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브런치에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제 책이 세종도서가 됐다고요?
2017~2018년 출판 통계에 의하면 한 해에 약 5만 권의 책이 세상에 탄생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매년 세종도서라는 제도를 통해 우수 교양 도서 약 550권을 선정한다. 그런데 2019년 우수 교양 도서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출판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세종도서에 선정된 책은 전국 지자체 기관에 비치될 용도로 대량 구매가 되니 출판사에게도, 저자인 내게도 기쁜 일이다.
세종도서는 출판사의 접수를 받은 도서를 대상으로 1,2차의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데, 심사위원단의 심사 총평도 공개된다. 이 많은 책 중에 내 책이 선정된 경위가 궁금해서, 심사평을 훑어보다 눈에 띄는 내용을 보았다. 매년 출판업계의 유행에 따라 비슷한 주제의 책이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 그중에서 의미 있는 책을 골라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내 책은 어쩌면 비슷비슷한 여행과 에세이 분야 도서 중에서 '비슷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서 선택됐다는 얘기가 된다. 뭘까 그것은.
저희 출판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반려합니다. 죄송합니다
10번 거절당한 기획서, 출판사간 경쟁으로 바뀐 이유
3년 전 즈음의 메일함을 뒤져보니 내가 출판사에 보낸 메일은 10군데가 넘는데, 받은 답장은 고작 3통이고 그것도 거절이었다. '호텔은 대중적인 주제가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호텔이 여행에서 주목을 받지 않던 2013년부터 호텔여행을 시작해 4년 차에 이르던 2016년, 전 세계 100여 곳의 호텔을 취재하고 나니 이를 단순히 블로그에만 연재하는 건 아깝게 느껴졌다. 여행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책을 내는 것이 필수였다. 제안 출판사 리스트를 만들어 10여 곳에 차례로 기획서를 보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하거나 회신조차 없었다. 나름 출판사 근무 경험이 있어서 책과 어울릴만한 출판사만 엄선해서 보낸 건데도 말이다.
이런 식으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은, 출간 경력이 적거나 없는 저자에게는 맨 땅의 헤딩이나 마찬가지다. 솔직히 대형 출판사에서 근무했던 나도 기획서를 먼저 보내는 일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근무했던 출판사에 투고되는 원고나 출간 제안은 매일매일 수십 건이 넘었다. 반대로 출판사는 화제성이 있고 상업성을 담보하는 작가를 먼저 찾아내려고 한다. 현실적으로 출간 제안보다는 '선택당할 수 있는' 예비 저자가 되는 게 더 빠른 길이란 얘기다.
콘텐츠를 새롭게 다듬어서 세상에 다시 내놓아 보기로 했다. 블로그의 기존 연재물 중에 기획 의도와 부합하는 콘텐츠를 선별하여 브런치에 새롭게 연재를 했다. 그런데 이를 브런치 매거진으로 게시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매거진은 현재 브런치 북으로 바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브런치 파트너 출판사들이 기획안을 먼저 발견하고 컨택을 해온 것이다. 3곳의 출판사 중 2곳은 직접 미팅을 했고, 최종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만한 출판 브랜드와 계약을 마쳤다. 불과 1년 전에는 출판사의 거절 메일만 받았던 책이, 어떻게 해서 출판사가 서로 경쟁하는 책이 된 걸까?
아직도 브런치에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브런치는 작가 승인만 통과하면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집요하게 호텔만 여행한 기록을 담은 콘텐츠는 기존의 여행기와는 다른 차별화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고,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부터 그 어느 기성 사례나 트렌드를 참고하지 않았다. 비슷한 책이 거의 없었기에 참고할 사례 자체가 없기도 했다. 또한 호텔 소개가 아니라 '여행을 하는 태도와 방식'을 소개하고자 했다. 이 지점을 브런치에 선보이는 순간부터, 기획서만으로는 전달하지 못했던 메시지가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남과 다른 독특한 시각이나 메시지를 발견하는 게 출판사의 일이니, 평소 브런치를 모니터링하는 여러 출판사 중 이 지점을 발견한 곳과 연결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출판사가 거절했던 나의 호텔 콘텐츠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더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결국 책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는 출간 2달 만에 2쇄를 추가로 찍은데 이어 2019년 세종도서로 선정되었으니, 단지 판매고를 넘어 '그 해의 우수 도서' 목록에 영원히 남는 명예도 안게 됐다. 물론 앞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책을 써야겠다는 책임의식도 무거워졌다. 하지만 집필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먼저 브런치에 생각을 올려놓고 독자들의 반응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버릇이 나에게 가져다준 결과는?
바로 세 번째 책의 계약서에 사인한 것이다. 그것도 이 책과 더없이 잘 맞는, 트렌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이 왔다. 그러니까 다음 달에 출간될 세 번째 책도, 브런치에서 맺어준 인연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브런치에 아직 어떠한 글도 써보지 않은 독자라면 어떤가. 마음의 입질이 조금이라도 오지 않는가? 벌써 2020년도 한 달이 훌쩍 지나버린 2월, 브런치를 통해 인생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처럼 여행과 일을 함께 하는 직업을 직접 만들 수도 있고, 원하는 주제를 원하는 출판사와 함께 책으로 만드는 협업을 해볼 수도 있고, 전국을 돌며 수많은 강연과 방송과 행사에서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끔 조종할 수 있다.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면? 자, '작가 신청'부터 일단 하고 보자. 그 다음이 막막한 이들, 혹은 같은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얻기 위한 노하우도 조만간 풀어 보기로.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