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혁명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부터 경작을 시작해서 농경 사회를 이룩했다고 본다. 농업 혁명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농업 혁명이야말로 인류 최대의 사기 같은 일이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인류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켰다. 잉여 자원은 차곡차곡 쌓여갔고, 계급 사회는 견고해졌다. 그렇게 축적된 부를 기반으로 상류 계층은 예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관심을 보이며 일종의 투자를 했다. (물론 상류 계층만 예술과 같은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주로 상류 계층 문화가 번성해서 일반 평민 계층들에게 번지고 유행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과학, 기술의 진보가 돋보였는데, 그로 인해 인류는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잠깐 이론 물리학 이야기를 하려 한다. 별로 궁금하지 않다면 넘어가도 된다.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 물리학은 정말 많지만 보통 3가지 큰 틀로 구분 짓는다. 첫째는 고전 역학이다. 일단 역학이란 물리적 개체가 외부 힘이나 서로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위치나 속도 등의 변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는 영역이다. 고전 역학은 뉴턴의 운동법칙을 기본으로 하는 역학이다. 고전 역학에 포괄되는 방정식과 공식이 많지만, 그중 단 두 가지 정보만 있다면 우주 만물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만유인력 법칙과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다. 만유인력 법칙은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의 중력 끌림을 기술하는 법칙이고, 뉴턴의 운동 법칙 제2 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은 물체의 운동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율은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같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쉽게 정리하면 고전 역학은 거시 세계(우리가 보고 만질 수 있는 세계)에서 작동하는 운동을 기술함으로써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법칙이다. 이것만으로도 야구공의 움직임부터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위성, 행성들의 움직임을 모두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다.
둘째로 전자기학이다. 그중 맥스웰 방정식을 꼽을 수 있는데 맥스웰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전자기 현상을 통일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전자기학을 통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맥스웰 방정식은 4개의 법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전기장의 가우스 법칙 - 전하에 의한 전기장을 기술하며, 쿨롱 법칙을 유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2. 자기장의 가우스 법칙 자기력선은 연속적이며, 자석을 아주 작게 잘라도 n 극과 s 극은 나누어질 수 없다. 3. 패러데이 법칙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기장은 전기장을 생성할 수 있다. 4. 맥스웰이 수정한 앙페르 법칙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기장은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다는 앙페르 법칙에 변위 전류라는 항을 넣어 완성했다. ‘150년 동안 수많은 물리학자가 연구해 온 전기장과 자기장에 관한 법칙을 단 4개의 방정식으로 정의했다는 것.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유도한다는 것. 이것이 파동 방정식과 유사하게 작동한다는 것. 전자기파의 속력은 빛의 속도와 같다는 것.’이 맥스웰 방정식이 의미하는 바이다. 또 이 방정식으로 인해 발전소에서 교류 전류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전기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었다.
셋째로 양자역학이다. 양자 역학은 이제 나름대로 대중화가 된 것 같다. 하지만 파인만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양자역학을 온전히 이해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양자 역학을 잘 이용해서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랜지스터(전자 on, off 스위치) 사용이다. 트랜지스터는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양자 역학을 짧게 설명해 보자면 고전역학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시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다루는 분야이다. 양자역학은 파동 함수와 파동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묘하다. 코펜하겐 해석으로도 불리는데 전자로 예를 들어 전자가 관측되기 전에는 확률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대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소리다. 이게 뭔 소린가 싶다면 정상이다. 글을 쓰는 나도 잘 이해 못 하기 때문이다. 플랑크 상수, 관찰, 확률, 양자 도약, 양자 중첩, 궤도, 결맞음, 결 어긋남 등 양자역학에 관련된 키워드는 정말 많다. 그래도 양자역학을 딱 한 문장으로 다시 정리해 보면 전자는 파동이면서 입자일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부연 설명을 살짝 얹으면, 우리가 보지 않을 때 물질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우리가 그 입자를 관찰하면 그 입자를 어떤 지점에서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말해줄 뿐이다.
이 세 개의 과학이 현 인류를 흔히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 문명 발전이다.
18세기말, 영국에서 시작돼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간 산업혁명 이래 지금까지 인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고, 발전했다. 산업화 이전에는 무엇인가 하려면 물리적인 노동력, 풍력, 수력이 필요했다. 단적인 예로 항해하려면 인간이 직접 노를 젓거나 바람의 힘을 받는 돛의 역할이 주요했다. 하지만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이 나오면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열역학이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과학 이론의 발전과 공업 기술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이론과는 전혀 관계없는 현업 종사자들의 기계 발명이 과학 이론보다 앞섰고, 그로 인해 산업 혁명이 촉발됐다는 거다. 아무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국 종착점은 산업 혁명과 기술 발전이었고, 덕분에 엄청난 발전과 진보를 이룩했다.
산업 혁명이 시작되고 과학 기술 혁명도 급격하게 진일보했다. 인류는 지구의 대부분을 알아냈지만, 과학자들은 우리가 아는 사실이 틀릴 수도 있다는 과학적 사고를 하며 끊임없이 밝혀내고, 알아내고, 정복하고, 지배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인간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놀라운 문명을 지난 200여 년간 급속도로 발전시켰고, 문화 예술 과학을 진보시켰다. 인간은 지구를 어둠의 행성에서 우주로 빛을 뿜어내는 인공 항성으로 바꾸었다. 1903년 첫 동력 비행기가 하늘을 날았고, 1969년 달에 발자국을 찍었다. 그리고 우주의 나이를 알아냈다. 또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를 밝혔고, 우주의 태초를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류의 기술 혜택을 받으며 수명과 인구를 늘리고, 편의를 누리며 사치와 행복을 누렸다.
이렇듯 산업혁명과 동시에 지구 곳곳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경제 성장의 상징이자 선진국의 자부심이 되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단순히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굴뚝에 연기를 뿜어내듯, 화석 연료를 쓴다는 의미가 단순히 거기에 머무른다는 착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검은 연기를 마음껏 피워 올렸다.
하지만 과했던 것일까, 지나치게 빨랐던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을까. 바로 그 덕분에 지구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이상하고 난폭한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간은 통제할 수 없는 재난과 재해로 손해를 입었다. 어느 생명체는 영문도 모른 채 종의 종말을 맞이하기도 했다. 지구는 마치 혈당조절 장애로 인해 온갖 합병증이 유발되고 있는 위태로운 환자처럼 보이는 지경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은 2,160~2,640 기가톤(1기가=10억)으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이 중 42%는 1990년 이후 배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지난 반세기 동안의 기온 상승률이 지난 2000년 사이 가장 높았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 년간 최고 수준이라는 결론도 내놓았다.
열역학 제1 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 불린다. 에너지가 새롭게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 없지만 x 형태에서 x1.2.3… 의 형태로 변환될 수 있고, 고립계의 총에너지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2 법칙은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고립계의 총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대 감소할 수 없고 무질서와 무작위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떤 과정에서든 일부 에너지는 항상 열로 소실되고 계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1850년부터 2019년까지의 탄소 배출량을 말했다. 그리고 이 중 42%는 1990년 이후에 발생했다고 했다. 1990년. 통신, 인터넷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 혁명이 있은 뒤부터 탄소 배출이 또다시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산업혁명부터 자연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탄소가 배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석탄, 석유, 전기 등 모든 에너지를 이용할 때는 효율이 100%가 되지 않는다. 쉽게 설명해서 석탄 100을 사용하면 80은 원래 목적대로 에너지 전환이 되지만 나머지 20%는 열이나 탄소 등 다른 것들로 손실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먹고, 만들고, 이룩한 모든 것. 문명 그 자체를 위해 소비한 에너지만큼 엔트로피가 증가했고, 그 결괏값이 탄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 그 이상의 것을 위해 자연(에너지)을 소모했고, 그 결과가 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기온 상승, 기후 위기인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야 일부 과학자, 지식인을 비롯한 소수의 사람만이 지구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개인적인 연구에서 멈추지 않고 환경 기구와 단체들을 설립하면서 그간의 산업 발전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는지 연구하고 밝혔다. 그리고 꾸준히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그들이 낸 목소리는 여러 정치가나 자본가의 입김에 희석되었고 회유되었으며, 완전히 무시되기도 했다. 심지어 대중을 선동해서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명맥을 이은 많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우리는 이미 한계점에 다다라 있다고.
‘기후 위기는 문명의 실패가 아닌 성공에서 비롯됐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님의 말이다. 문명이라는 위대한 왕관을 쓰게 된 인간. 이제 이 왕관을 쓴 인간이 기후 위기라는 쿠데타로 인해 강제 폐위될 것인가. 스스로 그 왕관을 벗어 두어 잠시 내려놓는 겸손함을 보일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