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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대겸 Dec 04. 2018

 I/ITSEC 참관기1/3

저는 지금 세계최대 군수산업 박람회인 미국 올랜도의 I/ITSEC 에 와있습니다. VR/AR 콘텐츠 기술 상용화가 알려진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침체되는 분위기가 생겨서 VR 산업 자체 대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는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들은 큰 그림에서 보자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I/ITSEC에서 선보인 VR 디스플레이, 시뮬레이션 기술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I/ITSEC에서 보고 느낀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VR/AR/AI등 산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나 ICT 기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흥미롭게 들릴수 있는 주제라고 봅니다


가상현실 매체는 역사적으로 군수산업 주체의 지원 속에서 발전해 왔고, 이는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첫번째 글은 군수산업과 실감매체가 개념적으로 어떠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적 관련성이 오늘날 I/ITSEC이 VR 시각화 기술의 최전선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번째 글은 미 국방부의 장기적 계획이자 올해 박람회의 기조 테마인  통합훈련 환경 조성 STE 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 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조 테마의 관점에서 바라 본 올해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들의 기술에 대해 소개 할 예정입니다. 

 

1. 19세기의 파노라마와 밀폐형 이미지 공간


저는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된 실감형 매체 디스플레이, 시뮬레이션 관련 기술을 여기 I/ITSEC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본 전시의 대부분 콘텐츠들은 군사 훈련의 목적을 하드웨어나 콘텐츠 들입니다. 왜 ICT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VR 기술의 발전이 군수산업 박람회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것일까요? 본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소개 되는 초 고해상 도의 프로젝션 룸이나 대도시 전체를 AI를 통해정교하게 구현해낸 군사 훈련용 시뮬레이션은 민간의 자본으로 구현하기에 규모나 성질 면에서 무리가 있는 프로젝트 들입니다. 미군의 장기적인 개발 프로젝트인 STE는 긴호흡을 갖고 개발 되고 있는 프로젝트 인지라 상용화가 목적인 민간이 진행하기에 성격이 맞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사실 군수산업과 실감형 매체와의 관련성은 매우 오래전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사실 기술의 기원이 병참학으로 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가상현실 미디어와 가장 공간적으로 흡사한 형태는 19세기에 주로 만들어졌던 파노라마 건축물 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 참고https://brunch.co.kr/@toposvr/2 ) 파노라마는 축구경기장 절반 크기의 거대한 돔 형태의 건축물로 내 벽에 실사 크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관람객은 가운데 전망대에 올라 360도 그림을 감상하게 되는 형태 입니다. 천장 가운데에는 유리창이 나 있어서 내부의 조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주는 역활을 했습니다. 인간의 뇌가 실사와 같은 3차원 이미지를 경험했을떄 실제 그 공간에 있는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는 독일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 베르너 본 헬름홀츠의 인지광학 이론에 기반해서 논의가 확장 되었습니다. 


파노라마의 시초는 1787년 영국의 로버트 바커의 손에서 만들어진 영국군을 위한 지형 정찰용 조감도 였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주둔중인 영국군대에게 에딘버러의 지형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을 갖고서 만들어졌는데 당시 사람들한테 대단한 인기를 끌게 되면서 그림은 런던으로 이동하여 런던 시민들에게 자국 영토를 경험하게 하는 용도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18세기 후반의 파노라마들은 영토에 대한 정보를 주기위한 분명한 목적을 갖고서 만들어졌으나 이후 만들어진 대부분의 파노라마들은 역사적인 전쟁을 묘사하거나 경치의 아름다움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었는데 그 이후 부터는 오락용 파노라마와 군사적목적을 가진 파노라마를 구분하는일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2. FPS 게임과 미군의 개입


군사정찰용으로 만들어졌다가 전시콘텐츠로서의 역활을 하게된 당시 파노라마의 상황은 오늘날 VR과 워-게임이 군사용 시뮬레이션으로 개발 된 이후 일반 사용자들 에게 막대한 파급력을 지닌 오락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1인칭 시점에 의한 게임전개방식은 오늘날 게임콘텐츠에서 상당히 일반적이 되었는데 FPS게임의 기원과 역사에 미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상당히 깊은 부분 부터 관여 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군은 1950년대에 탄도미사일 궤적을 계산하기 위해 테니스 게임처럼 보이는 2인용 게임을 이미 개발한바 있습니다. 이것을 훈련용 게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게임을 통한 훈련의 시초라고 말할수는 있겠네요. 약 30년 후 미 육군은 게임 개발에 직접적으로 개입 하게 됩니다. 당시 유명한 게임회사였던 아타리와 미육군은 협업하여 게임을 개발하게 되는데 배틀존 이라는 탱크 조작 게임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mrYkbEbnEQ

FPS게임의 시초이자 게임을 통한 훈련의 조상님인 베틀존


1980년대초 당시 배틀존이 군 훈련에 얼마나 쓰였는지 알수는 없지만 이 프로젝트가 의미있는 이유는 군과 민간이 협업하여 훈련/ 오락용 콘텐츠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미국방부가 FPS 게임의 역사에 깊이 관여한 사실을 보여주는 좀더 중요한 게임은 DOOM 입니다. FPS 게임의 역사에서 DOOM의 영향력은 막대하다고 할수 있겠죠. 당시 미 해병대는 텍사스의 작은 게임회사였던 ID SOFT 에 제작을 의뢰하고 둠의 공동 개발자로 참여해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개발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훈련용으로 쓰이지는 않았지만 정부PC에 깔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으며 각 해병대의 개인용 PC에 설치해서 게임을 즐기도록 독려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승인한 해병대의 사령관이었던 찰스 크룰락 장군은 "군사적 사고와 결정을 위한 훈련의 일환" 이라는 승인이유를 달았던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PQD6meQZpo

군용 pc에다가 무슨 아레 한글 까는것도 아니고 ...


3. I/ITSEC 의 탄생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군수용 3D Modeling 시장은 꽤 규모가 큰 시장이며 이는 군수산업 쪽 전시에 있어서 상당히 비중있는 영역입니다. 공간이나 지형을 잘 이해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3차원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파노라마와 3D 모델링은 그 역활이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수산업에서 3D modeling 은 AR이나 디지털 경험 매체의 발전과도 깊은 산업적 관련성을 맺고 있으며 실제로 기존에 3D 모델링을 위해 책정된 예산의 일부는 조금씩 실감매체를 통한 사물화에 쓰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3D 모델링은 직업 훈련용으로 오래전 부터 상당히 전문화 되어있는 영역이며 이 분야의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해 NTSA National Training and Simulation Association  미국 훈련 시뮬레이션 협회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오고 있습니다. 오늘날 증강현실 기술의 시초인 미국의 AR 콘텐츠들은 역사적으로, 개념적으로직업훈련용 시뮬레이션과 깊은 관련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NTSA가 업계의 발전과 상생을 위해서 만들었던 직업훈련 상품 박람회는 오늘날 I/ITSEC의 기원 이기도 합니다. 



 

I/ITSEC(Interservice/Inservices/Instustry Training, Simulation and Education Conference)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델링, 시뮬레이션 및 교육 컨퍼런스이며 11월 말에서 12월초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립니다. 이 행사는 방금 설명 드린 미국 훈련 시뮬레이션 협회 NTSA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NTSA는 70년대 후반 부터 '미국 직업 훈련 상품 박람회' 라는 이름의 I/ITSEC의 전신인 행사를 운영해 왔습니다. 이들이 70년대 후반 부터 매년 개최하던 박람회는 국제화 된 수준도 아니었고 소위 업계 사람들끼리 모여서 상품을 전시하는 수준이었 습니다. 재미있는것은 직업훈련용 3D 모델링/ 교육 상품을 제작하는 중소기업들의 협회인 NTSA가 현재는 미 국방산업협회 National Defense Industrial Association (NDIA) 의 자회사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2011년에 미 국방산업 협회의 자회사로 들어가고 ICT 기술을 적용한 박람회가 되면서 2-3000명 규모였던 행사가 매년 2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찾는 대형화되고 국제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NTSA의 I/ITSEC의 흑역사.. 1979년 관람객이 866명이었다고...



 

위 도표속 멤버는 NTSA의 주요 운영업체 들입니다. TMST, MOOG, ROCKWELL COLLINS등 군수산업관련 업체들이 주요 운영진으로 들어가있습니다. I/ITSEC은 박람회 전시 뿐만 아니라 학술 논문 발표, 튜토리얼, 직업훈련용 게임 콘테스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년 전시회의 주제는 다른데 올해의 주제는 통합적 훈련 환경조성 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 입니다. 다음 챕터에서 좀더 자세히 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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