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May 08. 2020

전문가의 정의는 변하고 있다

당신의 메시지는 무엇을 변화시키는가


영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보내지 않고, 외국에 여행시키는 것이 점점 하나의 습관으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 여행을 통해 일반적으로 대단히 발전되어 귀국한다고 한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중에서


대학보다 더 강력했던 교육의 방법, 여행

일전에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려는 꿈의 결정판> 책을 소개한 기사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그랜드 투어의 목적은 ‘공교육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까지,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의 위상은 한없이 추락했다. 대학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장 큰 이유는 진부한 교과과정이었다. 실생활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라틴어 고전 위주의 교육은 학생들의 지적·문화적 욕구를 채워줄 수 없었다."라는 구절이다. 근데 이거, 17세기가 아니라 21세기를 넣어도 통하는 얘기 아닌가?


여행의 원형으로 불리는 18세기의 그랜드 투어는 대학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지적, 문화적 욕구를 '여행'이 채워주면서 나타난 것이다. 수 백 년이 지나 여행의 목적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대한민국에 상륙하여 '7말 8초 황금연휴를 꾸역꾸역 때우는 다낭 가족여행' 정도로 축소되긴 했지만, 그랜드 투어가 현 시대에 던지는 여행에 대한 화두는 유효하다고 믿는다. 18세기 당시 그랜드 투어가 출현한 배경과, 지금의 대학 교육이 주는 효용성에는 별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160개 호텔을 여행하고 쓴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대륙별 여행 컨퍼런스를 3년간 취재하고 쓴 책 <여행의 미래>를 펴내면서 늘 의문점이 있었다. 분명 이런 책이 한두 권은 나왔을 텐데? 하며 찾아봐도 의미 있는 대중교양서가 없었다. 전국에 '관광학' '호텔학', 유관 분야의 석박사, 전문가가 엄청 많을 텐데? 논문이나 교재 말고 대중에게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주는 실제 경험을 꾸준히 연재하고 널리 소통하는 전문가는? 심지어 다른 전공의 교수님이 낸 관련 교양서적이 더 많다.

이 분야 전공 학생들은 인스타든 뭐든 나를 어떻게든 찾아내어 조용히 털어 놓는다. 이런 지식을 왜,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느냐고 말이다.     



전문가의 정의가 바뀐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를 SNS로 팔로우하는 이쪽 분야 교수들을 몇 년간 꾸준히 살펴보며,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기 언어를 거의 쓰지 않고 끊임없이 기성 언론 매체의 신문 기사만 공유한다. 심지어 별다른 코멘트조차 없이 남이 쓴 기사만 공유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아마도 자기 학생들 보라고 하는 듯한데, 똑똑한 요즘 친구들이 기사 공유 포스팅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 지 궁금하다. '역시 우리 교수님은 참 정보력이 빠르셔!' 라고 생각할까?


지금까지는 분야 전문가 하면 주로 '대학교수'를 의미했다. 여행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말로 대학에 포진해 있다면 왜, 학교 담벼락을 넘어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담론)를 만들어 대중의 언어로 내놓지 않을까?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나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이 의문이 늘 머릿 속을 맴돌았다. 대중과도 소통을 할 방도가 없는데,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20대에게 어떤 지식을 어떻게 공유하고 가르치는 걸까? 20년 전 대학시절과 지금이 큰 변화가 없으리라고 생각하니 내가 더 암울해진다.


요 몇 달간, 여러 지자체에서 열리는 큰 관광 공모전의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자리에 갈 때마다, 전문가의 정의가 정말로 크게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몇 년 전부터 수많은 지자체, 공공 및 민간 분야, 심지어 교단에서도 끊임없이 자문과 강의를 요청해 온다. 이전의 세상이라면 학사 학위, 그것도 관광과 상관도 없는 경제학을 전공한 내게 이런 일이 '직업'까지 된 자체가 넌센스였겠지만, 2020년의 세상은 전문가를 가방끈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언컨택트> 저자 김용섭 소장은 '최경영의 경제쇼'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는 권위와 충성심이 허물어지고 실력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런 세상은 이미 와 있다. 코로나 때문에 더 선명해졌을 뿐이다. 저 방송 후 달린, 사람들의 대학 교육에 대한 분노서린 댓글에도 잘 드러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앞으로의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전문성을 어떻게 쌓아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나는 무조건 '독보적인 경험의 축적(여행의 기술)'과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말하기 기술(자신만의 언어 구사)'  가지를 권할 것이다. 외워서 습득하는 지식은 구글에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석사 논문도 DB 사이트에서 몇 천원에 사고 팔리는 세상에, 가방끈'만' 늘려서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먹고 살 수 있을까?


전문성에 대한 나의 기준은 간단하다. '당신의 메시지는 무엇을(누구를) 변화시키고 있는가?'다. 현실 세상에서 한 사람을 온전히 직업인으로 성장하게 만들 수 없는 학문이, 과연 살아있는 지식인가? 유효한 삶의 기술인가? 이건 단지 먹고사는 기술을 묻는 것이 아니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트렌드 분석가. 세계의 호텔과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등을 썼습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