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맘이 여린 여자 이야기
어릴 적, 늦은 밤 술에 취해 아빠가 귀가하실 때엔 커다란 꽃 한 다발을 품에 꼬옥 안고 들어오셨다. 잔소리를 하려다가도 베시시 웃고야 마는,
새벽에 예쁜 꽃병을 찾아 그걸 다분히 꽂아놓고서야 방에 들어가시던 엄마의 모습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도
아련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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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마냥 뒤에 폭 숨기고 있다가
작은 카드와 함께 내 앞에 꽃을 내미는,
미소가 해맑은, 보조개가 움푹 들어간 남자를 만났다.
그 마음이 소중해서, 꽃을 말려 창문에 붙여놓고 보니
햇살이 잔뜩 들어와 방 안에 봄을 그려놓고야 만다.
내 방에 봄내음을 수놓은 그가 참 귀하다.
그 귀한 인연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