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에 들어선 우리는 어떤 과제에 직면해 있을까. 지금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시킨다면, 2040년에는 1.5도, 2060년에는 2도가 오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미 일은 벌어지고 있고, 큰 희망도 없는 것 같으니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말은 지구의 많은 생물을 절멸시키자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질병으로 인한 팬데믹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고 중대한 일이다. 14세기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였다고 알려진 흑사병도 인류를 몰살시키지 못했다. 1918년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 독감도 마찬가지다. 질병은 결코 인류를 종말 시킬 수 없다. 질병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만큼 인간의 자체 면역, 백신, 치료제도 진화한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티핑 포인트를 넘기면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고, 끝이기 때문이다.
반복하지만 지구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행성이 아니다. 인간과 생물은 지구의 역사에서, 우주의 역사에서 찰나의 순간을 머무르고 흘러갈 존재일 뿐이다. 지구가 인간을 평생토록 책임지고, 보살필 이유는 전혀 없다. 지구가 인간을 완전히 외면하고, 배제시켜 버리는 때가 오지 않게 해야 한다. 간혹 인간이 지구를 괴롭히고 있다는 말을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인간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일이다. 온실가스를 만들고, 온갖 것들로 지구를 오염시키는 일은 인간을 괴롭히는 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을 괴롭히는 일이다. 이대로 탄소를 배출한다면 우리는 자해하고, 수많은 생물을 학살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금 심하게 말해서 찰나의 쾌락과 향락을 위해 마약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기후 위기는 문명의 실패가 아니라 문명의 성공이 만들어낸 일이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평범한 ‘우리’를 뺄 수 없다. 발전을, 진보를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그동안 멈춤 없이, 오로지 위로, 앞으로, 최고가 되기 위해, 발전을 위한 발전을 지속했다면, 이제는 조금 천천히 나아가고, 조금은 멈춰 보자는 말이다.
역사를 보면 시대적으로 극복하거나 성취해야 할 목표가 늘 있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외세로부터의 침입을 막아야 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신분과 차별을 극복하고자 동학농민운동을 일으켰던 19세기 후반. 민족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일제 강점기.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1900년대 중 후반. 경제 재난 상황이었던 1997년 IMF 등이 있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을 나름 잘 극복해 냈고, 현재 상대적으로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전과는 다른 차원이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수많은 노력이 있지만, 나는 단 하나의 방법만 언급하려 한다. 불필요한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환경에 부담이 될 만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큰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완전히 소고기 금지를 하자는 게 아니다. 빈도수를 조금씩 줄여보자는 이야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약 15억 7,000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이 소들은 트름과 방귀를 통해 연간 약 1억 500만~1억 8,000만 톤의 메탄을 배출한다. 서울 환경 연합에 따르면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1만 5,500ℓ이고, 토마토 1㎏을 기르는 데는 180ℓ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농·축산업이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육류 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고기 400g을 먹지 않으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뿐만 아니라 축산업을 위한 농경지 또한 문제가 된다. 무차별적인 농경지 개간은 산림 파괴를 유발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위협한다. 심각하면 종의 멸종을 야기하기도 한다. 생물다양성 문제도 생기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문제는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 질병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축산업을 통한 폐기물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모건스탠리에서 한 국내(한국) 고가 브랜드 시장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명품 시장 규모 3,495억 5,900만 달러로 세계 7위. 2021년 기준 1인당 명품 소비액 325달러로 세계 1위에 달한다고 보았다. 또 모건 스탠리는 한국은 세계 명품 시장에서 별처럼 빛나는 곳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4번째로 구찌 레스토랑이 오픈됐고, 온라인 사전 예약 20분 만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됐다고 한다. 1,000만 원이 넘는 명품 백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기도 한다. 또 월평균 소득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 심리로 커피 한잔에 2만 원이 되는 카페에도 스스럼없이 간다. (여기서 또 가짜 노동의 폐해가 나온다. 직장에서 얻는 스트레스가 결국 보상 심리를 만들고, 과소비를 부른다. 과소비는 기후 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러한 사치성 소비 역시 기후 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유는 말 그대로 ‘사치성’ 소비이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의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면 그만큼 탄소 배출이 늘어난다. 1만 원짜리 에코백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과 1,000만 원짜리 가죽 가방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소비는 새것을 선호하는 소비 형태와 컬렉션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와도 연관 있다. 전에도 말한 것처럼 인간의 모든 활동은 탄소 배출을 야기한다. 인구가 많을수록, 자본 활동이 많을수록 탄소는 더 배출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이것을 부정하거나 비난하려는 목적이 없다. 단지 그렇다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우리가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은 결국 소비자의 성향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을 위한 소비만 지향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나아가 새로운 삶의 양식까지 된다면 기업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기업이 거대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투표를 해야 국가와 정책이 바뀌는 것처럼, 소비 습관을 적극적으로 바꿔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것은 투표 종이 한 장의 의미를 무시하는 일이다. 기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다. 그 일은 오직 소비자, 한 명의 개인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다시 코로나 이야기를 해보자. 만약이라는 말은 정말 부질없는 말이지만, 만약 비행기나 배와 같은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세상에서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팬데믹이 왔을까? 기술의 발전을 비난하고,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이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한번 상기해 보자는 말이다. 빠르고 신속하게 발전하기만 하는 문명과 기술을 경계해야 한다. 빠르게,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열중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급속 성장이 어떠한 위험을 초래하는지. 이제는 천천히, 주위를 더욱 세심히 살펴야 할 때이다.
민주주의는 민중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말이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당해야만 했다.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가 필요하다. 또 한 사람의 생명을 수십 년간 부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지 우리는 안다. ‘잘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았냐. 그 덕에 지금 이렇게 잘살고 있지 않느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해야만 한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안다.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는 기후 위기 탓에 나의 즐거움, 삶의 낙을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 당장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배우고 인지한다고 해서 그 마음이 꾸준히 지속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세상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 뉴스, 콘텐츠들 속에서 우리들의 시선이 향해야 한다.
무분별한 소비와 성장, 경제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기득권은 우리를 향해 추파를 던진다. “DOU’T LOOK UP” 이제 우리는 무분별한 소비 마케팅에서 건강한 분별력을 기르고 지금 당장 그들에게 대응하듯 소리쳐야 한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말에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할까. 마지막으로 우리 다음 세대는 어떤 지구에서 살게 될까.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얼 해야 할까. 무얼 할 수 있을까. 나의 이야기가 조금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다른 콘텐츠들을 꼭 살펴보길 바란다. 나보다 설득력 있고, 전문성 있는 누군가에게서 ‘우리’가, ‘내’가 지금부터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을 꼭 찾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