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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n 08. 2020

코어를 중심으로 확장하는, 업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플랫폼 비즈니스, 업의 독립을 늦출 수도 있다

"참, 코로나로 강의 많이 줄지 않았어요?"


어제 교육 에이전시 담당자가 통화 중에 건넨 말이다. 요즘 일로 만나는 사람들이 종종 내게 하는 질문이다. 물론 수 년간 기업교육에서 '여행'과 '강의'라는 키워드를 선점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가장 크게 파괴된 산업 역시 여행이다. 과연 내 일이 줄었는지 늘었는지는 글 말미에 소개하기로 하고.


직업의 독립을 이룬 7년 동안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있다. '코어를 먼저 세우고 확장하는' 업의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업의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방법은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내가 만든 방법은 본업과 아무 상관이 없는 빨대를 늘리는 투잡, N잡 류의 잡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최근 코로나라는 외부 위기와 함께, 플랫폼 노동으로 휩쓸리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지는 걸 목도하고 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업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7년간 업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왜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강점을 키우려 하지 않고 남의 성공을 소비하는지, 우리 안에서 무엇을 찾고 준비해야 하는지 등등을 말이다.



돈을 주고   있는, '돈버는 기술'?


내가 구축한 '업의 포트폴리오'는 간단하다. 코어(전문성)을 먼저 세우고, 이를 전달하는 기술(말과 글)과 채널(소셜미디어, 출판 등)을 최대한 다양하게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코어를 찾고 싶다면서도, 실제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코어를 강화하기 위한 기술보다, 당장 돈이 되는 기술이 훨씬 더 실용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크게 유행하는 직장인 투잡, N잡 워너비가 되는 패턴은 대략 이렇다.


1. (불안하니까) 덜 일하고 더 벌수 있다는 기술을 배워보자 --> 2. 막상 해보니, 노력 투입 대비 돈이 안되네? --> 3. 강의가 아니라 내가 문제야. 다시 1번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강사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배우기도, 접근하기도 쉬운 '돈 버는 기술'이라는 게 과연 실재하는가? 아마존 셀러, 스마트스토어 셀러가 되기는 쉽다. 그런데, 뭘 팔 것인가? 심지어 위탁판매도 아이템과 차별점은 필요하다. 매달 1천 만원을 벌수 있다는 아이템이 누구에게나 유효하다면 왜 모두가 하지 않을까?

물론 이건 "원래 자영업이 꿈이라서 플랫폼으로 연습해 본다"는 사람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다. 충분히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할 여지가 있는 연령대(대체로 35세 이전)이고 자본과 시간은 한정적인데, 제대로 된 업을 구축할 시기를 영영 놓치는 위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강점 찾기나 업의 설계보다, 1천만원 버는 비법을 '소비'하는 게 더 쉽고, 빠르고, 짜릿하다.  


스마트스토어, 연간 1회 거래도 전체 27%에 불과 에 나타난 통계를 보면, 플랫폼 창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주체는 20대다. 이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 불황 이후의 미국과 닮아 있다. 당시 생겨난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폭증한 젊은 실직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 당시 이들이 무직자를 호스트로 끌어들인 슬로건이 "부업, 무자본, 남는 방으로 수익을 올리세요!"다. 몇 년 후 에어비앤비는 1명이 880채가 넘는 방을 돌리는 부동산업자의 천국이자 '자본이 자본을 낳는' 플랫폼이 되어 극소수에게 부를 집중시켰다. 패자의 얘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스토어에서 발견되려면 광고비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구조, 최대치로 잡아도 10% 미만만 살아남고 90%가 폐업으로 가는 초경쟁 구도에서 가장 큰 승리자는 플랫폼 그 자신뿐이다. 추가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진입하는 법을 싸고 빠르게 알려주는 온라인 교육 사업은 유례없는 호황이다. 노동경제학자들은 에어비앤비나 쿠팡, 아마존 등의 거대 플랫폼이 저숙련 프리랜서를 일컫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를 체계적으로 양산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단한다.(관련 기사)


투잡은 과연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일까, 아니면 퇴근 이후 또다른 플랫폼 노동을 더하는 것일까?


업의 구조화가 중요한 이유


초보 강사 시절, '강사'라는 호칭에 이유모를 거부감이 있었다. (2016년에  ) '강사'로만 규정되는 게 싫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강의는 코어(전문성과 경험)를 전달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이고 한 가지 업으로의 몰빵은 위험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코어가 갖춰지지 않으면, 역설적으로 강사라는 업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만' 접근할 수 있고, 내가 얘기했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경험을 최대한 쌓아야만 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업의 구조가 필요했다. 코어를 강화시켜주는 확장된 업의 형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컨퍼런스나 포럼과 같은 전문 산업 행사에 참가하려면, '한국에서 하는 일과 영향력'을 소개하는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해외에서 이해하기 쉬운 여행 인플루언서, 호텔 칼럼니스트 같은 직종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건 신종 직업이 아니라, 나의 일을 설명하는 새로운 캐릭터다. 누구든 이런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단, 이를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경험의 총합,  속에서 주력 키워드를 뽑아내고 세상에 표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나는 그걸 커리어 글쓰기라고 부른다. 호텔 칼럼니스트는 직장인 시절부터 꾸준히 축적한 커리어 글쓰기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나만의 직업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이렇게 코어(나의 경우 여행산업)를 중심으로 잔가지를 꾸준히 만들어나간 전략 덕분이다.


이렇게 직업적 역할을 세부적으로 나누어가는 과정 속에서, 소위 파이프라인 개념에서 벗어나 내 업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려면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만든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강점의 직업화 -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2. 차별화 - 관심 산업 분야의 직접 경험(출장) + 간접 경험(독서, 자료 조사 등)
3. 생산 - 이를 콘텐츠로 기획, 생산(연재, 출간, 방송, 강연 등)
4. 이를 의뢰하는 업의 증가, 다시 1부터 반복

*1번을 못 찾았던 직장인 시절에는, 2번을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3을 쌓는데 주력했다.


한마디로 본캐의 전문성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 부캐가 양질의 경험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면, 돈을 쓰는 일이 돈을 버는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돈을 참 잘쓰는(...) 나의 부캐들은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용케 돈을 벌어오기 시작한다. 호텔 칼럼니스트는 인세와 원고료를 벌고, 트렌드 분석가라는 부캐는 여러 기관과 호텔에서 컨설팅이나 특강을 한다. 이건 본업인 임직원 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일이다.


나와 같은 무자본 1인 지식창업은 이러한 일의 구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은 업을 넘어서는 가치를 가진다. '가르치는 일'이 돈이 된다고 해서 본업 하나에만 의존했다면, 아마도 코로나라는 외부 위기와 함께 곧바로 일감의 대부분을 잃었을 것이다. 이건 다음 위기를 위해서라도 기록해 두는 중요한 발견이다.


신기하게도, 코로나 위기로 본업이 줄자 그 빈 자리는 '부캐' 중 하나인 트렌드 분석가의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일로 채워지고 있다. 심지어 '5~1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광 분야의 정부 주도 사업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20~30대에 어떤 코어를 쌓느냐에 따라 40대 이후 찾아오는 기회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이전 글 '롤모델이 없는 길을 간다는 '에도 썼던 업의 방향 그대로다. 코로나 이후 나를 포함한 많은 강사들의 강의가 사라지는 걸 보면서 직업의 취약성을 깨닫는 동시에, 나의 직업 구조화 상태도 새롭게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다. 지루하고 힘든 일이지만, 역시 코어를 찾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2편 연재가 계속될 예정.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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