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떡 먹는 시간

by 손묘 Nov 06. 2024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출근할 때 온갖 음식들을 가져온다. 들기름에 구운 가래떡을 들고 오는 가하면 껍질을 모조리 벗긴 삶은 감자를 가져오기도 하고 직접 만든 라구 소스가 들어간 샌드위치도 싸 온다. 한 마디로 음식에 진심이라는 뜻이다. 여럿이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탕, 초콜릿, 대추, 크래커 등등을 챙겨 오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직원들은 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 달콤한 즐거움이 주는 기쁨을 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단연 떡이다.     



우리 회사의, 말하자면 내가 속해 있는 조립 부서의 사원들은 대부분이 아줌마와 언니들인데 그들은 떡을 참 좋아한다. 고소한 기름 냄새에 몇 개만 집어먹어도 배가 든든해지는 떡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떡 먹는 날은 온 직원들이 모여 떡을 함께 나누어 먹고 장갑 낀 사람의 손은 비어있는 입을 채워 넣어 준다. 조립 부서의 언니들은 2시간 일하고 15분을 쉬는데 일하는 내내 언니들의 토크는 끊기는 법이 없고 그 토크의 끝은 언제나 먹는 것, 혹은 공동 구매로 이어진다. 그것도 아니면 쉬는 시간에 맞춰 시켜놓은 따끈한 떡이 언제 도착하는지 일 때도 있다. 처음에는 언니들이 수다를 떨어서 배가 고파진 것인 줄 알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떡을 먹기 위해 수다를 떠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정도로 언니들은 떡을 좋아한다. 주어진 쉬는 시간 15분 동안 언니들은 떡과 간식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토스도 켜고 화장실도 가고 손도 씻는다. 15분 동안의 떡 파티는 짧아서 더 달콤한 것 같다.     



떡을 먹는 것 말고도 우리 회사에는 공동 구매(이하 공구)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5만 원 이상 무료 배송이라고 하면 그 5만 원의 금액을 맞추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 공구 품목은 매번 바뀌고 무궁무진하다. 언니들의 공구는 오징어, 닭갈비, 닭강정, 옥수수, 청국장, 블루베리, 비건 젤리 등등 먹는 것도 있지만 세제, 방향제처럼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있다. 또한 주문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누군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주문을 받는다. 자신처럼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누구나 주문자가 될 수 있고 공동 구매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떡 파티와 공동구매의 공통점은 둘 다 함께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언니들이 공간과 시간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은 ‘여기서 맛있어서 집에 들고 가면 맛이 없다.’이다. 아무리 맛있는 떡이라도 집에 들고 가서 딱딱해진 떡이 보드라워지라고 렌지에 돌려 먹어보아도 15분의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함께 먹었던 떡의 그 따끈한 맛은 따라갈 수가 없다. 그것이 언니들이 떡 파티와 공구를 하게 되는 이유이다.

작가의 이전글 개조심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