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Apr 01. 2020

자동화 수익의 시조새, 1인 전자출판

퇴사한 백수가 출판사를 차리다, 그리고 9년 후

'커리어를 만드는 글쓰기' 수업을 온라인 과정으로 준비하면서, 그리고 최근 강의 플랫폼 시장을 살펴보면서 눈에 띈 개념이 있다. 디지털 노마드를 검색하면 반드시 따라 나오는'수동 소득', 혹은 '자동화 수익'이다. 기존의 근로 소득은 9 to 6로 시간과 돈을 바꾸는 한정된 소득이다. 반면 자동화 수익은 한번 작업만 해놓으면 자동으로 돈이 벌리는 구조를 만들자는 게 핵심 개념이다. 최근에는 재능 마켓(크몽, 탈잉 등)에서 거래하는 디지털 파일 판매가 부업으로 인기를 끄는 듯 하다. 


물론 콘텐츠 생산을 통해 추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길고, 업은 단지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 '자기실현'의 영역으로 향한다. 아이디어를 단가 비용만 받고 용돈벌이를 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정식 유통되는 콘텐츠(책)로 내놓고 자신만의 회사와 브랜드를 가질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퇴사한 백수, 출판사 대표님이 되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9년 전, 퇴사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방황하던 때였다. 다시 입사하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가 너무 뻔하게 그려졌고, 독립하기엔 가진 '무기'가 너무 없었다. 그때 우연히 전자책의 표준 형태인 '이펍(epub)'으로 1인 출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청에 찾아가 '히치하이커'의 출판사 등록증을 받아 들자, 순식간에 나는 백수에서 출판사 대표님이 되었다. 그리곤 첫 전자책 '히치하이커 싱가포르'가 탄생했다. 




2012년 2월에 출간한 히치하이커 싱가포르 아이패드 버전. 아이튠즈 US 스토어에만 입점했다.


이어 2012년 1월, 애플이 아이북스 오서(ibooks author)라는 전자책 에디터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그것도 출시 당일에 알게 됐다.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복잡한 디자인이 불가능한 이펍에 비해, 오서는 인디자인을 모르는 나도 디자인을 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결과물도 아름다웠다. 고군분투 끝에, 에디터가 나온지 20일 만에 책을 제작했다. 한국어 여행서로서는 이 책이 오서로 만들어진 최초의 책이었다. 하지만 '전자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인 데다 미국 스토어에만 등록이 가능해서, 판매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짜 출판 시장을 배우기로 했다. 대형 출판사에 입사해 마케터로 일하며 출판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서서히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등이 연이어 시장에 안착하면서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다. 또한 온라인 서점의 시대가 도래했다. 서점은 책 전시와 큐레이팅의 역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소비 패턴이 자리를 잡게 됐다. 전자책에는 매우 유리해진 시장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2020년 3월, 오랜만에 낸 신간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1'. 



나의 브랜드가 된 출판사, 그리고 현재 

꼬꼬마 시절에 멋모르고 만든 나의 출판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11년 창업 후 지금까지 온라인 서점에 유통한 전자책은 10여 년간 달랑 7권이다. 심지어 책 가격은 권당 3900원, 여기서 받는 순익은 50%밖에 안된다. 하지만 내가 직장에서 돈을 벌거나 강사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 간헐적 콘텐츠의 산물은 꾸준히 작은 돈을 벌어다 주었다. 단행본 선인세인 1백만 원 수준의 돈은 매년 자동으로(?) 모여 있더라. 내가 출판사랑 매년 계약해서 1쇄씩 팔아야 벌 돈이, 일 년 내내 잊고 있는 사이에 저절로 들어오는 것이다. 


게다가 나의 출판 브랜드는 수 억을 들여도 살 수 없는 가치를 가져다줬다. 바로 '브랜드'다. 백수 시절에 만들어둔 출판사 덕에, 직업의 독립을 이룬 지금은 이 회사를 내 힘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나처럼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체에 강의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타이틀이 몸값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회사를 미리 만든 덕분에, 나는 나를 설명할 '소속'을 갖게 됐다. 지금 운영하는 팟캐스트도, 강사 프로필도, 강의도, 모두 내 회사를 중심으로 세팅한다. 단순히 가이드북 한 권을 내려고 만든 회사가, '나를 설명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최소한 자동화 수익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가진 아이템이 '글'과 관련이 있다면? 전자책은 이제 검증된 콘텐츠 시장이자 자동화 수익의 시조새, 콘텐츠와 브랜드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시장이다. 물건 팔듯이 자기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수명이 길지 않고 구매하는 사람도 누가 파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전자책은 앞서 말했듯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콘텐츠로 길게 먹고살고 싶다면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시장이다. 독립성을 가진 콘텐츠 브랜드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혼자 시작하고 싶지만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의 브랜드가 되는 전자책 출간하기' 온라인 수업 16회차 (2시간 분량)를 제작했다. 전자책 출판사의 브랜드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아래 과정을 참조하면 된다. 


https://www.airklass.com/k/CF7FKC3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트렌드 분석가. 세계의 호텔과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책 <여행의 미래(4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이전 10화 출판사 10곳이 거절한 책, 우수도서 되기까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