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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pr 01. 2021

고민




모두에게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일들과는 달리 여자의 고민은 무척 사소한 일처럼 느껴져서 고민이라고 말하긴 조금 힘든 것 같았다.

어떤 것이냐면 백세시대에 노후 준비를 다 하기도 전에 늙고 계신 부모님의 노후를 어떻게 책임질건지에 대한 걱정이나,  그보다 앞서 부모님 노후 걱정은 하면서 정작 여자의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 아니 그보다 여자의 나이쯤 되면 회사에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나, 아니 그것보다 시급한 건 역시 시력이 나빠 계속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콘택트렌즈는 몇 살까지 사용해도 되는 건지 그런 것들..


여자는 이 모든게 너무 심각한 고민이지만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이런건 보편적이고 일반 적인 고민이라고 하며 코웃음칠 것 같은 고민들.


야. 그게 무슨 고민이야. 그런 고민 안하는 사람이 어딨냐.


라고 응수하며, 해답을 찾지 못한 수학 문제같은 게 되어버리고 말 대단찮은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은 원래 사소한 사건들이 대부분이 아닌가. 모두가 그렇게 대단한 사건만 떠안고 사는 거였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건드려보아야 했나?


여자는 대입을 앞둔 19살에 멘토가 정말 필요했었는데, 결국은 만나지 못한 채로 입시는 실패였다. 

결과론적으로 회사생활 잘하고 먹고살고 있으니 인생 전체로 보면 뭐 나쁘진 않았지만 아주 탁월하지만은 않은 선택을 했었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결혼을 앞두고 있던 29살엔 엄마 손에 이끌려 철학관에 결혼날짜를 받으러 가서는 명리학을 공부한 도사님에게 너의 커플의 궁합이란 건 이런거다하는 다소 운명론적인 관점의  미래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멘토링 비슷한  받은 것도 같다. 그 때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내 결혼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는 걸 보니 이야기라는게 참 그렇다. 듣고나니 무시가 안되는 것들이 생긴다.

중년(!)을  앞에  39살에도 인생에 대해 가이드를   누군가가 절실했다. 39살도 완벽한 어른일 수는 없었던거다. 나만 그런가? 아무튼 그냥 설날 떡국을 마구마구 먹어버린 덕인지 얼떨결에 앞자리가 바뀌어 불혹이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점점 흐를텐데, 49살은 혹은 노년이 되는 59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예를들어 자녀가 없는 노인의 삶은 어떤 건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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