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r up, My life.

by 도토리





어제는 서둘러 정해진 일들을 마무리하고 조금 이른 퇴근을 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려고 인터넷으로 회사 근처의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예약했다. 낯설고 처음 보는 헤어 디자이너와 심도 있는 상담을 한 뒤에 묵직하게 느껴졌던 숱 많은 단발을 층층이 잘라내어 커트에 가까운 단발로 만들고 인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펌을 추가했다. 머리카락을 살짝만 들어도 보이는 새치머리 가닥가닥은 중간톤의 브라운 컬러 염색만으로는 커버가 다 안될 거라 하셨지만 상관없었다. 그래서 상관없다고 했다.

나는 그저 기분 전환을 위해 가장 변경하기 쉬운 한 가지를 바꾸는 중이었을 뿐이다. 잘 나온 헤어스타일이라는 결과보다 내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는 그 행위에 더욱 큰 의미가 담겨있었으니까.

처음엔 헤어숍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도 파래서 혹은 그 앞에 서있는 키 큰 가로수의 초록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보는 걸로도 눈이 부시고 기뻐서 신이 났다. 하지만 커트로 시작한 스타일 변경이 2시간을 넘어가자 슬슬 허리가 아파오고 몸이 배배 꼬였다. 무심히 넘기던 SNS도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역시 펌과 염색을 함께 하는 게 아니었나 하며 나의 욕심을 자책하는 후회가 밀려올 때 즈음 마지막 샴푸를 하고 드라이를 할 거라는 반가운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퇴근을 하고 헤어숍에 들러 머리를 했을 뿐인데,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이미 잠들기 직전인 상태로 늘어져 뒹굴면서 현관을 들어서는 나를 보며 '머리 귀엽네'라고 인사를 건네는 거실의 남편을 뒤로하고 포장해 온 햄버거를 씹으며 회사에서 일감과 함께 들고 온 맥북을 펼쳤다. 남은 일들을 하려고 했지만 잠이 가득 고여있는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침실 창밖으로 보이는 달이 무척 밝았다. 유난히 하얗고 둥근 보름달이었다. 다른 대륙의 시차가 무색할 만큼 서로의 아침과 저녁을 교차하며 안부를 묻는 사이인 친구에게 '오늘 달이 참 밝아' 하고 어두운 밤 사진을 보내고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눈을 뜬 건 아침이었다.


마지막 알람을 귓등으로 들으며 아직도 잠 속을 헤매고 있는 나를 남편이 깨운다.

'그만 일어나. 알람을 대체 몇 개를 맞춘 거야.'










다른 건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다. 지난주에도 입었던 옷을 입었고, 어제도 날은 이렇게 맑고 푸르렀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소나무와 여전히 시끄러운 까치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내 기분뿐인 것 같았다. 어제까지 목을 죄이는 것 같았던 일들이 조금쯤 해소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역시 돈을 쓰며 스타일 변경을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귀엽게 된 것 같고 어떤 각도에서는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도 같은 손가락 빗으로 빗어 내릴 머리카락조차 없는 짧은 머리는 아직도 어색한데.



점심엔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점심메뉴로 선택한 돈가스는 생각보다 맛이 있지 않았고, 곁들여 나온 우동은 소금물 맛이 났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스벅에 들러 메뉴계의 유니콘인 민트 초콜릿 칩 블렌디드를 주문했다. 다행히 재료가 남아있었는지 주문이 완료되었다.

회사에 돌아와 내 자리에 앉아 빨대로 민트 초콜릿 칩 블렌디드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목구멍까지 시원해지는 간 얼음의 맛이 느껴졌다. 같은 민초 파인 친구에게 '나 지금 유니콘 먹어'라고 톡을 보낸 뒤 생각한다.


아.. 오늘은 조금 살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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