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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기홍 Aug 21. 2017

과도한 가격 할인은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

 안암동의 K카페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근처에 새로 카페가 생겼는데 오픈 행사라고 50% 할인을 하는 거야. 두 달쯤 지나니까 나도 버틸 재간이 없어서 홧김에 50% 할인 행사로 맞불 작전을 폈지. 잠시 손님이 는가 싶었는데, 아차 싶더라고. 손님은 늘었는데 매출이 줄어든 거야. 그렇다고 손님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도 아니고, 예전 매출에 비하면 턱도 없으니 결국 행사를 중단하고 말았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단골들이 하나둘씩 발길을 끊는다는 거야. 어떤 사람은 평소보다 매장이 붐벼서 싫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지금껏 비싼 가격에 음료를 사 마셨나 싶어서 다시는 오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하고, 행사 때 우리 매장을 찾은 손님은 행사를 중단하니깐 안 오면 그만이었지 뭐. 

 행사 전으로 되돌리는데 6개월 넘게 걸렸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새로 문을 연 카페는 얼마 못 버티고 문을 닫았어. 하마터면 같이 망할 뻔했어. 

 할인 이벤트는 카페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마케팅 중 하나야. 쿠폰 소지 고객에게 10~20% 할인해주는 쿠폰 할인,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 할인 행사, 소셜커머스를 통한 50% 할인 쿠폰 판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제공하는 제휴카드 할인 행사 등 손님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할인 행사는 무척 다양해. 손님 입장에서 커피 맛도 좋고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금상첨화 아니겠어? 심지어 할인 행사를 하지 않으면 손님이 다시는 찾지 않을 것 같아 앞 뒤 재보지 않고 하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사장들은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해. 카페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할인 행사를 하는 건 홍보의 일환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아. 개업 초기에 경쟁자들로부터 고객을 끌어오는 방법으로는 이만한 게 없기 때문이지. 문제는 경쟁 점포들이 덩달아 할인 행사를 하는 경우야. 서로 물고 물리는, 제 살 깎기 싸움이 되고 말거든. 

 손님들 입장에서는 여기저기서 저렴하게 커피를 사 마실 수 있으니 얼씨구나 싶지. 하지만 손님들이 커피 값은 할인된 가격이 적정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머릿속에 새기고 나면 결과적으로는 매장만 손해를 입고 만다는 거야. 서로 치고받고 깨지는 싸움 속에서는 더는 이익을 낼 수 없음을 깨닫고 원래대로 음료의 값을 받으려 하면 손님들은 비싸다고 여기게 되거든. 이런 까닭에 음료의 값을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어려워. 

 사실 커피의 원가는 낮은 편이지. 최근에 커피 원가에 대한 기사가 자주 보도되면서 손님들은 커피 값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어. 그런데 여기저기서 가격 할인 행사를 벌이면 손님은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더니 이렇게 저렴하게 팔아도 남는 모양이군'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어? 누가 제 가격에 커피를 사 마시러 가겠냐고. 

 하지만 매장에서는 부지런히 커피 팔아서 비싼 임대료 내야지, 직원들 급여 줘야지, 전기세와 수도세, 그리고 관리비 등을 내야 한다고. 보통 아메리카노 한 잔에 3,000원 정도인데, 반값 할인하면 1,500원이야. 아메리카노 1,000잔을 팔아야 150만 원을 버는 거야. 온종일 쉬지 않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돌려도 물리적/시간적 한계 때문에 1,000잔 이상을 뽑을 수가 없어. 사정이 이러하니 아무리 성공적으로 할인 행사를 해도 간신히 본전 건지는 정도야. 


 카페가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렇다면 시장 가격은 무너뜨리지 말고 꾸준히 손님을 끌어 모아야 해. 손익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할인 행사를 벌인다면 완벽한 판단 착오야. 할인 행사는 단기적인 이벤트로 고객의 흥미를 불러오는 수준에서 진행돼야 해. 눈앞의 매출만 노리고 가격 할인을 하면 그대의 카페는 손님의 머릿속에 저렴한 음료를 사 마실 수 있는 곳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는 꼴이 되고 말아. 카페 사장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바라는 고품격의 카페는 물 건너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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