의가 유행하는 현상에, 포털은 내심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다. '다 죽어가던 블로그, 이들이 알아서 살려주네' 라며 말이다.


물론 일말의 트래픽 광고 수익이나 에이전시의 광고 포스팅 의뢰로 부수익을 노려볼 수는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블로그의 미디어 파워만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여행과 취재를 다녀온 당사자로서(당시의 여행 이력 소개글), 당시에 활발했던 블로거 중에 자신의 블로그만으로 '업'을 구축한 케이스는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몇 번의 무료 여행을 협찬받은 내용으로 '블로그로 돈벌기', '디지털 노마드' 강의를 개설하고, 심지어 인기를 끄는 현상을 목격한다. (요즘은 또 네이버 카페 창업으로 옮겨간듯;;)



나의 언어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사실 나는 '검색되는 사람, 검색되는 콘텐츠'가 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누군가(소비자, 내 경우는 기업)에게 알려야 업이 지속 가능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검색이 되고 싶은 주체가 특정 정보가 아닌 '나' 또는 '내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으로 '나를 알리고 싶다'는 이유를 든다. 방문자 수가 높아지면, 그 목적은 달성될까? 퍼스널 브랜딩의 관점에서는 트래픽 관리를 위해 종로 맛집이나 부산 핫플을 포스팅하는 건 명백한 헛스윙이다.


일반적으로 내 생각이나 관점을 쓴 글은 저자가 구사하는 언어가 그 자리를 채운다. 세상을 관찰하며 느낀 문제의식 하에서 자신의 경험을 쌓고, 기록하고, 분류하고,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사이트'로 가공할 때 비로소 사람들이 지갑을 열만 한 '콘텐츠'가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글쓰기의 프레임을 잘 잡아줘서 시간과 노력이 조금은 단축된 것 같다. 5년간 두 권의 책을 이 곳에서 내면서 든 생각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서 시작하는 글은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드는 주체, 출판사가 가장 먼저 알아본다. '팔리는 콘텐츠'는 검색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큐레이터의 민감한 레이더에 의해 발굴되는 것이다. 그렇게 경험을 지식의 형태로 꾸준히 풀어낸 콘텐츠는, '책'이라는 완성된 형태로 전국에 유통된다. 그때부터는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된다. 책이 나와 내 업을 알리는 역할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책이 잘 팔리기까지 한다면, 포털 검색으로는 결코 나와 만날 수 없었던 수많은 독자들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하고 싶은 일로 생계를 잇기 위해 최소한의 팬 1천 명이 필요하다는 마이크로 비즈니스의 시대에, 내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는 일 대신 검색 데이터나 인스타만 남기고 말기엔 그 '경험'이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업이 되는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 혼자 하기 어려우신 분들은, 더 늦기 전에 함께 해요!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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