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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아 Jun 15. 2022

지금은 애나 잘 키우라는 말

#먹구름 가득 #오늘 날씨는 '좌절' #제자리걸음 #조급증 #빨리 커라

난관에 부딪혔다. 주저앉는다. 눈물이 난다. 


누구 하나 나에게 티나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는데, 그래서 더 숨이 막힌다. 좌절스럽고 답답함에 목이 조여 온다. 해야 할 것은 많고, 시간은 없고, 눈에 보이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세상을 알아갈수록 배워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듯해 보이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보일 때 고구마 오백개를 먹은 듯 답답하다.


마음은 이미 구름 위를 날고 있는데, 발목엔 나만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에게 묶인 기분이다. '그래 지금은 아이를 키워야 할 때이니 육아에만 온전히 집중하자.'라고 마음먹기에는 이미 글렀다. 난 이제 그걸로 만족이 안된다. 육아는 내가 알아서 한다. 잘하고 있다. 후회 없이 아이들에게 시간도 노력도 쏟아붓고 있다. 다만 그 이외의 시간과 힘을 짜내어 나를 키우고 있는데, 자꾸 저 멀고 먼 목표점을 바라보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져 주저앉고 싶어 진다. 


오늘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조급증'이다. 나의 꿈을 위해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는 신랑이 곁에 있어 세상 무엇보다 감사하면서 동시에 그의 노력에, 그의 배려와 그의 헌신에 빨리 보답을 해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나를 더 옥죄어 온다. 무언가 보란 듯이 해내고 싶은데 그럴수록 나를 바라보며 걱정 어린 시선으로 던지는 누군가의 '애나 잘 키우라.'는 조언이 나를 찌르는 듯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라고, 애 키우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었으면 누가 못했겠냐고, 다른 사람들은 다 멍청인 줄 아느냐 했던 그 말들이, 그리고 마치 넌 아이를 두고 무책임하게 여기서 뭐하니 하는 듯 한 말투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요.' 했던 그 말들이 나를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는 듯한 기분이다. 무력감에 주저앉혀지는 기분이다.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싶다.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나를 위한 걱정이라는 포장지로 나를 주저앉히려 했던 수많은 뾰족한 말들을 가볍게 지르밟고 날아오르고 싶다. 아이들을 내 손으로 정성스럽게 키워내면서 동시에 나는 나도 키워냈다고, 내가 나를 키워냈기에, 아이들도 함께 잘 키울 수 있었다고 나 같이 고군분투하는 누군가의 손을 힘차게 잡고 함께 날고 싶다. 


그래 오늘은 그냥 하루 좀 멍청하게 흘려보내야겠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다른 누군가의 칭찬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에게 주는 인정이 무척 고픈 날이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냥 잠깐 쉬었다가도 안 늦어.


오늘의 날씨는 '좌절'. 하지만 머지않아 저 먹구름도 걷힐 테니까. 주저앉은 김에 파전이나 먹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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