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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에서 셔틀 조장이 되다.

칸쿤 왔어요

by 조앤

아쿠아 신발 때문에 마음이 상한 남편을 달래보려고 쪼리 슬리퍼 가지고 가자 했는데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한다. 크록스라도 사가지고 가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부랴부랴 Dick's 에 가서 크록스를 사가지고 왔다. 굳이 하얀색을 원한다기에 난 하얀색을 별로 안좋아 하지만 그냥 사왔다.


뱅기는 핸드폰으로 체크인까지 했고, 새벽비행기니까 단단히 준비하고 알람을 맞추었다. 마침 그때 내 모자를 안챙긴 것이 생각이 나서 모자를 찾으러 클러짓에 다시 들어갔다. 지난 번 이스라엘 성지순례 갔다와서 잘 모셔둔 모자를 발견하고 손을 뻗어 잡는 순간 뭐가 같이 따라나온다.


아쿠아 신발이었다. 세상에 그럼 그렇지 내가 버렸을리가 없었다.

잘 두고 어디 둔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고, 미리미리 안챙기고 미루다가 급한 마음으로 찾으니 안보인다는 것이 문제였다. 크록스 상표 떼지 말고 학회 갔다 와서 반품하자고 했다.


어쨌거나.. 우린 칸쿤에 도착했다.


남편은 셔틀밴 조장이 되었다고 했다. 칸쿤공항에서 내려서 호텔까지 셔틀밴을 타고와야 하는데 도착시간 비슷한 5명씩 그룹을 묶어주었고 조장이 그 인원들을 책임지고 모시고 와야 한다고 했다. 조장이 되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조원들 중에 두분이 비행기가 1시간이나 연착이 되어서 늦게 온다고 알아서 조치를 취해 놓으라고 했다. 아이고.. 우리도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셔틀 디스패쳐를 어떻게 만나야 하나 잔뜩 걱정하고 있있는데 설상가상이 된 기분이었다. 나머지 한 분은 남편이 셔틀그룹 단톡방을 만들어서 인사를 했음에도 전혀 반응도 안하시고 어디에 계시는 지 연락이 되질 않았다.


출발 전 부터 칸쿤공항에는 셔틀 사기가 많다며 예약을 하고 와도 예약된 정확한 회사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으면 중간에 자기들이 회사에 연락해서 캔슬하고 돈을 이중으로 물어야 한다기에 조장이란 감투가 부담이 되었다. 다행히 우리가 예약된 셔틀회사 직원들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1시간 기다려 준다고 했다.

우리집에선 겨울옷을 입고 나왔는데 여기선 도착하자마자 여름이니 땀을 줄줄 흘리며 입고 있던 옷들을 다 벗고 싶을 정도로 더웠다. 화장실에가서라도 여름옷으로 갈아 입었으면 되었을 텐데, 감기에 셔틀밴 사람들 찾느라고 그럴 정신도 없었다.

콧물이 줄줄 나서 계속 코를 풀다보니

기내에서 귀가 먹먹해져서 잘 들리지도 않았고

감기약을 먹은 탓에 정신도 없었고

모하러 따라와서 이 고생을 하나 싶었다..ㅠㅠ

그러고 보니

선글래스도 안가지고 오고

남편은 모자도 안가지고 왔다.

땡빛에서 얼굴도 모르는 일행들을 기다리자니 너무 힘들었다.

콧물이 계속흐르기에

마스크를 벗고

코를 크게 풀었더니

바로

뻥 뚫렸다!!!

막혔던 귀가

갑자기 저 세상에 있다가 내 세상으로 돌아온 것 같이 시원했다.

모기소리 같던 말들과 꽉 막힌 듯 하던 주변소리가 들리면서 다시 살 것 같았다.


어찌저찌 일행들을 다 만나 셔틀을 탔다.

집에 갈때도 조장이다.

집에 갈 때는 좀 나았으면 좋겠다.


방배정을 받고 짐을 푸는데 반품한다고 한 크록스 봉지가 남편가방에서 나왔다.

하하 ~ 이 분 크록스가 정말 신고싶었구나

남편이 크록스 상표를 뜯고 신어보려고 하다가 내 눈치를 본다.

'' 신고 싶으면 신으셈..!'

난 선심쓰듯이 말했다..ㅋㅋ

그리고 이 좋은 곳에 와서도

몸이 으실으실하고 코도 막히고 열도 나서

난 오늘 하루는 방에서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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