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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Feb 10. 2020

사고 일기

눈 오는 날의 기록


모두가 매일 치열한 각개전투를 치른다는 것을 떠올리면, 인간이 가여워서 견딜 수 없다. 


타인한테 다정한 것은 아무 일도 아닌데 오늘 같은 날은 너무 품이 많이 든다.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다정하고 따뜻한 동물이 최고라고 버릇처럼 말하는데, 사실은 인간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다.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감정의 낙차도 커서 자주 힘에 부친다. 

때론 타인의 감정적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가는 것이 버겁다. 

매 순간 일희일비하는 내가 아직도 낯설고 어렵다. 



오늘은 진눈깨비가 내렸고, 입춘이라는 절기가 무색하게 날이 찼고 손이 시렸다. 

처음으로 사고를 내고 차에서 보험사 직원을 기다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닥쳐온 이사와 마감을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떠올렸다. 


이건 올 겨울 마지막 눈일테니니까, 이런 날은 조금 질척거려도 괜찮을 테니 괜히 쓸데없는 말만 썼다 지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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