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트라우마 치유하기 (10) - 자반 고등어 탓 하기
나 : 밥 다 됐어~
--- 이층에 -- 묵묵부답
나 : <못 들었나? 기다리다 먼저 숫가락을 들었는 데 혹시나 해서 또 불러 본다.> 땡땡이 아빠!
남편 : ----- 뭐라뭐라..
< 소리가 나긴 난것 같은데 잘 안들렸다. 계단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들린다는 말이 >
남편 : 아니 조금 늦으면 꼭 소리를 지르네. 금방 내려간다고 했잖아!
<이거 뭐임? 이런 억울할일이 또 있나 억울한 건 못 참지! 순간 나는 눈이 위로 확 올라가면서 바로 치고 나온다.>
나 : 뭐라구~~ 아니 밥 먹으러 내려오라는 데 왜 화를 내고 난리야?
<그 말을 하다가 두 아이가 마구잡이로 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쪽에선 ' 나 오늘 왜 그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 : 내가 내려간다고 했잖아 !
나 : 난 못들었다구! 못들었으니까 또 부르지. 그럼 크게 대답을 하던가.
남편 : 당신은 꼭 그러더라!
나 : 자기는 어떻고~~~~ 기분좋게 밥상차려놓고 불렀는데 갑자기 화를 내니까 그렇지!
앞으로는 각자 차려먹어! 따로 살든지. (파국화)
남편 : 아 알았다고~. 아니 조금 급한일이 있어서 마쳐놓고 내려 온 다 했는데, 자꾸 부르니까 그렇지.
당신 박사 까지 해야 되겠네, 상담공부 한다는 사람이 변하는 게 하나도 없네..
나 : 뭐라고? 아이고 자기는~ 기가막혀. 인간이해가 1도 없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해~
끝이 없어 보이더니 결국 우리 서로 파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지금 뭐하는 거냐...ㅎㅎㅎㅎ
어색하게 눈한번 째리고 나서 크게 웃었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들이 싸우고 있다. 서로에게 가장 기분나쁠 말만 골라가면서 퍼붓고 있다.
기분좋게 계란찜 돌리고, 자반 고등어 구워낸 아침상에서 느닷없이 싸우고 있네.
깔끔이 남편이 '자반고등어'에 젓가락 한번 안댄거 보니
아마도 고등어 굽는 냄새가 아침부터 온 집안에 가득찬게 싫었었나 보다.
'그랬나보네 ㅎㅎ 그래도 나 오늘은 아침부터 자반 먹고 싶었고
맛잇게 먹었으니 괜찮아'. 나에게 말해 주었다.
싸우던 꼬마 초등학생들은 곧 퇴장하고 자책하는 내가 나를 가르치고 있다.
그래도 상담공부하는 네가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 라고..
CBT (인지행동치료) 를 배웠다고 해도,
IFS (내면가족체계치료)를 안다고 해도..
항상 긴장하고 살던 나는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ㅎㅎ 두 어린애가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 같으면 이런 유사한 일로 다투고 나면 난 하루 종일 화를 못 풀고
'이혼해야 겠다 도저히 저 사람하고는 맘이 안맞아서 못살겠다.. 어떻게 나를 이렇게도 무시하냐'
까지 생각하고, 마음이 안풀려서 동동거리던 나다. 남편이 미안하다고, 풀자고 할 때까지 말이다.
전형적인 인지왜곡과 멸절불안에 휩쓸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오늘 싸우던 어린 내 모습이 보여 자꾸 웃음이 나온다.
남편 말대로 박사를 꼭 마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