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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도스로 Nov 05. 2018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의 의미는 뭘까?

- 대한민국 헌법 제1조_<변호인>

○ "국가란 국민입니다."

 송우석(송강호) 변호사는 평소 자주 가던 국밥집주인 최순애(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로 인해 시국 사건에 휘말린다. 최순애는 송우석에게 절절한 목소리로 호소한다.

 “변호사님아, 내 좀 도와 도(도와줘).”

 송우석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게 된 진우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진우가 경찰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고, 그 고문을 견디지 못해 허위로 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문 사실을 밝히기 위해 고문을 지시하고 실행한 차동영(곽도원)을 증인으로 부르는데, 차동영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시국사건 전문가인 그는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날 선 질문을 던지는 송우석 변호사를 향해 "변호사가 국가보안법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공부 좀 더 하고 오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송우석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송우석은 “책 읽고 토론하는 대학생들의 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도대체 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차동영은 “내가 아니라, 국가가 판단합니다.”라고 응수한다. 그러자 송우석 변호사가 결기에 차서 말한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은 국가를 국민으로 정의하였다과연 국가란 무엇일까이 질문은 국가는 무엇이어야 할까?”로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출처: "변호인" 스틸컷>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국정농단 사태는 국가권력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대통령과의 오랜 친분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최순실, 최순실과 한 몸처럼 행동하며 공적인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문제를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고위 관료들의 합작으로 인해 벌어진 총체적 난국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국정농단 사태는 국민들의 가슴에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실망감을 남겼지만, 국가와 권력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가진다. 국가와 헌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국면을 거치면 죽은 활자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헌법이 재조명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공화국이란 뭘까? 단어 뜻을 살려 그대로 풀이해보면 “민주주의를 정치 형태로 채택하고 있는 공화국”이 된다.

 민주주의란 말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지만 제대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추상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북한조차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걸 보면 민주주의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지 잘 알 수 있다. 민주주의와 대척점에 서 있는 단어는 바로 독재주의이다. 독재주의가 한 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지배되는 체제라면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체제이다.

 공화국의 대응되는 개념은 군주국이다. 군주국에는 왕이 존재하지만, 공화국에는 왕이 없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왕이 아니라, 국민이다.     


○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방법

 국민주권주의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구현이 될 때 의미를 지닌다. 헌법은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첫째, 대의제도이다. 국민의 주권 행사 방식은 직접적인 방법의 행사와 간접적인 방법의 행사로 나눌 수 있다. 주권의 주체는 국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이 직접 행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든 국민이 주권을 직접 행사하기에는 국가에 너무 국민이 많고 국민 각자에게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존재한다. 국민이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 대해 다 잘 아는 건 아니라는 점도 직접 행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래서 대부분들의 국가들이 국민의 대표를 뽑아 그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국정을 운영하게 만드는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가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건 국민들이 뽑은 대표이기 때문이다. 대표들이 가지는 모든 권력은 본래 그들 태생적으로 가진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일시적으로 부여한 것이므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자신의 물건처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필요에 의해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국민의 대표에게 맡겨두는 건 아니다. 대의제를 통한 간접민주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직접 민주주의도 규정하고 있는데,대표적인 제도가 국민투표제도이다.     

<출처: "두산백과">

 둘째, 선거제도이다. 대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선거제도는 필수적이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지는데, 공직선거법은 만 19세 이상이 되어야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래서 헌법은 선거와 국민투표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조직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셋째, 복수정당제도이다. 현대 민주국가는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한다. 비슷한 정치적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정당을 결성하고 정책을 제시한 뒤,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책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정당정치이다. 정치적 이념 혹은 정책의 방향성이 하나일 수 없으므로 정당은 여러 개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만약 정당이 하나밖에 없으면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헌법이 정당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이유이다.     


 넷째, 권력분립제도이다. 영국의 정치인 존 달버그 액턴이 갈파한 바와 같이,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절대 권력일수록 절대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그래서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권력은 3갈래로 나눠져 있는데, 입법권은 국회가, 행정권은 정부가, 사법권은 법원이 가지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감독하며, 정부는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여 국회를 견제할 수 있다. 국회는 대법관의 임명동의 또는 추천을 통해 사법부를 견제하며 사법부는 위헌법률심판 제청권을 행사하여 국회를 견제할 수 있다. 정부는 사면권을 사용하여 법원을 견제할 수 있으며, 법원은 명령・규칙 심사권을 통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 규범이다. 그래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공적인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더 철저하게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헌법 혹은 헌정질서를 이용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은 당연한 상식이라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이다. 국가는 국민이 부여한 힘을 바탕으로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국민의 삶이 행복해지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 당연한 사실을 말하기 위해 2016년 겨울 그렇게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높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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