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아 Feb 09. 2022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

#마음 정원 #생각 나무 #물 주기 #햇빛 쬐기 #잡풀 제거

내게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은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새 무의식 중에 자라난 생각들을 쭉 둘러보며 물을 준다. 어머 지난주에 심은 '피부 미인 식물'이 오늘 한 뼘이나 자랐네, 정말 표면이 비단결같이 고운 새싹이구나. 무럭무럭 자라렴. '나에 대한 믿음'은 이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가고 있구나. 믿음 나무가 듬직하게 잘 자라니 다른 어린 식물들도 곁에서 더 잘 자라는 것 같아.


아침마다 일어나 가장 처음,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며 가볍게 로션을 바른다. '어쩜 피부가 갈수록 좋아지네, 아기 낳고 체질이 바뀌었어. 정말 윤기가 흐르고 탄력 있는 건강한 피부야. 오늘도 인상 찌푸리는 대신 많이 웃어야지. 촉촉한 수분 듬뿍 마시고 더 맑아지렴 피부야.'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한지 겨우 일주일째인데 벌써 피부가 더 맑고 밝아지고 있다. '피부 미인 식물'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놀랍다. 


나를 위해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하기로 했다. 가족들이 아직 단잠에 빠져 있는 새벽 4시,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와 물을 끓인다. 요가 스트레칭을 하고, 좋아하는 티를 골라 한 잔 마시며 명상을 한다. 그리고 나의 마음 정원을 들여다본다. 산들산들 싱그러운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정원이 아름다우니 새들도 나비도 놀러 와 반작이는 정원에서 머물다 간다. 비옥한 토지에 마른 부분 없이 구석구석 물을 준다.


정원에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에게서 받은 씨앗들을 심어 키워내 이젠 아름드리 굵은 나무가 되어가고 있는 한결같이 뿌리 깊은 식물도 있고, 이제 막 자라서 자리잡기 시작한 묘목들도 있다. 새해를 맞아 막 씨를 뿌려 두었더니, 이제 새싹이 한 뼘 고개를 올린 아기 식물들도 있다. 제철을 맞아 꽃피기 시작한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도 있다. 꽃들은 각자의 시간이 있다. 내가 정원을 둘러보는 5시쯤에는 '나를 사랑하는 꽃'이 나를 보며 가장 예쁘게 웃어준다. 이 꽃은 향기가 정말 좋다. 아침잠에서 막 깨어난 아이들을 품에 끌어안으면 흐드러지게 핀 '아 어떡해 우리 아기들 너무 귀여워 꽃'이 춤을 춘다. 가족들 식사 준비를 할 때면 '우리 가족은 건강해' 식물이 줄기에 물을 끌어올리고, 맛있게 밥을 먹을 때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 식물이 더 깊게 뿌리를 내린다. 가끔 밤에만 피는 매혹적인 꽃들도 있다. 


한 때는 정원 돌보는 일을 게을리한 적도 있었다. 그냥 둬도 알아서 자라는 식물들을 둘러보지도 않고 방치해두었더니,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보기 싫게 정원을 망가트려 버렸다. 특히 덩굴류가 문제였다. 하루 이틀만 그냥 둬도 쭉쭉 손을 뻗어 나가 귀하게 키워 놓은 식물들을 다 뒤덮어 버렸다.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 성장을 방해하고, 많은 식물들이 해를 못 보게 가려버렸다. 그렇게 오래 두었다가 귀한 나무 하나를 고사시킨 아픈 기억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덩굴류도 내가 심은 것이었다. 작은 덩굴류는 그 모양이 재미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여 호기심에 심어 두고 잊어버렸는데 정원을 방치해둔 수개월 사이에 내 소중한 식물들을 다 죽여놓을 만큼 자라 있어서 속이 상하고, 화가 났다.


그리고 내가 심지 않았는데 바람에 날아왔거나, 새 똥에 섞여 어딘가에 뿌리내린 불청객들도 있었다. 그런 잡풀들은 어릴 때 부지런히 뽑아내지 않으면, 금세 여기저기서 자라나 성가시게 만들기 일쑤였다. 이런 잡풀들은 내가 귀하게 심어놓은 과실수의 성장을 방해했다. 난데없는 곳에서 자라나 정원을 어지럽히고, 땅의 영양분을 그것들이 쏙쏙 뽑아 먹고 있을 때도 있었다. 잡풀들의 특성이 있다. 바로 열매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 예쁜 꽃이 피는 것도 아니었다. 이 쓸모없는 녀석들이 땅을 차지하지 않도록 보이는 대로 뽑아내야 했다. 더 기가 막히는 일은 내가 공들여 심은 아기 풀들과 그 새싹 모양이 비슷하여 처음엔 구분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교묘하고 거슬리는 녀석들이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습관이 되어버린 사소한 불평이나, 부정적인 말투 그리고 생각을 걸러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의 정원을 유심히 둘러본다.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타고 날아와 내 정원에 심긴 잡풀들을 쏙쏙 뽑아낸다. '지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타인과 나를 비교하여 열등감 갖기'는 그 새싹 모양이 유독 비슷하여 처음엔 어느 것이 내가 심은 것인지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그러니 뽑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재밌는 영상 보며 휴식하기'식물과 '쓸모없는 영상으로 시간 날리기' 식물은 심지어 같은 식물의 두 가지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 적당량을 심어 두면 정원의 좋은 활력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면 무척 번식력이 강해 다른 식물의 영양분을 다 빼앗아 먹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루 종일 긍정적인 언어와 매일 감사하기를 하며 사는 일은 나의 정원에 꼭 필요한 물이 되어 식물들을 시원하게 적혀준다. 좋은 책을 읽으면 식물들이 자라는데 좋은 영양분이 되어준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를 바라보는 일은 태양 빛이 된다. 목표는 신앙이 되기도, 때론 사랑이나 행복 같은 가치가 되기도 한다. 빛 없이 자랄 수 있는 식물은 많지 않다. 광합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햇빛이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매일 앞으로 한 발자국 나가는 일은, 정원을 가꾸는 일처럼 끊임없이 죽는 날까지 해야 하는 풍요로운 일이다. 내 마음 정원의 아름다운 식물들은 오늘도 빛을 받아 스스로 빛나며, 물과 영양분을 듬뿍 마시고 한 뼘 더 자라난다. 


어서 오세요, 인아의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