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gged: The End of the Job ...
회사를 그만두고 놀고 있을 때 인스타그램에서 타다 드라이버 모집 공고를 보았다.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클릭해 보았는데 예상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조건이 복잡해서 시도하진 않았다. 공유 경제에서의 노동은 해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 드라이버 크루도 있고, 쿠팡 플렉스도 있다. 크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적어서 올려둘 수도 있고, 위시켓에서 회사에서 아웃 소싱하는 업무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새라 케슬러가 이야기한 '직장이 없는 시대'라는 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Mashable, Fast Company, Quatrz를 다니면서 꾸준히 일의 미래에 대해서 다뤘다는 새라 케슬러의 경력을 보고, 저자가 우버, 인스타 카트, 태스크래빗 등이 만드는 '긱 경제'(독립 계약자, 프리랜서, 임시직 등의 대안적 근로형태)를 찬양하는 이야기를 쓸 것이라 생각했다. 스타트업을 다루는 기자들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대해서는 항상 칭찬하는 논조로 이야기를 하니까 말이다(어떤 어려움이 있지만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라는 식의 글들 말이다). 끝까지 읽어 본 결과,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새라 케슬러는 직접 '긱 경제'를 경험해보았고, 플랫폼 관점(즉, 우버나 아마존에서 사업 관점)뿐만 아니라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관점을 충분히 소개하고 있었다. 양면 비즈니스를 하는 플랫폼의 성공을 다룬 책은 많은데 오히려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룬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그래서 내 선입견은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을 몇 가지 옮겨 놓는다.
공유 경제, 긱 경제, 부스러기 경제에서의 노동은 독립성, 유연성, 자유로움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메시지로 우버는 드라이버를 모집했다. 운전자가 아니라, 사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고, 지금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교대근무 X, 상사 X, 제약 X 이 짧은 문구에 이후 긱 경제기업들이 노동자를 유혹하기 위해 내세운 메시지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9시부터 5시까지 꼼짝없이 직장에 붙들려서 상사의 폭거를 참으며 일해봤자 어차피 받을 수 있는 임금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제약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 삶에서 탈출하라'라는 메시지다. 우버 기사가 된다는 것은 '자유'의 몸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냥 자유롭기만 한 게 아니라 '사업가'가 된다는 뜻이었다.
각 경제에 뛰어든 대부분의 사업가는 확실히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잘 모른다. 그러나 기술 전문 매체의 관심을 끌어 투자금 유치에 힘을 얻는 기업을 보면 무명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에 비해 보통은 사람들에게 이해가 가는 이야기를 한다.... 우버도 2014년 이와 비슷한 시각에서 자사가 '미국과 전 세계에서 운전자를 완전히 자립적인 사업가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트래비스 캘러 닉 CEO는 "아마도 역사상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드디어 일에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삶에 일을 맞추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버를 통해 다들 자유롭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되었어야 할 것 같지만, 이 책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못하다. 우버 X 드라이버가 뉴욕에서 9만 달러 이상, 샌프란시스코에서 7만 4천 달러 이상을 번다고 우버는 광고했다. 그러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기름값, 보험료, 자동차 할부금, 세차 비용, 엔진오일 비용, 방향제 비용 등등은 발표에서 제외했다(수입에서 20-30% 정도 된다). 사업가로서 드라이버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말이다. 우버의 수수료 20-30%를 제하고 이런저런 비용을 생각하면 월마트의 2016년 풀타임 평균 시급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우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우버 드라이버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은 가격 결정권이라 생각한다. 내 생각에 노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대신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은 왜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킬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내가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일을 주는 경우, #2 내가 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일을 주는 경우. #1의 경우, 내가 할 수 있으면 가격 결정권은 내가 가지게 된다. 크게 봤을 때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말 비싸면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가지게 된다. #2의 경우, 내가 할 수 없으면 가격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실제 일을 하는 사람이 갖게 된다. 개발자가 없어서 힘들고, 개발자 연봉 높으니 개발을 배워야지 라고 농담하는 스타트업 업계분들이 참 많은데, 10년 넘게 이 바닥에 있어 보니 나는 안다. 그 님들이 개발을, Production에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배울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가격 결정권은 개발자에게 있고 그 사람들의 연봉이 높아질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많은 스타트업이 최대한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고객을 유치하고 경쟁사를 꺾기 위해 서비스 가격을 인하했다. 우버와 리프트가 '가격 전쟁'을 벌이면서 급기야 몇몇 도시에서는 이용료가 대중교통보다 더 저렴해지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이렇게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은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유치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운전기사의 임금을 삭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지자 우버와 리프트는 계속 요금을 낮추면서 거기서 떼 가는 수수료의 비율은 높였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우버 운전자들은 가격 결정권을 갖지 못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긱 경제에서 큰 플랫폼으로 성장한 회사들이 만드는 노동이 #1 내가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일을 주는 경우 이기 때문이다. 우버가 본인들의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해서 탑승자에게 가격 할인을 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고, 그 가격 할인은 우버 운전자들이 수입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탑승 건당 수입은 줄지만 탑승자가 늘어나서 수입 전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플랫폼의 논리는 우버 운전자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플랫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양면 비즈니스를 다루는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으로 완벽하게 양쪽의 니즈를 맞춰서 균형을 찾는 일은 너무 어렵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거래액을 늘려야 하고, 거래액(GMV)을 늘리기 위해서는 일반 유저 사이드의 수요 쪽을 더 신경 쓰게 된다. Uber가 성장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쿠폰을 발급하는 것이 운전자를 위한 정책이었던 적은 별로 없다. 양쪽의 밸런스를 항상 생각하자. 수요 사이드의 Acquisition과 Retention도 중요하지만, 공급 사이드의 Take Rate(매출 대비 수수료 비율), 다양한 비용을 고려한 실질적인 노동의 가치를 둘 다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드는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플랫폼이 되려면 말이다.
코딩 교육 플랫폼이 많이 등장하면서 코딩 교육으로 돈을 벌었다 / 유튜브에 코딩 교육 강의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술자리에서 개발자를 그만두고 코딩 교육 플랫폼에서 강의를 해야겠다는 농담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격 결정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강의가 정말 고퀄리티에 다른 사람은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는 강의라면, 가격 결정권을 본인이 가질 수 있다. 반대로 파이썬 기초 강의를 해서 인기를 끌어보겠다고 한다면, 그 강의의 가격 결정권을 내가 과연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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