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4일 금요일 6회차
뛰기 시작했을 때는 아직 하늘이 아주 무너지지 않았는데 중간쯤 달리다 보니 사위가 어둡다. 아침에는 그렇게 새로운 가능성들로 가득했던 공원의 모든 풀들이 밤에는 수상해진다. 조명들이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제 밝기로 껌뻑거리는 밤, 저 멀리 오리들이 잔뜩 모여 반상회를 열고 있다. 달리기는 30초가 늘었고 스포티파이가 해지된 나는 오랜만에 성우의 음성에 의지해서 달린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심장이 이전보다 40% 정도 혈액을 잘 공급할 거라는 말이 작년 겨울에 많은 힘이 됐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힘이 드는 게 실은 심장이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들은 정말로 심장이 튼튼해지면, 그래서 손끝 발끝으로 더 많은 피를 보낼 수 있게 되면 괜찮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겨울에는 엄지에도 맥박이 흐르기 때문에 맥박을 재기 위해서는 검지로 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주 짧은 로맨스를 떠올리기도 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생각이 단순명료해져 명상을 한 것과 꽤 동일한 상태가 된다던데 나는 뛰면서 생각이 왜 이렇게 많을까. 아직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