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하는 카페 창업 전략
성북동의 L카페 사장은 팔랑귀야. 잘 나간다는 카페가 있다는 소문만 들려오면 그곳에 다녀와서는 매장 분위기를 바꿔볼까 하고 자신의 카페를 들었다 놨다 하거든. 그렇게 몇 차례 인테리어를 바꾸다 보니 그 카페만의 특징이 사라졌어.
처음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는데, 어느 날 핸드드립 전문 매장을 다녀오더니 원목으로 치장한 편안한 느낌이 든다면서 한쪽 벽면을 기존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원목 형태의 바로 만들어 놓았어. 이렇게 수차례 인테리어를 바꾸다 보니 지금은 당최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지.
혹시 경영학에서 쓰이는 용어인 마켓 인(Market In)과 프로덕트 아웃(Product Out)이라는 말을 들어봤어? 마켓인이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사전에 조사해서 그에 맞게 제공하는 것을 말해. 프로덕트 아웃이란, 생산자의 형편과 생각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야. 즉,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고객의 니즈에 따를 것인지, 생산자의 의지에 따를 것인지에 따라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뜻하지.
이를 테면 역삼동에 카페를 오픈했다고 하자. 본인의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는 베리에이션 메뉴보다는 핸드 드립처럼 싱글 오리진 커피의 개성 넘치는 커피의 맛과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싶어 해. 그런데 해당 상권은 샐러리맨들이 많아서 커피의 맛이나 슬로우 커피에 대한 니즈보다는 주문 후 빨리 마실 수 있고 일반적인 맛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아.
자, 여기서 이때 수요에 맞춰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테이크 아웃을 중심으로 하는 매장을 선택한다면 마켓인 전략을 택한 것이고, 핸드드립 매장을 열어 오로지 맛있는 커피로 승부를 건다고 하면 프로덕트 아웃 전략을 택한 거야.
어떤 상권에 들든지 이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이 둘을 적절히 혼용해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테리어를 구상할 때 이 둘의 분위기를 동시에 창출하기란 쉽지 않아. 그래더 대체로 마켓인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상권 분석을 하는 이유는 손님들의 수요를 파악해서 그에 맞추기 위함이야. 말 그대로 수요에 맞추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문제는 이렇게 들어선 카페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거야. 다시 말해 공급이 너무 많아.
그래서 그대의 매장이 잘 나가는 카페와 사뭇 다르다는 이유로 L카페처럼 어떻게든 따라 해보려 애쓰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분위기를 만들어내게 된다는 거야. 이런 까닭에 매장 인테리어는 중간에 바꾸기가 참 어려워. 그러므로 초기에 잘 구상하고, 추후에 교체하거나 수정할 부분은 기존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적절히 바꿔나가야 해.
카페의 분위기는 초기에 콘셉트를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해. 여기서 콘셉트란 인테리어만을 뜻하는 게 아니야. 정확하게 말해서 그 카페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뜻해. 카페의 정체성, 카페가 가진 고유의 성격이나 본질을 말하지. 단순히 인테리어가 모던하고 세련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야. 커피의 맛을 중시한다, 손님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커피의 맛도 좋지만 과일주스 등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의 맛도 좋다 등 본인이 바라는 카페의 본질을 인테리어를 포함한 메뉴, 동선, 소품, 직원, 시스템 같은 다양한 요소로 조화롭게 표현하는 거야. 그런데 이런 조화를 무시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나 둘 바꾸면 결국 카페의 콘셉트가 모호해지고 말지.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확장과 함께 카페의 본질에 커피의 맛이라는 요소를 중시하는 매장이 늘면서 핸드드립을 도입하는 곳이 많아졌어. 핸드드립하면 으레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목을 떠올리지만,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스타일을 도입하는 추세에 따라 대부분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주고 있어.
따라서 창업을 구상할 때 '마켓 인'이든, '프로덕트 아웃'이든, 최근의 추세를 따르든 그대가 선택한 바에 따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하면 되지만, 기존의 콘셉트를 바꾸는 것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서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되고 말아. 예를 들어 인테리어를 바꾸면, 그에 맞춰 메뉴를 갖추고 시스템도 교체해야 해. 그래야 손님들이 카페를 편안하게 느끼고 자주 찾게 되지.
결정적으로 콘셉트를 변경하면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해. 창업 때와 달리 추가로 비용을 들여 콘셉트를 바꿨는데, 그게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역효과를 낸다면 참으로 위험한 시도라 할 수 있지.
재차 말하지만, 카페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제대로 하자고. 대충 남들 하는 대로 하다가 나중에 조금씩 고치고 채우겠다는 생각은 금물이야. 기존의 콘셉트에서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 개선할 수는 있어도, 유지하던 콘셉트를 통째로 바꾸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쪽으로 고치는 것은 그대가 꿈꿔오던 카페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