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머리카락에 대하여
²몇몇 사람들이 남편에게 그랬다네요.
"언제 파마했어요?"
파워곱슬인 남편의 머리카락이 이상하게 빠지기 시작하면서 숱도 적어졌어요. 짧은 머리가 곱슬이니 아프리카 토인의 머리처럼 달라붙었어요.
평소 남편은 터어키 미용실을 이용하는데
그때마다 제 맘에 들지 않았어요.
돈도 아낄 겸
급기야 제가 가위를 들기로 했어요~~
지저분한 귀밑머리카락을 잘라주기 위해 바리깡을 집어들었어요. 그리고 쓱싹쓱싹~~
아래서 위로 바리깡을 밀어올렸어요.
약 1초 후!!
6.25 때 부스럼난 머리처럼
얼기설기...
앗뿔싸!
온갖 후렴구가 터져나왔어요.
남편에게 지청구를 들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머리카락을 다시 정리하려는 순간...
복원 불가능한 상태에 진입했어요.
그래서 에잇!
아예 시원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결국 옆 머리와 뒷머리 아래부분을 모두 밀어버렸어요.
가만 보니 누구같냐면?
마틴 루터 같기도 하고....
독방 어디선가 있는 윤 모 씨 같기도 하고..
1~2주는 아무래도 저대로 가야 할 것 같아요.
곰손인 제가 가위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이네요. 저녁에 집에 돌아온 아이들의 표정이 어이상실과 폭풍웃음까지...
그럼에도 애꿎은 제 손가락은 자꾸만 그의 머리를 만집니다.
문득 영화 <가위손>이 떠오르네요.
손이 가위로 되어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아련했던 기억이...
파헤쳐진 무덤처럼 초토화된 남편의 머리카락을
그나마 주눅든 손으로 요리조리 매만져 줍니다.
"가위손 보다는 낫지?"
남편에게 너스레 떨면서 말이죠.
삼손의 머리카락처럼 쑥쑥 자라나라, 지금으로선 경건한 자세로 기도할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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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쓰다만 글을 예약글로 저장했는데 올라가버렸어요.
삭제를 하려 하니 브런치북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하네요. 헐거운 글에 대해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