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보이

넌 미자 아니냐?

by 이븐도





아빠는 곤란함을 표했다.

오늘 이거 또 꽂아서 빼고, 휴일 내내 있으면, 화요일이죠. 근데 제가 지금 직장을 너무 오래 비웠어요, 대체공휴일이라 다행이지.. 집도 이 근처도 아닙니다. 얘가 저한테 곁을 줘서 그나마 같이 있는 거예요. 그날 막 올라와서 갈아입을 옷도 없어서 양말 계속 빨아서 신고 말리고, 그래요. 열이라도 잡히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왜 균 감별이 이렇게 안 됩니까. 하하. 전달 좀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는 허리를 굽혀 수고하십니다, 했다. 배운 사람이고 지성인이다. 직업 때문에? 아니, 감정에 호소하지 않았고 상황에 대한 답답함만 토로했다. 그럴 수 있었다. 까놓고 보니 복잡하기는 했는데.. 뭐, 이 정도야. 이런 일은 흔하잖아. 보호자 상주. 연차. 직장. 아픈 애.




나는 첫날에는 빌 에반스의 칠 분짜리 재즈를 들으며 끝없이 달렸고 그날은 도중에 떨어지는 비를 조금 맞으며 달렸다. 우중 러닝? 정말 그러려고 했던 그 전날 겨우 한 건 몇 곡의 재즈피아노를 플레이리스트에 스파이 심듯 추가한 거였고, 막상 나가자 비는 진작 그쳐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날씨 좋네, 하며 나갔던 그다음 날은 비가 슬슬 내렸다. 늘 일탈을 꿈꿨지만 아, 이 이어폰 말고 그거 꼈어야 했는데, 고장 나는 거 아냐?라는 후회를 그 정도의 부슬비를 지나치며 곱씹은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흠. 음. 그랬다.


그러니까 마스크 따위 안 끼고 독한 페인트를 칙칙 뿌려댈 무모함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건데, 고작 그런 걸 일탈이라 칭하는 내게는 도무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교수가 열심히 설명했다. 핑크색 노을이 지는 평화로운 저녁이다. 폐가 어떻게 쪼그라들고 그러면 기침이 계속 나오고, 정말 친절하신 분이었다. 그러게, 걔는 청소년인 주제에 심박수가 120을 넘을 정도로 기침을 많이 했고 숨이 가빴다. 한 개비씩요, 대답했다. 한 개비? 꼴에 담배도 피웠어? 그래. 꼴에,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거기다가 담배도 피웠다고? 아무튼 피웠다는 거지. 근데, 한 개비가 뭐냐, 어차피 선 넘은 거 그냥 솔직히 말하지.


교수는 차근히 설득인지 설명인지 모를 말을 계속했다. 어, 잠깐. 나는 약을 꺼내다 한 마디 했다. 아니. 너 미성년자 아니야? 교수가 웃었다. 아, 그러네. 그러네? 그렇죠. 미자죠. 미성년자. 어떤 루트로 어떻게 구해서 피우는지는 모르지만 뭐 맘만 먹으면 그게 뭐가 그렇게 어울 리가.

"매체에서 본 거랑 다르더라구요."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매체, 라. 그래. 똑똑한 단어를 쓰는구나. 그래도 하지 말라는 짓을 골라서 한 그 정체성은 어디 안 간다. 근데 매체가 왜 나와, 설마 멋있어 보였어, 그게?

"거기서 볼 땐 달랐는데."

아.

".. 너 십 층 가볼래? 목에 관 꽂고 말도 안 나오는 상태인 아저씨들 엄청 많아. 그게 멋있는지 보고 와라, 궁금하면."




어이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다른데? 가까이만 가도 냄새가 날 것 같은 그 불쾌함은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이 속으로 역겹다는 생각을 참으며 끊임없이 가래를 빨아들여줘야만 하는 그 모습이 멋있다고? 그렇게 석션을 하고 나면 그 사람들이 뭘 하는 줄 알아? 끊임없이 손을 닦아. 학교에서 가르치고 보건복지부와 원내 감염관리실에서 홍보하는 대로. 박박박박 오래오래 닦아. 의사도 간호사도 간병인도 그건 똑같아. 친구야. 그렇게 되고 싶어?

언젠가는 그렇게 될 텐데 굳이 뭐 하러 지금부터.. 그러고 있어. 너에게 닿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손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깨끗하게 닦고 아 집 가서 빨리 씻고 싶다,라고 생각하길 바라는 거야?






몰랐으니 그러겠지 싶긴 한데 정말 모를까 싶었다. 하긴, 뭐 나는 알았나. 쟤가.. 고등학생인가, 그러면? 안 피우려고 해 볼게요, 했다. 정신을 못 차렸구만. 머리맡에 쓰인 나이를 가리키는 숫자와 그 얼굴을 번갈아 보자 한심하다는 생각도 안 들고 참 어리다 싶었다. 어린 것도 사실이지. 잔뜩 어른인 척 머리를 기르고 뚱한 표정으로 누워 있지만 애잖아. 열일곱? 열여섯? 여긴 조금만 아파도 빽빽 우는 외계인들 천지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도 내색을 안 하는 애들은 정말로 어른 같았다. 아니라는 걸 알았다. 꽂힌 흉관에서 무섭게 흉수가 나오고 있는데 생각을 해 본다라.



그리고, 거짓말도 좀 말이 되게 쳐라. 한 개비씩을 니 그 짧은 생의 어느 세월만큼 피워서 이렇게 된 거라면 넌 당장 그냥 숨 쉬는 모든 공간을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로 도배를 해도 모자라다는 거 아닐까? 참나, 저 중생을 어찌하면 좋을꼬.

괜히 청소년이 아니구만. 나와 저 친구는 같지 않구나. 당연하게도. 내가 너무 애기들만 봤나 봐. 알아듣는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게 일대일 대화가 되는 상대라는 건 절대 아니야.






의무기록에 못 보던 말이 적혀 있었다. 인턴인 주치의가 적은 것. 취미는 그래피티, 마스크 없이. 그래. 이거구만. 참나. 그런 걸 하면서 마스크는 또 왜 안 껴,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았고, 그래피티?가로등이며 건물 벽에 하룻밤이 지나면 생겨 있던 그런 낯선 낙서? 지나치면서 늘 궁금했거든. 이딴 건 누가 하는지보다는, 그럼.. 한밤중 남들 다 자는 시간에 굳이 뭔가를 싸들고 나와서 길에 이런 낙서를 하고 집으로 들어간단 말이야? 대낮엔 본 적이 없으니 그랬다. 길고양이나 비둘기가 그랬을 리는 없잖아.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궁금했는데, 여기 있었어?


뭐, 그게 개인 작업실이든 집안의 아트월이든 진짜 길바닥이든 알 길은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반코를 쓸지 클린다마이신을 쓸지 진료과에서는 갈피를 못 잡았고 독시사이클린을 먹어도 열이 안 떨어졌다. 나는 의학 지식이 없지만 보통 흉관을 삽입할 정도로 폐렴이 심하게 온 애들은 그걸 먹으면 열은 잡혔다. 얘는 안 잡혔다. 둘 중 하나였다. 그 페인트가 이 정도로 독하거나, 유리몸이거나. 둘 다인가?



아무튼 참 미련하고 독특한 사유였다. 거기다 담배라.. 하지 말라는 간지 나는 짓은 다 하다가 남들 다 나가 노는 황금연휴에 병원 처박혀 수액줄과 흉관을 보전하느라 절뚝이며 걷는구만. 왜 그랬니. 아휴.






아빠는 수의사였다. 어쩐지. 진짜 똑똑한 사람 특유의 멍청한 척 하지만 뼈가 있는, 그 유들유들하다 허를 찌르는 태도가 납득 됐다. 원래 진짜는 늘 중요한 순간에만 성정을 드러내잖아. 늑막이 어쩌고 이쪽에 협착이 생겨서 거기가 농이 찼는데 그걸 지금 어쩌고.. 하는 식으로 그 잔잔하게 반항기를 띠는 아들에게 익살스럽게 설명했다. 아들은 질문이 많았고 의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빠는 그렇게 너스레를 떠는지도 몰랐다. 아무튼 배액관에 찌꺼기가 끼어 흉수가 내려가지를 않을 때 스퀴징을 기똥차게 했다. 동물 의사가 사람 의사보다 스킬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병상은 너저분했고 그 애는 침상 머리를 올린 자세로 늘 누워 있었다. 다른 또래들처럼 딱히 인터넷 방송 같은 걸 보는 것 같지도 않고 잠만 계속 잤다. 뭘 보는지 다 알았던 이유는 이어폰을 안 꼈기 때문이다. 아빠는 덧붙여 말했다. 얘가 강박이 그쪽으로 있어서 누가 소리를 내면 그걸 따라 해야 해요. 다인실에서 이어폰을 안 끼는 걸 방치할 정도의 무례함을 용인할 아저씨 같진 않았는데, 뭐지 생각했다. 그런 거였군.


밤에 아빠가 자꾸 없어. 애한테 물어보니까 밖에서 잔대. 근데 휴게 공간에도 안 계시거든? 선생님 이따 라운딩 가면 안내 한 번 더 해 주세요,라는 인계를 받고 내가 아버님, 저희 보호자 상주가 원칙이라 밤에도 애기 옆에서 주무셔야 해요,라고 말했더니 말한 내용 중 일부였다. 흠.




사실 첫날, 첫날이라고 해야 하나? 열이 절절 끓고 배액관은 삽시간에 차던 날, 퇴근한 나는 어떤 일탈을 할까 생각했다. 마스크 안 끼고 그래피티, 담배. 히야. 난 왜 그렇게 안 살았지. 흉관 좀 꽂으면 어때. 안 죽을 것 같으니까 저러지. 끊을지 말지 고민한대잖아. 대학병원 교수가 와서 친히 설명하는데도. 그리고 무엇보다 젊잖아. 애처로운 어린이도 안타까운 어른들도 아니고 그냥 그 중간이었다.


무슨 공처럼 뭉쳐져 병실 구석에 박힌 트레이닝복 바지와 버거킹 봉지와 빨대가 언제부터 꽂혀 있는지 모르겠는 콜라와 뭐만 하면 왜요, 왜 하는 건데요, 하고 불퉁한 목소리로 묻는 청소년. 부러웠다. 미성년자인데 담배를 피운다라. 제일 넘지 말아야 할 허들이었지만 뭐 그쯤 넘은들 어떤가. 난 왜 그렇게 안 살았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피우고 싶지 않았다. 어딜 가서 뭘 해도 신분증 검사를 안 하는 나에게 그건 그냥 추하게 죽을 날을 앞당기는 해악일 뿐이라고. 저 나이였으면 스릴이라도 있지.

재밌는 일이다. 난 왜 안 그러고 살았지. 그 교수의 부드러운 설명을 그냥 한 마디로 정리한 사유를 끼어들어 말한 건 나였는데, 미자가 담배를 피워? 자식이.


근데 그러고 싶었나 봐.

그러니까, 사실 그만큼 아무렇지 않은 장애물이 어딨냐고.






그래서 나는 피곤한 정신과 지루하게 살아온 날들을 뒤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탈이 뭔지를 생각했다. 이태원의 무슨 뮤직펍 바 테이블까지 갔다가 주문도 안 하고 나왔던 게 떠올랐다. 근데 그거 일탈도 아니잖아. 스물일곱 먹고 술집 가는 게 일탈이야?

사람이 너무 많았고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노래가 너무 큰 탓에 주문을 위해서는 소리를 질러야 했고 외국인이 많았고 분명 누군가와 같은 테이블을 쓰거나 팔꿈치까지 붙을 것 같은 바 자리에 앉거나 서 있어야 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 거기까지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날 나는 내가 절대 힙스터는 못 되겠다는 사실만 진하게 확인한 후 그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전철이 끊겨 택시까지 타고. 정말 재미없는 인생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집은 정말 항상 정리해 두었고 옷을 그렇게 구겨 놓는다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내가 엄마도 친척도 아닌데 그 병상 옆에 서 있으면 당장 창가에 널브러진 그 잡다한 것들을 다 치워 버리고 싶었다. 보통은 그렇게 안 더러우니까. 애가 나이가 어리든 아니든 항상 부모들이 다 정돈을 했으니까. 정말 누군가의 방구석을 보는 것처럼 그 난장판인 병상을 보고 있자면.. 어, 사실 기분이 좋았다.


비닐이 열린 롤케익 상자, 왜 안 버리는지 모르겠는 까다 만 나무젓가락, 종이컵 세네 개쯤, 마찬가지로 왜 있는지 모르겠는 택배 박스, 아니. 입원한 지 삼일 됐는데? 콜라컵, 또 콜라 컵, 야자수가 셋 그려진, 요새 애들이 저런 걸 입나 싶은 개켜진 흰 티셔츠, 맨발의 슬리퍼. 나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아파트 단지가 아닌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뭐, 응급실 통해 입원하는 상황에서 그런 게 대수겠나 싶긴 한데 아무튼 그랬다. 거기다 언제 잘랐는지 모를 머리카락. 그리고 드는 생각, 난 언제 저렇게 살아 보냐.




물론 그는 환자였다. 그냥 단적으로 그런 장면들이 생각났다. 마침 그날은 비가 왔다. 비가 왕창 왔다. 우중 러닝? 아, 진짜 재미없어, 하다가 그래. 뭐 이 정도는? 했다. 그러면서도 그럼 이어폰은 이거 말고 저거 껴야겠다 생각했다. 정작 나가자 일탈은 무슨 비 온 후 호숫가의 바람이 환상적이라 아름답기만 했다.


매번 듣던 가요가 아니라 외울 수 없어 내내 부드러움이 이어지는 기분이던 재즈곡은.. 오히려 더 행복한 기분만 줬다. 술이라도 마시고 뛰었어야 했나, 근데 그건 너무 작위적이잖아. 참나. 나도 내가 뭘 바랐는지 알 수가 없다. 선후관계도 알 수 없다. 어떤 사건이 있어서 그런 취미나 삶의 양상을 갖게 된 건지 타고나기를 저런 건지 내가 영영 알 수 없겠지. 확실한 건 내가 가진 모든 모습과 정반대였다. 동경? 동경이라면 동경이야. 문제는 그 배경이.. 허름하지만 넓은 미국 어디의 차고 같은 데가 아니라는 거. 여긴 애들이 잔뜩 울고 밥냄새가 나고 흉관을 건 채 비틀거리며 간신히 걷거나 침대에 몸을 일으킨 채 누워 있기만 해야 하는 병동이고.






아이러니했다. 얘야, 배웠니. 세상의 어떤 간지는 그런 거야. 병원은 폼나는 모든 것과는 거리가 멀어. 니가 있는 데가 어디니, 병원이지. 아빠가 걱정하고 쫄려 하는 이유는 니가 입원했고 보호받아야 하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이야. 성인이었으면 이렇게 모양 빠지게 아빠가 쩔쩔매지 않았어. 근데 뭐, 끊어 볼게요? 하이고.


그리고 사실 나는 지금 순간에도 좀 부러워하고 있다. 간지 안 나는 그 누추한 병세와 너저분한 것에도 개의치 않는 태도와 아빠의 현실적인 걱정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한 그 멍청한 건지 미련한 건지 모를 무모함이. 모르기 때문에 그랬겠지. 정말로 십 층 그 호흡기병동의 환자들을 본다면 그런 취미도 고민하는 태도도 다 갖다 버릴 수 있을 텐데.




미안. 근데 안 버리기를 바란다. 그냥, 마스크가 좀 그러면 실드를 써. 우리가 격리방 들어갈 때 쓰는 거대한 썬캡 같은 그런 거. 맨얼굴에 긴 머리로 그러는 게 자유로워 보이긴 하는데 결말이 좀 별로잖아. 병원 마크 찍힌 환자복 입고 기름진 머리로 늘어져 있는 건 간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니 담배 냄새에 눈 찌푸리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걸 다 포기하라는 게 아니잖아?


판단의 축이 저세상 어딘가에 가 있는 아들을 보좌하느라 도련님 한정 광대가 된 아빠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멀쩡한 어른으로 변했다. 부럽다, 야. 네 앞에서만 말씀이 쎄서 그렇지 아빠는 네가 한껏 무모할 수 있게 키우고 계셨구나.






페인트를 뿌리다 들이마신 건지 목구멍으로 때려 넣은 건지 아니면 하루 한 갑씩의 담배를 피워댄 건지 알 수 없는 몸 상태의 그를 돌보는 아빠는 현실적인 직장인이었고 그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모르고 싶은 어린애였다. 내가 그러고 싶었다면 정말 너무 간 건가 몇 번을 생각했다.

근데 그러고 싶은 게 맞긴 해. 하지만 나는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알았고 아는 걸 애써 모른 척할 정도의 정성은 또 없었다. 아, 이래서 어른들이 진짜 그런 일탈을 하나? 근데 나는 또 간이 너무 작았다. 하여간 그런 건 안 됐다. 슬쩍 생각했던 우중러닝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는데 이어폰 고장 날 걱정이나 하는 내가 무슨.



그러니까 내가 부러웠던 게 정확히 뭔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냥 부러웠다. 멍청함이든 무모함이든 그 울타리든. 아냐, 울타리는 안 부러워. 나는 그 울타리조차 모르는 어른이고 싶다. 알면 언젠가 신경 써야 한다고. 다 모르고 싶어.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똑똑한 사람인 것도 아닌데 말야.




무모하다는 게 뭘까 생각했다. 나랑 가장 거리가 먼 것? 그래. 누워서 흉관을 꽂는 거 정도는 감수해야 그럴 수 있는 거지. 아니지. 감수한다는 건 무모한 게 아닌데. 그냥 뛰어들어야 무모한 건데. 흠,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냥, 얼른 나아라.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모하게 살면 되잖아. 난 모르겠으니 퇴원하는 날 보여 줘라. 어떻게 회복해서 무모함을 보여주는지. 아버지께는 좀 안 된 일이다만 원래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 미성년자잖아. 그 보호 아래서 한껏 그렇게 살아. 누굴 때린 것도 뭘 갈취한 것도 아닌데 뭐 좀 어떠니. 하지만 너무 많은 걸 해치지는 말고..

아, 난 안 되겠다. 그런 건 신경 안 써야 1티어인데?

글렀다. 에휴.


빨리 낫자, 미자야. 연휴 전이라 흉수를 더 급하게 빼야 하는 건 간지가 안 나잖니. 이부펜은 혈관이 타는 것 같아서 못 맞겠다고 말하는 건 더 간지랑 거리가 멀잖니. 건강히.. 무모하게 살도록 해 봐. 타고난 코어는, 네 추구미는 안 변할 테니 좀 지속 가능한 간지의 형태를 찾을 수 있길 바라.




그래서 그냥 달리기나 했다. 아, 바람 좋다. 하면서.

그래. 이게 내 최선이다.


진짜 재미없는데.. 난 이렇게밖에 못 살아. 지속 가능한 무모함이 어딨냐, 무모의 끝은 난파거나 붕괴일 뿐이라고. 하하.

차라리 다 모르고 싶다. 왜, 너도 사실 모른 척하는 거야? 그래서 아파? 아닌 거길 바란다. 근데 아닌 게 아닐 것 같단 말이지. 화이팅이다. 세상 쉽지 않지? 근데 쉽지 않아도 어떻게든 그렇게 살아. 흉관은 빼고 담배는 끊은 병실 바깥에서. 그게 너의 무모함을 담을 인생의 색깔일 거야. 안 되는 게 어딨니, 되게 만들어. 그게 간지일걸?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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