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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명 May 09. 2020

의미 없는 제국

산자락에 너른 땅을 산다.

어느 정도 넓은가 하면 경계가 눈으로는 보이는데

막상 가보려면 먼 정도.

둘레에는 7미터 높이의 나무 성벽을 세울 것이다.

겉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귀퉁이의 작은 입구로 들어서면

나의 제국이 나온다.


이곳에는 내 허락이 있어야만 머무를 수 있다.


나의 룰


취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

평가하지 않을 것.

안된다고 하지 않을 것.

후회할 걸 알면서 행하지 않을 것.

부러워하지 않을 것.


룰을 어기면

숲에서 아름다운 뿔을 가진 사슴 두 마리가 걸어 나와

그 사람을 썰매에 태우고

이제는 출구가 된 입구에 모셔다 드린다.


물론 두 번째 기회도 있다.

세 번째, 네 번째도 있다.

(사슴은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머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자발적 노동을 한다.

오라고 하지도 않으며 가라고 하지도 않는다.


저녁에는 내키는 대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 뒤 아무 때나 잠자리에 든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의미를 구입하려 든다.

눈을 감고 보고 싶어 한다.

나는 그들에게 환상을 판다.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말도 안 되는 장사를 한다.


아름다운 나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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