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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06. 2021

애 낳으면 정말 나아져요?

2020. 02. 03(월)

지난밤에도 속 쓰림이 심해서 한참 동안 고생했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것 같은데 속이 뜨겁고 꽤 아픈 상태가 지속됐다. 맘 카페에 이런 증상은 언제쯤 나아지는 거냐고 물었더니, 쏜살같이 답변이 달린다. '애 낳으면 나아져요', '시간이 약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신물이 올라와서 결국 일어났다. 참아보다가 도무지 안 되겠어서 냉장고에서 양배추즙을 꺼내 마셨다. 밍밍한 맛을 참고 삼키려니 이 밤에 뭐 하는 건가 싶다. 괜히 찔끔하고 눈물이 났다.



토토는 내가 왜 안 자고 늦게까지 글을 쓰는지 언제나 의아해했다. "잘 자야지 건강해지지, 애기도 잘 크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서운해진다. "네가 임신해봐... 나야말로 자고 싶어"라고 일침을 놓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나를 철없는 애 보듯 한다. 아휴 정말이야. 네가 한 번 임신해보라고.

맘 카페의 게시판은 임신 주수에 따라 나뉘어있다. '300만 엄마들의 소통 공간'이란 타이틀답게 익명의 이름표를 달고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나는 오늘부로 마꼬와 함께한 지 36주가 되어서 '임신 36주부터 39주 차'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게시판 사용은 권장사항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므로 등급이 맞는 게시판이라면 어디든 들어가 볼 수 있다. 하지만 임신주수에 따라 겪는 증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의 주수에 해당하는 게시판만 이용하게 된다. 게시글 중엔 간혹 '방 빼고 왔어요(출산했다는 뜻이다)’란 글이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정 무렵부터는 ‘잠이 안 온다, 잠을 못 자겠다’고 호소하는 글 투성이다. 배에 가스가 심하게 차서 속이 불편한 사람, 화장실 가는 빈도수가 늘어나서 새벽마다 깬다는 사람, 속에서 신물이 올라온다는 사람, 밤마다 아기가 발로 뻥뻥 차서 태동 때문에 잠들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여하튼 접속해있는 사람들 모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게시글을 보며 거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울고 보채는 아기를 달래느라 잠을 못 자는 줄 알았지, 아기를 낳기 전부터 잠을 못 자게 될 줄은 몰랐다. 임신 말기의 어려움은 세간에 전해지지 않을 정도로 신생아 육아가 더 고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아...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진다. 임신은 정말 사람을 갉아먹는구나! 그래도 나는 임신 기간 중에 그 힘들다는 입덧 없이 아무거나 잘 먹고(먹덧이다), 건강한 편이라 진짜 감사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입을 모아 애가 효자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엔 내 면역계가 열심히 일해서 이만큼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 쫌 대단한 것 같다. 칭찬해주고 싶네.

신물도 가라앉았으니 이제 다시 잠자리에 누워볼까 싶다. 속이 또 불편해져서 잠들기에 실패하면, 지난번처럼 생라면 부숴먹으며 이슬아 작가님의 수필집을 읽을 것이다. 책이 아주 두툼해서 읽을 페이지가 많이 남아있다. 밤을 새도 외롭지 않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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