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안 Apr 03. 2024

기후 위기 대책의 현실

2019년 4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석유와 가스 시추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해버리는 일을 진행시켰다. 현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되면서 탈퇴 절차를 중단을 하기는 했지만, 기후 위기의 위험성이 세계적으로 거론되고, 적극 대응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결정이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실크 탱크 엠버의 ‘국제 전력 리뷰 2022’에 의하면 5대 강국을 포함해 총 50개국이 전력의 1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었으며, 21년부터는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도 재생에너지 비중 10%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중 전체 발전량의 4분의 1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국가도 덴마크(51.8%), 스페인(32.8%), 독일(28.8%), 영국(25.1%)을 포함해 이미 10개국이나 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2021년 기준 4.7%에 머무른 것으로 보았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2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9.22%라고 한다. 이제 꽤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석탄 에너지 비중은 40%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따지면 세계 7위 수준이다. 1일당 발생시키는 탄소의 양은 그보다 높은 순위이다. 기후 위기 대응 지수도 OECD 하위권이다. 전 세계적으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고,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를 위해 많은 개발과 지원, 투자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발간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GDP 성장률 약 3%에 비해서 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고 했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4.5%로 감소하여 1973년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3년의 감소는 경기 침체 기간(대공황,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선진 경제의 배출량 감소 중 가장 큰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보았다. 역사상 처음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이 선진국 전체 발전량의 50%를 차지했으며, 재생에너지 단독으로는 34%의 점유율을 보였다. 반면 석탄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17%로 급락했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우 석탄에서 생산된 전기는 대략 20% 감소한 반면, 천연가스에서 생산된 전기는 6%로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석탄 에너지가 줄고, 신재생에너지 대체율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의 따뜻한 겨울이 배출량을 감소시켰다는 것이고, 이것 역시 탄소 배출량 감소에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약 0.7%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 상승 압박에도 유럽 연합의 에너지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약 9% 감소했다고 보았다. 




세계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효율성과 연료 전환을 적극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지구 탄소 배출은 선진국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선진국들은 이미 개발도상국 시기를 지나 극적인 탄소 배출 시기를 벗어났다. 반면 이제야 개발도상국에 진입하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인도다. 앞서 말한 대로 선진국에서는 탄소 배출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신흥 발전 국가인 중국과 인도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늘고 있다. (수치로 보면 2023년 기준 유럽 7.4% 감소, 미국 3% 감소. 인도 8.2% 증가, 중국 4% 증가.) (1751~2017년 기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유럽(5,140억 톤) – 북미(4,570억 톤) – 아시아(4,570억 톤) – 아프리카(430억 톤) 남미(400억 톤) 오세아니아(200억 톤) 순이다.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115억 톤) 미국(51억 톤), 인도(25억 톤) 러시아(17억 톤) 순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중국과 인도와 같은 나라에게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은 그럼 너희 나라가 여태 배출한 탄소는 어떻게 할 거냐. 지난날에 그렇게 배출한 탓에 지금의 기후 위기가 촉발된 것이 아니냐. 그 덕에 지금의 성장과 선진국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 이제 와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 흐름에 따르자고 하는 것은 우리더러 성장과 발전을 멈추라는 소리 아니냐.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이 아니냐고 한다. (그런데 위에 탄소 배출량을 보면 중국이나 인도가 인구 대비 그렇게 많이 배출하는 건 또 아니다) 둘 다 맞는 소리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라별로는 기후 위기를 나름 잘 극복해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글 처음에 말한 탈퇴처럼 큼직한 사건들이나 은밀한 부정적 사건들이 꾸준히 존재하고, 대외적인 모습이 어떨지 몰라도 실제 수치가 그것을 보여주니까. 그러니 국가들도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그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우선적 문제가 바로 위에서 말한 선진국과 성장국 간의 갈등 해소라고 본다. 쉽게 생각해서 +5 + (-5) =는 0이니까 말이다. 




침수되는 나라의 소식을 들으며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판이다. 나라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 침수되어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은 난민이 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지금도 포화상태인 선진국, 인구 밀집 지역, 대도시로 몰려들게 된다. 만약 이들이 우리나라에 온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들은 그들을 환영할 수 있을까?

2018년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온갖 뉴스와 언론은 그들에 관한 기사를 쓰며 시민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그 결과, 일부라고 하기에는 꽤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었고, 거부감을 느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신청 허가 폐지’ 청원이 올라왔고, 70만여 명이 동의하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2021년에도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고, 지금도 여전히 난민은 ‘문제’로 치부된다. 기후 위기와는 상관없는 국소적인 난민 문제들에도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하고, 딱히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반응들이 시민들 틈에서 일어나는데, 과연 우리는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기후 위기 난민을 다른 방식으로 대할 수 있을까? 기후 위기로 인해 생기는 난민 문제는 위와 같은 상황과는 전혀 다르고, 광범위한 규모로 일어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고, 공포스럽게 또는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고지대이고, 산이 많은 지역인 탓에, 평균 기온이 적당한 탓에 기후 위기를 더욱 민감하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태평양 일부 지역은 이미 침수가 되기 시작했고, 방글라데시 역시 침수 피해로 기후 난민이 생기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침수가 진행되고 있다. 단지 그 피해로 인해 ‘난민’이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닐 뿐이다. 아직 일 뿐이다. 




전 세계 소득 상위 약 10%의 인구가 전 세계 온실가스 절반 이상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들은 자본가이고, 기업이다. 가히 ‘기후 위기는 문명의 실패가 아닌 성공에서 비롯됐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지표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이 지구를 온난화시켰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인간으로 인해 대기, 해양, 빙하 및 생물 영역에서 광범위하고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기후 위기는 화석연료를 통한 문명 발전의 결괏값이다.

기후 변화는 특정 도시, 지역,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기후는 우리가 국경선을 나누는 것에 관심이 없다. 기후에 국경선이란 해안선과 같다. 경계가 모호하다. 지구는 그동안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착취당했을 뿐이다. 아, 지구는 착취라고 느끼지도 않는다. 사실 기후 위기는 작용 반작용과 비슷하다. 원인과 결과일 뿐이다. 지구는 인간과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대가를 분명히 치를 것이다. 인간 스스로 자초한 문제에 대한 답을 지구로부터, 자연으로부터 듣게 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잘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잘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을 잘 극복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단 한 사람의 관심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 07화 기후 위기에 대한 연구 (Feat. IPCC)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