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와 피씨

티니핑이 왜 좋냐니까?

by 이븐도





복귀하면 그는 아마 퇴원했을지도 모르겠다.

쥬라기 공원도 꼭 보고 드래곤 길들이기도 꼭 봐라.

어제 쥬라기 공원 본 얘길 하고 싶었는데 걔가 안 일어나서, 나도 바빠서 말 못 했다. 앞으로도 말할 일이 없을지도 몰라.


가끔은 이런 만남이 다 동화 같다. 돌아서 덮으면 없던 일들.

그게 뭐 어떻다는 건 아니고, 그래서 좋을지도.






달리기를 하면 가는 길에 횟집을 하나 지나친다. 한창 달리는 구간, 원통형의 낮은 수조에서 스케치북만한 생선들이 헤엄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달리는 방향을 향해 주둥이를 빠끔대듯 처박고 있다. 더운 건가, 아니면 답답한 건가. 내 인생이 저 물고기보다는 낫나? 라는 잡생각을 하며 달렸다.


매일매일 아마 다를 그들이 넘실대는 낮은 그 수조를 지나며 언제는 그 인형들을 떠올렸다. 똑같이 생겼으니까.

"이건 뭐야? 안 무서워?"

"귀여운데요."

"귀엽다고, 이게?"

"귀여워요, 얘도. 얘도."

"너 얘들이 뭔진 알아?

"이름도 있어요. 왜 몰라요."

"현수가 붙여 줬어요."

"뭔데요?"

"현수 니가 대답해 드려."

"피쉬랑 피씨요."

"뭐랑 뭐? 똑같은 거 아냐?"

"달라요. 피쉬, 피씨."

"피씨방 할 때 그 피씨?"

"피씨방, 아닌데. 피씨요."

아니긴. 그게 그거야.




알부민을 준비해 다시 들어간 병실에서 나는 엄마에게 이런저런 것을 간단히 설명했다. 엄마는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


"얘가 더 귀엽지 않아?"

"그것도 귀엽고 얘들도 귀여워요."

"안 무섭다고..? 이 친구들이? 안 징그러워?"

"귀여워요."

내가 가리킨 건 그 고등어와 참돔이 아닌, 캐비닛 위에 있는 손바닥만한 어린이 치약의 사자와 홍학 일러스트였다. 그렇구나. 둘다 귀엽구나.

"이거 강아지 장난감 아니야? 맞지?"

"몰라요, 제 친구들이예요."

"친구들이라고?"

물고기랑 왜 친구야, 라고 묻지는 않았다. 거기까지 가면 너무 나 혼자만의 뇌절이니까. 얘는 일곱 살이잖아. 이 비린내나는 애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궁금했으나 더 말을 못 시켰다. 솔직히 불안했다.

혈압도 다시 한 번 더 재야 했는데 그런 식으로 몸에 손을 대면 병동 복도가 다 쩍 갈라질 것 같은 크기로 소리를 질렀다. 그나마 딴소리를 시키면 소리를 안 질렀다.


낯빛이, 그 때 중환자실에 갔던 애랑 똑같았다. 가는 건 문제가 아니지. 아니 물론 문제지. 문젠데. 가서, 가면 가는 건데, 아무튼 볼이, 이마가, 손이, 목이, 입술이, 그러니까 모든 드러난 피부가 뒤집어놓은 고무장갑 색이었다.

하도 짜증을 내니까 쳐지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나름 또 이게 이 친구가 기력을 짜내는 방식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혈압을 재야 하는데 잴 수가 없었다.




"현수야, 나 이거 한 번만 할게."

"싫다고요. 아프다고요. 엄마 어디갔어요? 엄마 어디갔냐구요. 엄마아아아아아!"

"엄마 아빠랑 전화하러 가셨어. 금방 오셔. 배 아프다며, 괜찮은지 봐야 돼. 한 번만 하게 해 줘."

"싫다고. 엄마아아아아, 어디갔냐고, 왜 나 두고 가냐고. 빨리 오라고오오오!! 아파! 아파! 아프단 말이야!!!!"

양 다리로 다 침대를 걷어차고 양팔로는 베개며 인형을 다 밀치며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질러도 입술을 하얬고 손발은 애 덩치에 비해 너무 쫀쫀하게 부어 있었다.

제발. 나 한 번만 하게 해 줘. 억지로? 217,106에 심박수 156의 바이탈을 어떻게 올려. 이렇게 짜증내는 와중에 잰 게 뭔 의미가 있냐고. 현수, 어디가 제일 아파, 응? 가리켜 봐. 어디가 아픈지 알려줘야지, 응? 몰라. 다!! 아프다고!! 엄마 어디갔냐고!! 엄마!!!!!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얘가 이렇게 난리를 치다가 순간 의식을 놔버릴까봐. 그 때 걔도 그랬단 말이야. 사실 진짜 무서웠다. 진료과에서는 혈액검사 수치가 많이 안 좋다고만 엄마에게 전달한 듯했다. 내 마음이 제일 급한 것 같았다. 그런데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내가 그러면 보호자들은 더 겁먹었다. 항상 그랬다.

그리고 그 병실에서의 그들에게는 시간이 많았다. 온갖 것들을 찾아보며 속을 끓이고 머릿속을 볶아댈 게 뻔했다.






이브닝에게 인계를 주고 이틀 후쯤 다시 병동으로 돌아오니 현수는 없었다. 갔군. 중환자실로 그 날 오후에 바로 올라간 것 같았다. 처져서라기보다는 할 게 많아서. 거기 인계장에도 적혀 있었다. 피쉬, 피씨. 그게 참돔이랑 고등어인지 그 인계를 보고 알았다. 얘들 그게 그건 줄은 어떻게 알았던 거야? 투석을 하고 온갖 항생제를 때려붓고 수혈을 하고 또 수혈을 하는 중이었다. 이리터블한 모습을 보이면 프리세덱스 추가투약을 고려한다고도 남아 있었다. 그렇지. 거기는 엄마가 없지. 그 물고기들은 있지만.


소지품에 이름을 붙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사람의 이야기가 덧씌워진다는 거? 다른 애들은 보기만 해도 기겁할 것 같은 인형을 싸고돌아서? 거기에 더 골 때리는 이름을 붙여준 애라서? 내가 그 날 쓸데없이 마음을 너무 졸여서? 중환자실로 갔다가 돌아오고 또 가고 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 나는 어느새 그 인형들과 현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 그는 다시 병동으로 돌아왔다. 이런저런 것들을 마치고 복귀한 것이다. 집으로 갈 날은 멀었다만. 현수는 꽤 똑똑했다. 그 괴상망측한 생선들을 봤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 있긴 했는데 정말이었다.




"뭐야, 재밌겠네? 어제 저건 다 했구나?"

작은 노트북의 때깔 좋은 화면에서는 어항 속의 물고기들이 헤엄쳤다. 창가의 네모네모 마인크래프트 레고는 뭐 저런 걸 돈 주고 사나 싶게 생긴 돼지가 되어 있었다. 돼지 맞겠지?

"완전 빨리 했어요."

"돼지야? 하나도 돼지 안 같은데."

"돼지 맞아요."

"근데 이거 물고기가 왜 합쳐져? 멋있다, 게임. 재밌어?"

"합쳐지는 거 아니예요. 아하잇. 물고기가 어떻게 합쳐져요. "

현수는 눈웃음이 예뻤다. 그 때만 애 같았다. 이런 애들 특인가봐. 한 마디도 안 지는 까칠한 애들.

"합쳐지는 거 맞잖아."

"근데 그런 게임 아니예요."

".. 선생님. 현수가요, 소변을 어제보다 못 보는데 어떡해요? 물 안 먹여야 돼요? 교수님이 그런 말씀은 없으셔서.."

"아, 이거 지금 체크해서 기준치 안에 못 들면 수액량 줄일지 확인할 거예요. 그걸로 일단은 조절할 거라 먹는 건 아직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지금 시간당.. 몇이지."

"그걸 왜 알아야 돼요?"

"너한테서 들어간 거랑 나온 거랑 비슷해야 하거든."

"그게 무슨 말인데요?"

"여기 물 보이지? 들어간 만큼 니가 쉬를 해야 하는 거야."

"저게 제 몸에 만큼 들어가는데요?"

"한 시간에 40 들어가. 하루에.."

"960."

표정이 의기양양했다.

"아닌데?"

일곱 살이 두 자리 곱셈도 하나? 물론 이건 한 자릿수나 다름없긴 하지.

"맞거든요."

"너 곱하기 잘해?"

"쪼끔요. 그리고 이거 물고기 합쳐지는 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현수는 다시 게임에 열중했다. 엄마는 웃었다. 그리고 나한테 감사합니다, 했다.






엄마는 마음이 좀 약했다. 뭐 애가 갑자기 그렇게 아프면 당연히 다 그렇겠지만 원래도 그런 사람 같았다. 좋게 말하면 '걱정이 많으신 타입'. 엄마는, 아마도 나를 보면 꽤 반가워했다. 어, 오셨네요. 하면서 화색이 돌았다. 아니, 그러신 것 같았다. 현수야, 오셨어. 하고. 정작 그 친구는 내가 오건 말건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지만.


병원에는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선생님 오시면 좀 나아요. 아, 아까 회진 다녀가셨나요? 아니요. 선생님이요. 아, 저요? 아하. 아닙니다. 이건 뭐 고백도 아니고 플러팅도 아닌 요상한 멘트도 던졌다. 그걸 또 왜인지 모르게 수줍게 말씀하셔서 내가 다 민망했다.



그 때 하도 걱정했었는데.. 휴대폰 보지 말라고 하셔서.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아하. 그건 그렇지. 용혈성 어쩌고..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할 것 같은 질환과 진단명. 차라리 의사 선생님 왔을 때 많이 물어보시라고 했었던 것 같다. 거기 나오는 증상과 실제 애 상황은 또 다를 수 있는 거잖아. 그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감사해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니예요, 현수 고생 많이 하고 잘 와서 다행이예요. 했다. 똑똑한 현수는 경관식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었다.


"괜찮니?"

"네. "

"다행이예요. 저거 먹자마자 토하는 애들도 있는데."

"중환자실에서도 잘 먹었대요."

"진짜 다행이네. 먹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그래서 천천히 먹어요, 두 모금씩."

"배 아플까봐?"

"네. 왜냐면 전 똑똑하거든요. 그리고 약속했어요, 엄마랑."

"너 똑똑해?"

"엄마가 저보고 항상 똑똑하고 멋있댔어요."

엄마는 또 웃었다.

"맞네. 야, 근데 그러면 너 이거 대답해 줄 수 있겠다."

"뭔데요."

현수는 태블릿에서 눈을 떼고 나를 봤다. 티니핑. 티니핑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는 늘 궁금했거든.

"티니핑이 왜 좋아?"

"이거요?"

"그래. 캐치 티니핑."

"..몰르겠는데요."

"똑똑하다며, 너."

"몰라요. 재밌어요."

"그러니까 왜 재밌냐고, 로미공주가 예뻐서?"

"로미공주 말고 오로라핑이 귀여운데."

"너 저 생선들이 귀엽다며. 얘도 귀여워?"

"네. 얘도 귀엽고.. 음. 다 귀여워요."

"그래서 왜 재밌냐니까?"

"몰라요."

"너 그 물고기 게임은 다 했어?"

"이제 재미없어서 안 해요."

"거기 돌리 있던데. 너 걔 독 있는 거 알아? 난 아는데."

".."

"모르는구나? 난 아쿠아리움 가서 직접 봤어."

"블루탱은 지느러미에 독침 있어서 건들면 그거 발사해요."

"그래. 근데 좀 알려주면 안 돼? 티니핑이 왜 재밌냐니까?"

"..재밌어요."


퇴근하는 길에 찾아보니 돌리, 아니 블루탱의 독침은 지느러미가 아닌 꼬리에 있었다. 까비, 그냥 나도 아무거나 갖다댈걸. 꼬리나 지느러미나. 어차피 거기서 거기 아니야? 그 똑똑한 애도 티니핑이 왜 재밌는지는 설명을 못 했다.



어디 유전자 변형이 잘못된 것 같은 네모난 마인크래프트 돼지, 눈 떴을 때 내 옆에 있으면 상당히 놀랄 것 같은 물고기 인형, 39곱하기 47도 그 자리에서 뚝딱 계산해내는, 장래희망이 아직은 요리 잘하는 가정주부인 그 친구도 그 왕눈이 설치류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왜 재미있는지는 모른다니. 과연 나는 소아과에서 팽당하기 전에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는 그 말을 곱씹었다.

뭐더라, 감사였나, 좋았어요. 였나. 우리, 라고 했다.. 라며 방구석 책상에서 오과장의 술주정을 자꾸만 리마인드하던 장그래처럼. 제가, 좋으신가요? 그러셨군요. 다행입니다.






병상에는 유인물 같은 알록달록한 프린트가 있었다. 이게 뭐예요? 아. 드래곤 길들이기? 이거, 얘 하도 중환자실 있을 때 지루해해서, 애아빠가 AI한테 시켜서 동화 만들어준 거예요. 와, 신기하다. 아, 그러네요. 알부민 얘기부터 있는 거 보니까 정말 초반 때긴 하네.

투석 용사, 전해질 용사, 혈장 용사, 똑똑하고 용감한 현수. 강하고 멋진 현수가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 용사들.. 지브리도 디즈니도 아닌 그 둥글고 귀여운 그림체로 드러난 치료과정들. 세상 참 좋구만. 그 때 정말 감사했어요, 아이. 아니예요. 근데, 현수야. 너 드래곤 길들이기 안 봤어? 못 봤구나?


"봤는데요."

"아니. 사람 나오는 거 봤냐고."

"봤어요. 그 히컵 나오는 거. 다 봤어요."

"어디서 봤는데? 난 영화관에서 봤어."

"저 집에서 아빠 노트북으로 봤어요."

"그러니까, 그거 아니라고. 진.짜. 사람 나오는 거 봤냐니까."

"봤다니까요."

"어머니. 진짜 재밌어요. 꼭 포디로 보세요."

"아, 보셨어요? 아직 해요?"

"아, 그거 딱 여름 영화라 아마 현수 집 갈 때쯤도 할거예요."

"언제쯤 갈까요.."

"에이, 금방이죠. 봐, 현수야. 여기 그림 있잖아. 그림 보여? 이게 진짜 용으로 나온다고. 나아서 드래곤 길들이기 보러 가자잖아."

"봤다니까요."

"에휴, 너 영화관 가면 깜짝 놀랄 거다."

"왜 놀라는데요."

"왕재밌어서."




현실은 동화도, 우스꽝스럽게 각진 마인크래프트도, 사실은 그 집 고양이들의 장난감이었던 물고기 인형들도 아니다. 분명 병동은 내게 현실인데, 가끔 많은 것들은 비현실 같다. 나는 그들과 적지도 많지도 않은 대화를 나누고,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알아내려고 하고, 교류 아닌 교류를 하다가 헤어진다. 영영 다시는 만날 일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들은 예쁘고,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다.


애들 우는 소리는 항상 괴롭고, 걱정스러운 부모들의 눈빛은 늘 지겹다. 나이트 때는 일부러 눈을 안 마주쳤다. 나는 너무 바빴다. 어떤 사담도 할 수 없어서 일부러 엄마의 눈을 안 봤다. 일화의 채집은 선택적인 것이다. 나도, 언젠가 이 때의 일들을 떠올리면, 그 날이 얼마나 바쁘고 지쳤던 간에 그 무해한 AI 그림체의 동화처럼 떠올리게 되겠지. 지금도 이미 몇몇은 그런 것처럼. 근데 가끔은 그런 걸 바란다.


그 누구도 이런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나와 닿았던 모든 사람들이 진심이기를.



왜 이걸 바라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항상 바라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돌아서면 모르는 사이가 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일이라 어쩔 수 없나봐. 그 인연도, 대화도, 친분 아닌 친분도 모두 지나갔고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때는 정말이었다는 사실은 가끔 기분이 좋다.


자꾸 되씹게 되거든. 마치, 동화처럼.

내게는 일거리이자 고된 밥벌이였고 그들에게도 또다른 현실이었던, 결국은 둥글둥글한 이야기로 재탄생된 조각난 사건들을. 거짓이 아닌 일련의 그 과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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