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호텔 예약 패턴으로 바라본, 여행소비 트렌드
방콕 출장이 확정된 직후, 항공과 호텔을 한창 고민하던 두 달 전으로 돌아가 본다. 항공은 해결했고, 이제 호텔을 예약할 차례다. 자, 당신이라면 어느 사이트에 먼저 접속하겠는가? 네이버 검색? 여행사? 가격비교 사이트? 해외 OTA? 지금부터 내 예약 패턴을 잠시 복기해 보기로 하자.
나는 어디서 호텔을 구매했는가? 밀레니얼이 여행을 '사는' 방법
나는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방콕의 한 호텔을 예약했다. (풀 버전은 블로그에)
1. 예약 시점에 두 곳의 호텔 체인이 1년에 1~2번 여는 플래시 세일 기간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
2. 두 체인 간의 가격대는 비슷한데, 그중 한 곳이 특정 항공사와 제휴 프로모션 중임을 알게 됨.
3. 세일과 프로모션 모두 '공식 홈페이지 예약'만 해당되므로, OTA는 살펴볼 필요도 없이 공홈에 가서 세일가로 예약하고 추가로 수천 마일을 덤으로 획득. (호텔예약이라 쓰고 항공개이득이라 읽는다...)
만약 이 과정에서 세일 기간이 아니었다면, 평소처럼 OTA를 이용했을 것이다. 또한 추가 프로모션을 몰랐다면, 다른 한 곳의 호텔을 예약했을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은 세 가지. 하나는 내가 호텔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고려사항(특히 항공)이 있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사이트는 한국의 여행사뿐이라는 것, 그리고 특정 브랜드에 그다지 로열티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을 가끔 하거나 온라인 여행사를 주로 이용하는 독자라면, 이렇게 복잡한 의사결정은 특수한 시점에 고수들이나 시도하는 예외 사례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내가 이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는 매일 수 만 명이 접속하는 블로그나 50만 명이 활동하는 여행 커뮤니티와 같은, 공개적인 루트에서 나왔다. 이러한 패턴으로 여행소비를 하는 스마트 여행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자, 당신은 어디서 어떻게 해외여행을 구매하고 있는가?
똑같이 1백만 원을 결제했을 때 그 가격만큼의 혜택을 챙기는 (극소수의) 여행자vs. 그냥 돈만 쓰는 대다수의 여행자, 내가 바라보는 자유여행자는 둘로 나뉜다.
-> 호텔 체인이 선호 항공(Preferred Airlines) 마일적립 서비스를 시행하자, OTA도 앞다투어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좌측부터 아고다의 포인트맥스, 호텔스닷컴-스카이패스, 씨트립-아시아마일즈. 하지만 OTA의 항공적립율은 매우 낮아서, 유의미한 마일리지로 보기 어렵다는 게 함정.
OTA가 주는 혼란, 그리고 줄어드는 브랜드 충성도
호텔스닷컴, 아고다, 씨트립...이러한 서비스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에게는 수많은 호텔 상품을 쉽게 비교 및 예약하게 해 주고, 공급자에게는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온라인 구매자에게 빠르게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흔히 OTA로 통칭되는 이러한 서비스는 공식 홈페이지보다 '싸게' 예약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오랫동안 심어왔다. 하지만 과연, OTA는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일까?
공급자(호텔) 입장에서는 우리가 OTA에서 객실을 구매하는 즉시, 적지 않은 수수료를 OTA에 빼앗긴다. 게다가 충성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Relationship)를 구축하기보다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에게 일시적으로 팔려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호텔 간의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면, 무한 가격경쟁만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호텔업계가 가장 우려하지만 딱히 해결책은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메리어트 그룹은 프론트 데스크에서 OTA 예약자와 공홈 예약자를 구별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노골적인 차별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OTA 경쟁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 시장에, 카약과 스카이스캐너, 트리바고와 같은 가격비교 서비스까지 가세하여 가격 정보의 과부하는 더욱 심해졌다. 그렇다고 호텔 공식 홈에서 예약하는 건 쉬울까? 수백 종의 프로모션과 신용카드/항공 제휴, 프로모션/멤버십 T&C 분석까지, 제대로 뭔가를 챙겨서 예약하려면 입시 공부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해독해야 한다.(게다가 쓸만한 정보는 대부분 영어...)
이러한 과정이 귀찮고 어렵기 때문에, 최저가 비교 사이트를 돌리며 그나마 스마트한 여행소비를 하고 있다고 안심할 뿐이다.
여행소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래서, 이렇게 복잡해졌으니 소비자는 TV광고나 온라인 마케팅에 이끌려 단순한 선택을 계속할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남은 여생 내내 해외여행을 다닐 첫 번째 세대이자 가장 강력한 소비자다. '옆 부서 김 과장이 몰디브를 어떻게 예약해서 얼마에 다녀왔대 글쎄!'라는 소문을 듣는 건 이제 어렵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여행 예약의 노하우를 알고 싶어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지금부터 어떤 방식으로 여행소비를 학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여생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의 '횟수와 퀄리티'가 결정된다.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여행상품을 예약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하다. 게다가 기존의 1세대 닷컴식 마케팅(뉴스레터, 온라인 배너광고, 광고 포스팅 등)은 자연스럽게 '믿고 거르는' 정보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여행업계는 '진짜' 소비자와의 접점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매달 평균 1천 명이 넘는 진짜 소비자들과 대면으로 직접 만나는 나는, 이러한 여행소비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는 거의 유일한 직업을 가졌다. 내가 여행소비의 기술을 교육하는 대상은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임직원/퇴사예정자와 십 수 곳의 백화점 아카데미의 40~60대 장년층이다. 매년 1만 명이 넘는, 여행에 실질적으로 큰돈을 쓰는 잠재 여행소비자군이 자유여행 설계에 새롭게 눈을 뜨는 셈이다. 게다가 운영 중인 10년 차 여행 블로그의 트래픽이 월 수십 만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관련 콘텐츠를 전달할 때마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무작정 OTA 사용법만 가르칠 수도 없고 다이렉트 부킹이 언제나 유리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 대신 내 관점에서 '큐레이팅'한 여행 소비의 방법을 강의할 뿐이다.
미국의 호텔 큐레이션 서비스 Vir.al의 창업자는 "오늘날 스마트한 예약사이트는 뭔가를 바로 구매하는 기능적인 면에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비자와 공급자(호텔)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기존의 OTA가 내세우는 '예약의 편의성'과는 정반대를 바라보는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즉 "객실 가격 비교 후 구매 완료" ---> "특정 인플루언서의 취향 & 항공/호텔 예약 전문가의 조언이 맞물린 숙소 구매"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것이다. 또한 이 지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 앰버서더 측에서는 한국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누구'의 시선을 통해 호텔을 조명할 지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한다. 호텔 측에서 따로 연락이 올 정도로 꾸준히 한국 여행자의 예약이 이어지고 있는 좋은 사례.
이러한 변화는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가치, 시간, 체험을 구매하려는 지금의 트렌드와 맞물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인에게 집중된 '선별된 콘텐츠'는, 해당 호텔/항공에 대한 질 높은 로열티(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여행업계가 이러한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키워드 광고 포스팅과 질 높은 롱라이팅(long-writing) 콘텐츠를 구별하는 안목이 없고,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에 투자하는 대신 끝없는 가격 경쟁에 목을 매달뿐이다. 물론 여행사도 셀럽을 내세운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고, OTA는 여행 예능에 PPL을 꾸역꾸역 넣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눈 앞의 단기적인 매출이나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도, 여행 소비자는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여행 전문가.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한국 시장에 알립니다. 또한 한국인의 해외 자유여행 트렌드를 분석하고 강연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