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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pr 06. 2021

자발적 결핍




어쩌면 아이가 없는 삶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함께 쑥쑥 커가는 한 세대는 젊은 친구가 생길 텐데 나는 혹은 우리는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며 애정해 줄 소중한 젊은 친구를 가지는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 상상 속의 대상이 딸이라면 더더욱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혹시 이 글을 보는 나의 지인이 있다면,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낳아라는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바라본다.


누군가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사실 이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영역이며, 일종의 겸허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동물적으로 표현하자면 종족번식을 통해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고자하는 건 아마도 인간의 본능일텐데 그 어마어마한 욕망을 누르고 살아가는 것이 이 선택에 따르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불행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했다가 그것조차 피해의식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적도 있다. 우리는 이 선택을 통해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나 어쩌면 가장 숭고한 경험을 할 기회를 잃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게 우리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아니라서 피해의식은 사실 맞지 않는 말이라고 해주고 싶은데, 아마 그렇게 따박따박 따지다가는 싸움이 되고 말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더 다양한 이유로 이런 저런 선택을 하게 되는 거니까. 자의이거나 혹은 타의에 의해서도 말이다.



하지만 이 선택도 일종의 도피일지도 모른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상급의 도피.

현실적인 이유 따위야 남들에게 설명해봐야 관심도 없을거고 내 입만 아플 뿐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얘기가 나온 김에 얘기해보자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게 된 건 실은 지구가 많이 아파서 지구를 위해 인구밀도 증가에 일조하지 않으려고입니다. 라고 되지도 않는 장황한 이유를 누군가에게 얘기했다가 들은 결론은 내가 다소 허무맹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괜찮다. 뭐 그렇게 생각하셔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보통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지만, 전해지지 못한 진심도 있는 법이니까...



( BGM. 전하지 못한 진심 - B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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