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식구들 2
71살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작가이자 문화중재자, 슈퍼바이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인선씨다. 2020년, 독일에서 산지 48년차, 30년의 시간을 연인 이수현씨와 동거하면서 이제 결혼을 준비하고 계신다.1972년 독일로 넘어가 3년을 한국을 그리워하며 겨우 돌아왔지만, 이미 한국은 김인선씨에게 고향이 아닌 곳이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다시 독일로 떠나셨다. 독일 한인 교회의 등쌀에 중매로 만난 파독 광부를 만났지만 김인선씨는 애를 낳아 매이는 게 싫었고, 더 원천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을 채우고 싶어하셨다. 자신의 욕구를 쫓아 민주적인 토론 문화 속에서 늦깍이 공부를 하면서 계속 의식이 달라졌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렇게 자신에게 꽃을 꺽어다준 이수현씨와 2005년 호스피스 봉사단체 ‘동행’을 만들고 대표로 일하셨다.
김인선씨는 ‘레즈비언 할머니’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60대가 넘어서도 나다운 삶을 사는, 퀴어로 사는 삶을 직접 보여주시고 계신다. “마음껏 자기를 표현해도 온전히 받아주는” 지지기반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부정당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한다. 한국의 성소수자들 중 66.8%가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실제 자살시도는 25.5%라도 한다. 성소수자 중 네 명중 한 명은 자살시도를 했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고, 그러한 개인 간의 관계를 제도적으로 배척하고 있다는 건 사회적으로 그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의 행복권과 자아실현의 욕구, 자신이 스스로 존중할 수 있는 존엄성을 국가가 부정하겠다는 뜻이다. 성소수자도 국민이다. 국민이 스스로를 죽이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동성혼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